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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연구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관료 엘리티즘 강한 조정·조율의 名手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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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1일 국무회의에서는 “내년 예산 사정이 좋지 않으니 각 부처들은 제로베이스에서 예산을 검토해달라”는 박 장관의 요청에 장관들이 뜨악해하자 곧바로 노 대통령이 “기존 예산도 재검토해서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라”며 지원사격을 했다.

한 전직 장관은 “박 장관은 더러 대통령이 직접 예산과 관련해 언급해도 그 자리에서 ‘그건 이러저러해서 안 된다’며 직언하곤 했다”고 전한다.

“대통령은 박 장관의 그런 태도를 오히려 높이 산 것 같다. 국무회의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은 악역을 맡는 수밖에 없다. 다른 부처 장관들은 입만 떼면 돈타령을 하기 때문에 금고지기인 기획예산처 장관은 늘 ‘짠돌이’를 자임해야 한다. 누구보다 대통령이 그런 사정을 잘 알고 박 장관을 전폭적으로 서포트한 듯하다.”

“올라갈수록 ‘그릇’ 커졌다”

박봉흠 실장은 관가와 국회에서 두루 신망이 높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박 실장은 인재난을 겪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커다란 보탬이 되고 있는 인물”이라며 “현 정부 각료 가운데 그만큼 유능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극찬했다.



“2000년 예결위 간사를 맡으면서 당시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이던 박 실장을 알게 됐는데, 매사에 성실할 뿐 아니라 한번 결정해서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무책임하게 말을 뱉았다가 뒤집고, 다른 자리를 노려 일을 벌였다가 마무리도 하지 않고 빠져나가는 고위 관료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그의 언행은 단연 돋보였다. 그런 책임의식은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공직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기획예산처의 국장급 간부는 “박 실장은 전문성, 판단력, 친화력, 균형감각, 이견 조정능력, 근면함, 청렴함 등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게다가 잔정도 많아 기획예산처 직원들 사이에 역대 최고의 장관으로 꼽힌다”고 했다.

박 실장과 고시 동기로 옛 경제기획원 등에서 함께 근무했던 전직 관료는 “박 실장은 일을 워낙 꼼꼼하게 처리해 상사들이 높이 평가했는데, 대개 이런 사람들은 윗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아랫사람들을 달달 볶아대는 유형이기 쉽다. 하지만 박 실장은 위로부터는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부하들에게는 ‘쓸데없는 일 안 시키는 상사’로 통했으니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관운이 썩 잘 풀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렇다 하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고시 동기들 중에서 과장(서기관) 승진이 늦은 축에 들었다. 승진이 늦어지면서 결혼도 늦어져 박 실장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중학생 외아들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과장에서 국장, 실장으로 직위가 올라갈수록 역량을 발휘하며 점차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기획예산처 간부의 말이다.

“적잖은 직업관료들이 사무관, 서기관 시절엔 촉망받다가도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성장 지체’를 겪는 것과는 달리 박 실장은 높아지는 직위에 걸맞게 사람의 ‘그릇’도 커진 경우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박 실장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초기 한때 출신지역 때문에 노골적인 견제를 받았다. 요건은 갖췄기에 요직인 예산총괄국장 자리는 내줬지만 좀처럼 실권을 부여하지 않아 겉돌았다. 그러나 박 실장은 자리가 요구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이를 극복했다. 그 결과 박 실장에 대한 기획예산처의 의존도는 ‘중독’ 수준에 이르렀고, 박 실장은 DJ 정부에서 기획관리실장, 예산실장을 거쳐 차관에까지 올랐다.”

‘실용주의적 완벽주의자’

지난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가 인수위원과 인사추천위원으로부터 경제장관 후보를 추천받았을 때 기획예산처 장관감으로는 박봉흠 당시 차관이 최다 추천을 받았다. 또한 청와대와 총리실은 부처 내부 평가, 부처 외부 전문가 평가, 여론 수집 등 나름의 기준에 따라 ‘장관 평가’를 해오고 있는데, 그 결과는 대통령의 개각 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올초 부분 개각 직전까지 이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도 박 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이 쉽게 통과되기 힘든 여소야대 국회에서 올해 균형예산안을 무리없이 관철시킨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으로 꼽힌다.

박 실장과 밀양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40년 지기인 작가 이문열(李文烈)씨는 학창시절의 박 실장이 ‘실용주의적 완벽주의자’였다고 회고한다.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모범생이되 융통성도 있고 놀기도 잘 놀았다는 것. 이씨는 박 실장의 그런 면모를 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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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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