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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옥중토로

“완전한 조작, 김영완 잡아들여 대질해달라”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권노갑 옥중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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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어떻게 찾아오게 됐지요.

“김영완이 날 알고 있었지. 1990년대 초에 김영완이 군납사업을 했거든, 헬리콥터. 미 국방부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헬리콥터 24대를 팔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걸 내가 국정감사 때 지적했거든. 왜 헬기를 직수입하지 않고 에이전트를 통해 수입해서 50억원이나 국고에 손실을 입히느냐, 그 내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 그랬더니 김영완이 모 국회의원을 통해 나한테 찾아와서 해명하더라고. 다 듣고 나서 말해줬지. 내가 볼 때는 옳지 않으니 앞으로는 사업할 때 정상적으로 해라. 국고 손실이 없도록 하라고. 그때 김영완이 돈을 갖고 왔더라고. 당신 사업에나 보태라고 받지 않았지. 그렇게 해서 처음 알게 된 거야.

김영완이 서울사람이에요. 우리 집사람도 서울사람이고. 알고 보니 내 처제가 김영완 동생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거예요. 서울사람은 서울사람을 좋아하잖아요. 내 집에도 몇 번 들르고 했지요. 김영완이 외국에도 자주 나가니 넥타이를 사오기도 하고. 그렇게 알고 지냈는데, 저 자가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자기는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김영완씨가 정몽헌 회장을 데리고 온 거란 말이죠.

“그렇지. 김영완이 정몽헌한테 날 팔았겠지. 자기가 권 고문과 친하다고. 당시 나는 바깥에 못 돌아다닐 때였거든. 그때는 내가 죄인 신세잖아요. 일본에 건너갈 걸 대비해 경제학·행정학 교수들을 집에 불러 하루 두 시간씩 공부하고 있을 때라고. 한보사건에서 억울하게 당한 터라 참담한 심정이었지. 그런데 그런 나한테 카지노 허가를 부탁해? 그후로는 정 회장을 만난 적이 없어요.”



-이 사건을 보면, 죽은 정몽헌 회장의 진술서, 이익치씨 진술, 김영완씨 자술서, 그 3개가 권 고문을 포위하고 있어요. 돈이 권 고문에게 전달됐다는 데 세 사람의 진술이 일치하는 데다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권 고문이 돈 받았다는 검찰 얘기를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말도 안 돼요.”

라운지 커피숍과 커피숍의 차이

-이익치씨나 김영완씨야 그렇다 쳐도 정몽헌 회장이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낼 이유가 있었을까요?

“정몽헌 회장 진술을 보면, 신라호텔 라운지 커피숍에서 나를 만났다고 돼 있어요. 그런데 신라호텔은 라운지와 커피숍이 떨어져 있어요. 정몽헌이라는 사람이 재벌회장으로 외국도 자주 왔다갔다 하고 호텔에도 자주 드나들 텐데 커피숍과 라운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요? 그냥 커피숍이라 해야 하는데 라운지 커피숍이라 했다고. 또 애초 정몽헌 진술서엔 나한테 2000년 1월에 3000만달러를 주고 3월엔 200억원을 건넸다고 돼 있는데 검찰 수사과정에 그 시점이 자꾸 바뀌어요. 현대상선이 외화를 빼돌린 시기와 안 맞거든. 꿰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그런데 두 가지 중 3000만달러 부분은 왜 기소하지 않느냐고. 기소해야 될 것 아녀, 정몽헌 진술이 다 사실이라면.”

-김영완씨가 보낸 자술서에 현대측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받아 권 고문한테 전달했다는 진술은 없는 거죠?

“그렇지. 그 진술은 없지.”

-그 진술이 있었다면 기소할 수도 있었을 법한데요.

“서로 말도 달라요. 정몽헌은 신라호텔에서 나를 두 번 만났다고 진술했는데, 이익치는 다섯 번이라고 했어요. 또 이익치는 처음 검찰에 가서는 그런 얘기를 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그 후에 검찰이 정몽헌 진술서를 보여주면서 ‘정몽헌이 권노갑 관련 부분을 말했는데 너는 왜 말 안 하냐’고 윽박지른 거예요. 이익치가 나중에 나한테 하는 소리가, ‘나는 처음에 권 고문을 숨겼습니다’. 그래서 내가 ‘니가 날 숨길 사람이냐. 없는 것도 있다고 잘도 말하면서 뭐 때문에 내가 관련된 부분을 숨기겠냐. 니가 모르는 얘기니 말 안 한 거지. 정몽헌이 그런 말 했다고 하니 니가 그 말에 따라간 것 아니냐. 니가 안다면 말 안 할 사람이냐’고 혼을 냈지.”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3000만달러 해외송금 사실을 처음 발설한 사람은 이익치씨로 보인다. 이씨는 지난해 7월25일 검찰에서 “정몽헌 회장이 3000만달러를 김영완씨 해외계좌로 보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자신은 김씨로부터 해외계좌를 받아 정 회장에게 전달했을 뿐 돈의 조성경위와 입금 여부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돈의 최종 수령자에 대해서는 ‘민주당’이라고만 알았다고 진술했다.

김영완은 신라호텔 얘기 안 해

다음날 검찰에 불려간 정 회장은 2000년 1월과 3월경에 각각 3000만달러와 200억원을 권노갑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두 차례 모두 김영완씨를 통해 전달했는데 이익치씨가 중간에 개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년 1월경 신라호텔에서 김영완씨의 주선으로 만난 권씨로부터 총선자금 지원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계속되는 권씨의 항변.

“그럼, 이익치가 언제부터 그런 진술을 했냐. 3차 진술 때부터 했지. 그래서 검찰이 이익치의 1, 2차 진술은 재판부에 내지도 않았어요. 또 김영완 자술서엔 아예 신라호텔 얘기가 없어. 돈을 받은 경위에 대해서는, 정몽헌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집무실에 찾아갔는데 거기서 정몽헌이 나한테 200억원을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나하고) 공모한 것도 아니지. 공모한 걸 밝혀내야 할 것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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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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