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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의 정현준, 최초로 입 열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옥중의 정현준, 최초로 입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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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준걸에게 사기 당했다” …알타비스타 합작 무산 책임 공방
  • ●“검찰, ‘게이트 핵심 3인방’ 계좌추적 안해”
  • ●“검찰 강압수사 있었다”
  • ●“장수천 인수제의 받았다”
  • ●닉스 김효근·호준·호연 형제, KDL에 8억 투자
  • ●정현준도 닉스펀드에 180억원 투자
  • ●서울고법에 재심청구, “법정에서 검찰과 진위 따질 기회 달라”
옥중의 정현준, 최초로 입 열다
‘정현준씨 M&A 귀재서 불법 사업가로’ ‘코리아디지털라인 최종부도, 코스닥 업친데 덮친 격’ ‘정현준씨 불법대출 충격’ ‘30대 벤처신화 한국디지털 정현준 사장 670억 불법대출 물의’….

2000년 10월22일자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코리아디지털라인(KDL) 정현준(鄭炫埈)씨의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실을 보도했다. 그 여파는 코스닥시장뿐만 아니라 벤처업계, 금융계를 강타했고 금융감독원은 정씨와 이경자(李京子)씨를 곧바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음날, 정씨가 금융감독원 장래찬 전 국장과 직원들에게 거액의 현금과 주식으로 로비를 했다고 폭로함에 따라 파문은 걷잡을 수없이 확산됐다. 급기야 10월24일 국회 금감위 및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정현준씨가 관련된 평창정보통신(평창정보)에 여권 실세 모 의원 자금 40억원이 들어있고 다른 여권 실세 모씨가 K증권의 뒤를 봐주고 있다”며 여권실세 개입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게이트’로 비화됐다. 평창정보 1, 2, 3차와 디지털홀딩스, 리엔텍, 엠파스, 디지털임팩트 1, 2차 등 모두 8개의 정현준 사설펀드에 가입한 정·관계 인사가 누구냐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검찰의 소환에 10월25일 저녁 늦게 자진 출두한 정씨는 그 길로 전격 구속됐다.

장래찬 자살, 정씨에게도 미스터리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허탈해하면서 “벤처기업인이 연구에 몰두해 기술개발에 힘쓰지 않고 인수합병에 투자하거나 20여개의 기업을 사들여 재벌 흉내를 내는 등 완전한 타락상을 보여줬다. 32세 먹은 사람이 타락한 방법으로 순식간에 수천억원의 부자가 된데 대해 개탄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른바 ‘정현준 게이트’의 사회적 파장과 충격은 컸다. 그런 와중에서 10월31일 금감원 로비대상으로 지목됐던 장래찬 전 국장은 서울 신림동 한 여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한 금감원 간부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DJ정부 최초의 벤처금융비리 ‘정현준 게이트’는 일파만파로 확대되어 갔다.



그러나 로비창구로 지목된 장 전 국장의 죽음에 이어 동방금고 사장 유조웅(柳照雄), 신양팩토릭 대표 오기준(吳基俊)씨 등 핵심인물들이 해외로 도피하자, 검찰은 11월14일 ‘정현준 게이트’를 ‘단순 불법금융사기사건’으로 종결시켰다. 하지만 훗날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새로운 벤처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현준 게이트는 단순 불법금융사기사건이 아닌, 국정원과 금감원까지 관련된 사건이었던 것으로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나라종금 게이트’에도 정씨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정현준 게이트’의 진실은 무엇일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정현준의 사설펀드에는 얼마나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을까. 그리고 장래찬 전 국장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추측만 무성할 뿐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같은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정현준씨다. 그런 정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신동아’에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2300억원대의 불법대출 및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지 만 3년만이다. 정씨는 지난 2001년 8월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그 해 대법원의 원심 확정판결을 받아 현재 여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정씨는 “검찰은 국정원, 검찰, 금감원 내 일부 세력의 개인적 비리를 감추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면서 “법원에서 검찰과 진위를 따진 뒤 나에게 잘못이 있으면 다시 감옥에 들어와 살겠다. 이를 위해서는 ‘무기평등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상태에서 관련 자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장 전 국장과 관련해서는 “검찰은 내 사건을 동방직원이 장 전 국장에게 제보한 후 장 전 국장이 터트린 것이라고 했는데 그건 말도 안된다. 장 전 국장은 나에게 주식도 받았고, 그의 부탁으로 취직을 알선한 적이 있다”고 자신과 장 전 국장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사실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건 불법이다. 평창정보와 알타비스타의 합작이 추진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펀드에 들어왔는데, 장 전 국장은 그 과정에서 담보대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그런 부담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것 같다”고만 말했다. 생전에 장 전 국장과 알고 지낸 그에게도 장 전 국장의 자살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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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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