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편지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썬앤문의 한 전직 간부직원은 “문병욱 회장은 김성래 전 부회장을 사기혐의로 고소하기에 앞서 두 달 가량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고소 결심을 굳혔으며, 그후론 김 전 부회장을 완전히 ‘아웃(out)’시켰다고 보고 그가 옥중에서 보내온 편지 2통을 뜯어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편지의 후반부엔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남을 죽이면 나도 같이 죽어야 함을 (문 회장도) 아실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다. 김 전 부회장이 자신을 고소한 문 회장에게 띄운 ‘최후통첩’이었을까. 만일 문 회장이 이 편지를 읽어봤다면 과연 결과는 지금과 달라져 있을까.
-2003년 1월16일 열린 김 전 부회장의 계몽사 회장 취임식에 썬앤문그룹 감세청탁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된 민주당 P의원이 참석했었다는 썬앤문 전 직원의 말을 들었다. 사실인가.
“참석 여부를 알지 못한다.”
-취임식 행사를 촬영한 비디오테이프가 있을 것 아닌가.
“그런 건 보지 못했다.”
-김 전 부회장이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게 500만원을 줬다는 건 사실인가, 아닌가.
“어머니의 일관된 진술이다.”
이광재 전 실장은 2002년 11월 문병욱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해 12월초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국민은행 간부 김모씨의 소개로 김성래 전 부회장을 만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5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김 전 부회장은 지금도 “이광재 전 실장이 500만원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지만, 내가 100만원어치 현금다발 10개를 가져가서 그중 5개를 이 전 실장에게 건넨 건 사실이다. 당시 문병욱 회장이 이 전 실장에게는 돈을 많이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해서 절반만 준 것”이란 진술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감세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전 부회장은 특검수사에 임해 별도로 풀어놓을 만한 내용들을 감춰두고 있다는 뜻을 외부로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대선 개표일 새벽 걸려온 문 회장 전화
-평소 문 회장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을 텐데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던가.
“‘나는 선배와 모든 것을 나누기로 한 관계’라는 말을 종종 했었다.”
-그게 언제쯤인가.
“2002년 12월20일 대선 개표일 새벽에 문 회장으로부터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문 회장은 ‘지금 노무현 후보와 같이 있는데 그의 당선이 확정됐으니 내게 100만원을 내놓으라’며 ‘앞으로 나는 선배(노무현 대통령)와 모든 것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고 어머니한테 말했다. 알고 보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어머니와 노무현 후보를 민 문 회장이 누가 당선될 것인가를 두고 100만원을 걸고 내기를 한 거였다. 문 회장이 2003년 1월4일 노무현 당선자의 명륜동 자택을 찾아 ‘호텔 한 채를 드리고 싶다’고 한 말을 나도 들은 적이 있는데, 문 회장은 그후로도 ‘노무현 대통령과 모든 걸 공유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말을 곧잘 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문 회장이 예전부터 알던 사람이지 어머니와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다. 이광재 전 실장, 안희정씨 등도 애당초 문 회장이 먼저 알던 사람들일 뿐이다.”
-김 전 부회장이 2003년 9월말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 외에도 몇 개의 탄원서를 더 써낸 것으로 안다.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나.
“탄원서는 특정 내용을 폭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어머니가 자신의 날짜별 동선(動線)에 따른 알리바이를 입증하려 제출한 것이다. 탄원서가 더 있다는 사실은 나도 들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살펴봐야 할 일이다.”
장씨는 인터뷰 내내 김 전 부회장의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서는 한껏 목소리를 높였지만, 감세청탁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 이튿날 기자와 다시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전날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깼다. 김성래 전 부회장은 오는 1월26일 1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농협 사기대출 사건에서 썬앤문그룹 감세청탁 의혹, 그리고 대통령 측근비리로까지 번진 무성한 의혹들은 어떻게 귀결될까. 김진흥 특검팀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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