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토익커(토익 응시자)’는 비단 정씨뿐이 아니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마자 5000여 개에 달하는 토익 관련 인터넷 게시판은 후끈 달아올랐다. 대부분 ‘5월은 폭탄달(토익점수가 낮게 나오는 달)이다. 결과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들이었다.
‘가채점했을 때 900점이어서 마음을 놓았는데, 방금 점수 확인하고는 경악했어요. 100점이나 떨어졌거든요. 제발 전산장애였으면 좋겠어요.’
‘4월에는 백분위(percentile rank·자신보다 점수가 낮은 응시자의 비율)가 64%에 680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5월에는 백분위가 75%로 올랐는데도 점수는 650점으로 낮아졌어요.’
‘점수는 30점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백분위는 14%나 오르죠? 올해 1월부터 매달 시험을 보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납득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한국 토익에 좌절했습니다. 일본에 토익 원정 갈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 토익이 완전히 다르다고 하더군요. 이거 반 농담으로 던진 말이지만, 실행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수에 대한 의문은 토익 개발사인 미국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와 국내 토익 주관사인 재단법인 국제교류진흥회 토익위원회(이하 토익위원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특히 토익위원회가 매달 공개해오던 평균점수와 점수대별 인원수를 지난 5월 시험부터 공개하지 않으면서 ‘점수 조작설’ ‘난이도 조절 실패설’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동안 응시자들은 문제와 정답, 문항별 점수 등을 공개하지 않는 토익의 특성상, 평균점수와 백분위 등으로 시험 난이도와 자신의 상대적 실력을 가늠해왔다. 그러나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렇게 짐작하는 것마저 어렵게 된 것. 또 일부 응시자들은 “올해 3월부터 기출문제가 출제되지 않기 시작했다”며 “토익위원회가 이러한 경향 변화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4월 평균점수가 너무 높아서 5월은 짜게 매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좀 얄밉네요.’
‘성적 확인하는 데 왜 3주일이 넘게 걸립니까. 컴퓨터로 하면 채점이 금방 끝나잖아요. ETS가 점수 조작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닐까요?’
‘900점 이상 득점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문제를 오답으로 채점한 게 아닐까?’
‘점수를 짜게 줘서 사법고시 준비생들이 시험을 많이 보게 해 돈 벌려는 수작이다.’
‘다시 한번 촉구한다. 5월 성적 조작 의혹 해명하고 재발 방지 약속하라. 불합리한 약관을 바로잡고 투명하게 거듭나라.’
‘기출문제가 나오지 않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공문을 발표하고 바뀐 토익점수환산표를 알려줘야 응시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겁니다.’
토익 관련 다음카페의 한 운영자는 이른바 ‘5월 토익대란’이라 불리는 지난 사태가 “대규모 시위로까지 번질 뻔했다”고 전했다.
“카페 운영자 회의에서 서울 종로에 있는 시사영어사 본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결국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신분이 노출될 게 두려워서였죠. 취업하려면 앞으로도 계속 토익시험을 봐야 하는데, 시사영어사가 마음만 먹으면 시위 주동자들의 토익점수를 낮게 매길 수도 있을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