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歸農人 장영란의 우리 땅, 우리 맛 ⑧

메주로 담북장 끓이고 무청으로 시래기 엮고

  • 글: 장영란 odong174@hanmail.net

메주로 담북장 끓이고 무청으로 시래기 엮고

2/5
날이 차지면 누구나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따뜻하게 불 땐 집. 그 집으로. 우리 집은 몇 해 전 10월에 짓기 시작해 10월25일 상량, 11월10일 지붕을 얹었다. 지붕에 기와 얹는 날. 그날 일을 도와준 이웃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 넓지 않은 지붕 위에 사람이 빼곡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한 장 찍어놓았더라면…. 그때를 떠올리며, 8월호에 이어, 집 짓는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집 짓던 때를 돌이켜볼 때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나 싶다. 우리 집에서 먹고 자는 목수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밥하고. 하루 세 때에 참 두 번. 모두 다섯 끼를 마련했다. 그 사이사이 가을걷이해야지, 아직 어린 아이 둘 돌봐야지. 이것저것 필요한 게 어찌나 많은지. 하루에도 장에 한두 번 나가야지. 그때는 늘 뛰어다녔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을 해도 힘든 줄 몰랐지. 태어나 처음으로 내 집을 짓는 재미. 그 재미와 희망이 있으니…. 아파트 평수 늘리는 재미와는 다르다. 우리 식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모은 종합예술이라 할까. 우리 형편에 맞춘 설계. 전체 틀거리에서 문고리 하나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에 그리던 하나하나가 순간순간 눈앞에 실현된다. 영화라면 그런 영화가 없다. 우리 식구를 한눈에 표현하는 작품. 이게 우리 집이다.

자연에 들어가 살게 되면 누구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어한다. 잡지에 나오듯, 통나무집, 목조주택, 스틸 하우스, 흙집, 돌집이라고 못 지을 게 없다. 집을 짓고 나니, 사람들은 평당 얼마 들었어요? 하고 묻는다. 한데 귀농한 사람들은 실제 일머리 하나하나를 묻는다. ‘이 흙벽은 무얼 섞어서 발랐어요?’ 하고. 귀농한 이들은 되도록 집을 손수 짓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귀농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력도 다르고, 귀농하고자 하는 속사정도 다르지만, 누구나 몸을 움직여 살아가고자 하는 자세가 있다.



그러기에, 손수 하고파 한다. 실제, 전문 일꾼을 들이면 들일수록 집은 규격화되고, 집주인이 손수 하면 할수록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집이 지어진다. 또 현실에서는 인건비가 왔다갔다 한다.

그렇기에, 소 축사에 벽만 막아 살 수도 있고. 컨테이너 박스 두 개 놓고 그 사이를 이어 지을 수도 있다. 수몰지구에서 한옥 뜯어다 짜맞춘 재활용 집. 몇 년에 걸쳐 시나브로 지은 집, 산에서 불 탄 나무를 가져다 지은 집에 이르기까지 집주인의 형편에 맞춰 나름대로 보금자리를 꾸민다.

우리는 마을 빈집에 살던 경험을 살려, 나무로 기둥 하고 벽은 흙으로 지어보기로 했다. 우리 힘만큼 하되, 몇 개 공정은 전문 일꾼을 들이기로 했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이라 자신이 없기도 하고, 하루빨리 짓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아는 분이 목수 일을 맡아주었다. 목수와 머리를 맞대고 설계를 정했다. 그 동안 머릿속에서 수없이 그리고 지워왔던 설계 가운데 하나를 정했다. 우리 집터와 우리 형편에 맞추어.

집 지으며, 정 드는 집

우리는 넓은 집을 바라지 않았다. 되도록 작게 지으려 했다. 그래도 기왕 지을 거면 좀더 크게 짓지 하는 분이 많았다. 그런 말에 내가 흔들리면, 남편은 이 다음에 집이 좁으면 아래채, 별채 자꾸 지으면 되지 했다.

사실, 낮이면 모두 나가 일하니 집이 넓으면 관리하기 힘들고, 겨울에 따스하게 불 때기 어렵다. 나무는 보통 12자로 사고 판다. 그래서 나무를 알뜰하게 쓰려고, 12자 세 칸 집으로 정했다. 지붕에 서까래도 12자 나무를 그대로 걸치도록 하여 집 폭은 15자.

그러니까 평면도를 그리면, 12자에 15자짜리 네모 공간이 세 개인 집이다. 하나가 5평이니 모두 15평집. 서쪽은 안방. 가운데는 부엌 겸 거실. 동쪽은 아이들 방. 집 지붕은 사방에 처마가 있는 모임지붕이다.

목수 일을 시작하며 지내는 모탕고사를 하고, 목수와 남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무를 깎고. 마름질을 하고. 우리 한옥을 짓는 하나하나는 참 좋은 볼거리요, 배움터였다. 한옥의 기초는 주추다. 집 기초 하면 땅을 파서 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땅 위에 돌과 흙을 얹어 돋운다. 나무로 집 틀을 짜는데, 못 하나 박지 않고 나무끼리 끼워 맞춘다. 나무를 써도 나무가 본디 자란 대로, 뿌리 쪽을 아래로 하고, 남쪽은 그대로 남쪽으로 한다.

집 짓다가 밥 먹으며 쉬는 때는 목수에게 묻고, 답하고. 이론 공부를 했다. 이때 배운 덕에 남편은 혼자서 아래채를 지었고, 나 역시 집이 어떻게 짜여지는지 이치를 터득했다.

집 짓는 현장은 난장이다. 이웃들, 손님들, 지나다 구경하는 분들까지. 우리 동네는 이웃이 집을 지으면 하루쯤 가서 일을 도와주는 인심이 있다. 이런 마을 분위기에 맞춰, 우리 집 목수는 이웃들이 일 거드는 걸 잘 받아주었다. 이웃이 오면 그 분에게 맞는 일거리를 내주고. 그래서 우리 집 짓는 현장에는 손님이 일꾼이 되기도 했다. 집짓기를 배우고픈 처녀도 있었고, 초등학생이던 우리 딸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여인의 손길이 많이 들어가 있다.

2/5
글: 장영란 odong174@hanmail.net
목록 닫기

메주로 담북장 끓이고 무청으로 시래기 엮고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