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국의 方外之士 ②

기천문(氣天門) 2대 문주(門主) 박사규

걸음걸음은 나는 구름이요, 한 주먹으로 魔를 타파하니…

  • 글: 조용헌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기천문(氣天門) 2대 문주(門主) 박사규

2/6
어떻게 해서 그가 입산수도 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자. 박 문주의 지지(地支)를 보면 丑년辰일辰시로 입산할 가능성이 많은 사주다. 사주 전체로 보면 ‘식신생재(食神生財)’격이다. 식신생재란 ‘베풀어놓은 것이 결국 재물로 돌아온다’는 의미. 베풀 줄 아는 기질이므로 재물이 붙을 수 있다. 식신생재 격은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박 문주처럼 사업을 하다가 입산수도하면 이 사업적 자질이 어떻게 변하는가? 제자를 키우는 쪽으로 작용한다. 제자도 아무나 키울 수 없다. 식신(食神)이 없는 사람은 제자가 따르지 않는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승이 베풀 줄 알아야 제자도 따르는 법이다. 명리학(命理學)에서 보면 박 문주의 사주는 제자를 키울 수 있는 사주다. 이 사주에서는 甲辰시의 甲이 식신이다. 박 문주 밑에 제자들이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이는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일 뿐이다.

-계룡산에 들어와 산 지 7년이 되었습니다. 계룡산은 어떤 산이라고 생각합니까?

“민족의 성산(聖山)입니다. 유사 이래 수많은 도인들이 이 산에서 공부했습니다. 공자, 석가, 예수만 성인이 아닙니다. 우리 조상 중에도 훌륭한 어른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조용히 살다가 가셨습니다. 어떠한 자취도 남기지 않았어요. 계룡산은 정신세계의 고단자들이 머물다가 간 곳입니다. 자신만의 안테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어요. 또 계룡산은 인자한 산입니다. 어머니 품 같아 이른바 기돗발이 잘 받습니다. 흔히 다른 산을 섭렵하고 계룡산에 들어와야 좋다고 합니다. 그만큼 계룡산의 기운이 강하다는 뜻이지요.”

-안테나로 느낄 수 있는 기운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과거에 수행했던 정신세계 고단자의 에너지가 시공을 초월해 남아 있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불가나 도가, 요가의 고단자들도 그런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에너지가 시공을 초월해서 존재한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고단자들이 성취했던 경지라고나 할까. 정신세계의 어떤 경지에 이르면 그에 합당하는 법이 존재합니다. 법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요. 그래서 후학들이 공부할 때 그 법 또는 에너지와 접속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그 법을 찾아갈 수 있어요. 문제는 자신이 얼마나 예민한 안테나를 세울 수 있느냐죠.

산에 들어와 살면서 제 자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죠. 일찍이 박대양 사부님께서 ‘부풀려진 고무풍선에 일침이 가해져서 터질 때는 엄청난 힘이 쏟아질 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산에 들어와 살면서 그 의미를 체득했습니다.

처음 5년간은 갑사(甲寺) 입구에서 살았습니다. 갑사는 전통적으로 힘이 강한 무인을 많이 배출한 곳이죠. 갑사 주변은 에너지가 거칠고 강합니다. 그래서 역대로 갑사에서 장사 스님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2년 전 신원사(新元寺)로 옮겼는데, 이곳은 갑사에 비해 에너지가 훨씬 부드럽습니다. 살아보면 그걸 압니다.”

계룡산 주변에는 동서남북으로 4개의 절터가 있다. 동쪽에는 동학사(東鶴寺), 서쪽에는 갑사(甲寺), 남쪽에는 신원사(新元寺)다. 북쪽에도 원래 절이 있었지만 폐사되어 현재는 비어있다. 북쪽을 상신리(上莘里)라 부른다. 소설 ‘단’의 주인공 봉우 권태훈(1900∼94) 선생이 상신리에서 오래 살았다.

신원사의 특기 사항은 절 오른쪽에 ‘중악단’(中岳壇)’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국가적인 차원에서 산신을 모신 곳이 세 군데 있었다. 묘향산의 상악단(上岳壇), 계룡산의 중악단, 지리산의 하악단(下岳壇)이 그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악단과 하악산은 사라졌지만, 계룡산 신원사의 중악단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만큼 백두대간에서 비중 있는 포인트가 계룡산이요, 5000년 민족 정신사의 뿌리가 보존된 곳이 바로 계룡산 중악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기천문의 문주가 계룡산에서 머무른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갑사의 강력한 기운을 섭렵한 다음 부드러운 기운을 섭취하려 신원사로 오지 않았나 싶다.

단군 시절부터 전수된 기천문

그는 동이 틀 때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고 해가 떨어지면 활동을 중지한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침에는 계룡산 봉우리를 순례한다. 우선 관음봉에 올랐다가 문필봉으로 간다. 천제단이 있는 문필봉에서 수련을 한 후 연천봉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한바퀴 도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아침 6시에 시작하면 9시가 약간 넘어 숙소로 돌아온다. 낮 시간에는 혼자 경전을 읽거나 방문객을 맞이한다. 지리산, 모악산, 설악산, 속리산 등에서 공부한 산사람들이 기천문 문주가 계룡산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데, 그들과 도담(道談)을 나누며 기운을 교차하기도 한다.

기를 공부한 사람들은 기운을 교차하면서 상대방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간파한다. 외공을 닦지 않고 내공만 닦은 사람은 아무래도 기운이 약하다. 주말에는 각지에서 올라오는 기천문 수련생들을 지도한다.

2/6
글: 조용헌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연재

한국의 방외지사

더보기
목록 닫기

기천문(氣天門) 2대 문주(門主) 박사규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