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9일 검사출신 민주당 함승희 의원도 양길승 파문의 ‘본질’과 관련, 같은 주장을 폈다. 함의원은 “나이트클럽 사장 이원호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면 이씨의 뇌물제공혐의도 전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호씨는 현재 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포탈,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갈취교사, 살인교사가 그것이다. 이씨는 이중 조세포탈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 수감된 상태. 그러나 “이원호씨 사건의 본질은 살인교사 의혹에 있다”는 것이 법사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과 한때 이씨를 내사했던 김도훈 전 검사의 주장이다. 살인교사 혐의는 다른 혐의에 비해 형량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거우며 2004년 5월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이 사건의 또 다른 ‘본질적’요소는 ‘50억여원 인출’ 부분이다. 충북도경의 계좌추적에 따르면 이원호씨는 대선 직전 부인계좌에서 50억여원의 현금을 인출했다. 김도훈 전 검사는 국감장에서 “이씨 계좌에서 빠져나간 50억여원이 ‘정치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했다”고 말했다. 심의원은 국감장에서 “검찰도 이원호씨에게 3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고 노대통령 측근도 20억원을 모금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종합하면 양길승 파문 사건의 본질은 ‘살인교사 의혹’과 ‘이를 덮기 위한 금품로비 의혹’이다.
“특검제 도입해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국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원호씨가 대선 전후 9차례 만났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씨가 4차례 노대통령을 봤다”고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원호씨의 변호인인 김원치 변호사는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이씨가 자신의 범법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권력과 권세 있는 자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 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청와대 부속실장이 해당 피의자로부터 두 차례 향응을 대접받고 수사무마 청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의혹의 단초를 대통령측에서 먼저 제공한 측면이 있다.
야당은 “수사주체인 검찰이 연루의혹을 받고 있고,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더 이상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 특검제를 도입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심규철 의원 국감 발언,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 발언 등).
양길승 파문사건은 과연 특검제가 필요한 사안일까. ‘신동아’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검찰진술서 등 관련 기록을 단독 입수해 공개한다. 특히 살인교사 의혹 부분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 이상의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자체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간은 1989년 5월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새벽 청주시내 최대 폭력조직인 ‘시라소니파’ 두목 배모씨는 다른 한 사람과 함께 청주시 북문로 인도 위를 걷고 있었다. 동행인이 물건을 사려고 상점에 들어간 사이 배씨는 혼자 서 있게 되었다. 이때 10대 후반 두 청소년이 다가와 소위 ‘일본도’로 배씨를 찌르고 달아났다. 흉기는 배씨의 가슴을 관통했으며 결국 배씨는 숨졌다.
경찰은 배씨 살인용의자로 청주시내 폭력조직인 ‘대명사파’ 조직원 조모씨와 김모씨를 지목했으며, 두 사람은 자수 후 검거되었다. 이들은 살인죄를 언도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살인범 조씨와 김씨에겐 특별한 범행 동기가 드러나지 않아 배씨 살인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조씨와 김씨는 1999년 출소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배씨 살인사건은 배후에서 이원호씨가 교사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말 청주지검 윤모 검사가 내사에 나섰고, 이후 김도훈 당시 청주지검 검사가 이어받았다.
두 명의 검사는 이원호씨 살인교사 의혹사건을 의욕적으로 수사했다. 현재 청주지검과 대립관계가 된 김도훈 전 검사에 앞서 윤모 검사도 이씨의 살인교사 의혹사건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두 검사는 어떠한 진술을 받아냈기에 살인교사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보려고 애쓴 것일까. 이들이 받아냈다는 진술 내용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