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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 회장

“몽헌 회장, ‘삼촌이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해”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현정은 현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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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예회장은 몽헌 회장 사망 직후인 지난해 8월 초순 외국인들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집중 매입하자 그룹 경영권 방어를 명분으로 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다들 그렇게 믿었죠.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어요. 그때 미국계 GMO펀드가 엘리베이터 주식을 대량 매입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니까 그 펀드 관리자가 저희를 찾아와서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자기네들은 M&A가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샀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주가가 얼마까지 오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 2년은 갖고 있을 거라고요. 그후 주가가 많이 올라서 2년이 못돼 팔긴 했는데, 팔기 전에 저희한테 와서 주식을 사겠냐고 물었어요. 저희가 돈이 없어서 못 산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처분했죠. 순수한 투자였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현대그룹의 경영권 위기는 없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지난해 8월 KCC는 ‘M&A 방어 차원’이라고 하면서도 유사시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자사주를 요구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이를 거절했는데 현 회장께선 왜 주식을 내주라고 했습니까.

“저는 그때 자사주가 뭔지 개념도 확실치 않았고, 장례식과 삼우재를 치르던 무렵이라 정신도 없었어요. 자꾸 자사주를 달라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길래 ‘잘은 몰라도 하여튼 정상영 회장님이 우리를 도와주시는 걸 테니 해달라는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정말 도와주시는 걸로 생각했어요.”

-정 명예회장이 현 회장께 “현대엘리베이터를 분리해서 갖고 나가라”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후 양측의 갈등이 고조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니에요. 그런 얘긴 전혀 없었어요. 처음엔, 저희가 상속을 포기하면 저는 한 달에 한 번 회사 나와서 일 보고, 제 큰아이(장녀 지이씨)는 저의 비서로 올려서 월급 받고 생활하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또 ‘집은 너희 이름으로 돌려주겠지만 그게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당신이 돌아가시고 나서 아드님대쯤 되면 이름이 바뀔 거라고.

그러셨는데, 이틀인가 지나서는 그것도 아까우셨는지 다시 마음을 바꿔서 ‘네가 상속을 포기하면 월급 받아서 집 문제부터 해결해야 돼. 매달 갚아서 나한테서 집을 사가야 해’ 이러세요. 나중에 우리더러 상속을 포기하라고 했느니 어쨌느니 하는 말이 나오자 욕 먹을까봐 그랬는지 친척들한테 ‘엘리베이터 하나는 떼주겠다고 했는데, 쟤가 왜 말을 안 듣고 나서서 저렇게 욕심을 부리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래요. 그 전까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셨어요.”

290억원에 현대그룹 ‘접수’ 가능

-지난해 10월 초 현 회장께서 금호생명 대출금 일부를 상환한 뒤부터 KCC가 뮤추얼펀드와 사모펀드를 통해 엘리터베이터 주식 매집에 나섰더군요.

“저희가 10월6일 평양 정주영체육관 준공식에 가기 직전에 290억원 중 80억원을 갚았습니다. 그랬더니 정상영 회장님은 화가 나서 예정됐던 평양 방문을 취소하시고는 다음날인 7일부터 계속 주식을 사셨어요. 평양에 다녀와서-10월13일로 기억하는데-제 큰아이와 신라호텔 라운지에서 정 회장님을 뵈었는데, 저희를 보자 마자 ‘지금이라도 상속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너도, 네 아이들도 앞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하겠다’고 소리를 지르셨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제가 남편 빚을 단 1원이라도 갚으면 바로 그 시점부터 상속이 개시된 걸로 본대요. 정 회장님도 그걸 모르셨기에 저희가 80억원을 갚았는데도 상속을 포기하라고 소리를 지르신 거죠.”

-돈을 갚았다고 화를 낸 겁니까.

“저희가 빌린 돈의 담보로 엘리베이터 주식을 갖고 계셨으니 저희가 돈을 갚으면 그 주식을 도로 돌려줘야 하니까 화를 내신 거죠. 그 전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저희가 몽헌 회장한테서 상속받을 재산이 용인 마북리 땅과 현대상선 주식인데, 그 땅이 팔려야 되니까 제가 현대차 정몽구 회장님 댁에 찾아가서 땅을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정상영 회장님께 그 얘기를 했더니 굉장히 언짢아하셔서 의아했어요. 그게 팔려야 저희가 빚을 갚을 수 있는데 왜 저러실까 해서. 뒤에 알았는데, 정 회장님이 제 친정 어머니(김문희 이사장)가 맡긴 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해 저희 경영전략팀에다 견질담보 설정을 요청하셨다고 합니다.”

견질담보가 설정되면 담보를 가진 사람은 채무자가 빚을 못 갚는다든지 해서 문제가 생길 경우 구상권을 행사, 담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 회장이 상속을 포기해 정몽헌 회장의 부채를 갚지 않을 경우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빚 290억원만 대신 갚으면 김문희 이사장의 엘리베이터 지분 12.82%를 확보, 현대그룹을 고스란히 ‘접수’할 수 있었다는 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그런 사정을 현대가의 다른 친척들은 몰랐습니까.

“저야 어느 시점부터는 아, 이 분이 회사를 뺏으려고 이러시는구나 하고 짐작했지만, 소위 범현대가라는 데는 일절 안 찾아갔어요. 찾아가기도 싫었고, 가서 뭐라고 얘기하면 숙부님에 대해 아무래도 나쁜 말을 하게 될 것 같아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신문에 정 회장님이 저희 주식 사신 얘기가 나오니까 그때들 아신 거예요. KCC가 뮤추얼펀드와 사모펀드에 넣어뒀던 주식을 정 회장님 명의로 공시한 날이니까. 아마 11월21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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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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