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치유법을 포함한 인간의 본능적 조절행위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완벽한 건강요법으로 다듬어낸 것이 동양의 양생법이다. 이를 오늘의 시대에 부합하도록 과학적 이론으로 재정리한 것이 기공이다. 그 원리와 방식을 약손에 적용하면 된다. 기공 수련의 3대 원칙은 긴장이완과 고요함, 자연스러움이다. 육체와 정신의 긴장이완이 수련의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몸과 마음, 호흡은 물론이고 동작까지 모든 것이 고요하고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어야 한다. 자연스러움은 자세와 동작, 호흡과 정신집중에 이르기까지 기공 전체에 해당하는 원칙이다. 기공에서는 모든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울 수 있느냐가 그 성과를 좌우한다.
약손을 주는 사람은 기공의 동공(動功, 일정한 동작을 하면서 호흡조절과 정신집중을 병행하는 공법) 요령에 따라 긴장을 이완하고 호흡을 고르면서 천천히 가볍게, 조용히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고 손을 놀리는 동시에 정신을 집중하여 약손을 받는 사람의 반응을 감지한다. 이때 약손을 주는 사람은 이미 정해진 격식을 따르기보다 그때그때 감지되는 상태, 즉 받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손을 놀린다. 이것은 기공에서 말하는 자발동공(自發動功)의 경지와 흡사하다.
한편 약손을 받는 사람은 기공의 정공(靜功, 일정한 자세를 취한 채 동작 없이 호흡조절과 정신집중만 병행하는 공법) 요령에 따라 온몸의 긴장을 이완하고 조용히 호흡을 고르면서 약손을 주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움직이는 자기 몸 안의 기 흐름에 정신을 집중한다.
이렇게 정과 동, 음과 양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면 두 사람 사이에는 마음의 교류, 기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양쪽이 모두 무아의 경지에 도달한다. 바로 기공 수련의 도달점이라는 입정(入靜)의 상태다. 약손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이 함께하는 ‘사랑의 명상’이자 ‘약손 기공’이 약손요법의 방법이다.
약손을 주는 사람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온몸의 긴장이완과 호흡조절, 정신집중 상태를 유지하되, 약손 쓰기를 하는 동안 호흡은 한결같이 고르고 잔잔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힘을 쓰느라 숨결이 거칠어지거나 들이쉰 숨을 멈추면 안 된다. ‘압력을 가할 때는 숨을 내쉬고, 압력을 늦출 때는 숨을 들이쉰다’가 호흡조절의 원칙이다. 이것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 원칙이다. 처음부터 원칙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레 약손 쓰기 동작과 호흡이 어우러지게 된다.
맨손 경락이론도 결합
약손요법은 기공 방식을 채용함과 동시에 기혈(氣血)의 통로인 경락(經絡)을 직접 손보는 것으로 기혈의 흐름을 조절한다. 원래 경락은 정신을 집중해 맨손으로 몸을 짚어보거나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는 등 본능적 조절행위를 통해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손 대신 침을 사용하면서 침 치료에 적합한 방향으로 그 이론이 정리됨으로써 치료점인 혈자리(경혈)만 중시되는 바람에 경락 줄기는 실체가 없는 관념적인 선 정도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혈자리가 아닌 맨손 치료에 응용할 수 있도록 경락을 보다 단순하게 정리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에서 새롭게 구체화한 것이 ‘맨손 경락이론’이다.
경락이란 기혈을 온몸 구석구석까지 공급하는 계통(줄기)이기 때문에 어느 한 줄기에 장애가 생겨 기혈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그 줄기가 담당하는 신체 부위나 내장에도 병이 생긴다. 경락에 나타나는 이상은 기혈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 현상이므로 그것을 발견하여 해소하면 기혈의 흐름이 다시 원활해져 병도 자연히 낫는다. 다시 말해 경락을 살펴서 판단하는 일이 진단이고, 경락을 손보아 병적 이상을 해소하는 일이 곧 치료다.
약손요법은 경락이론을 응용함으로써 맨손요법의 기본 문제인 ‘어디를’ 손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됐다. 경락 계통에는 몸통과 팔다리에 세로로 뻗은 간선 격인 경(經) 줄기들과 거기서 갈라져 나와 경 사이를 연결하는 낙(絡) 줄기들이 있으며, 그보다 더 가느다란 줄기가 그물처럼 온몸에 고루 분포돼 있다. 그러나 경락 손보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장육부와 연계돼 있는 12개의 경 줄기다. 이 12경이 내장을 포함한 몸 전체를 12부분으로 나눠 맡아서 기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경 줄기는 경피와 경근, 경맥으로 이뤄져 있다. 경피의 본래 실체는 바로 피부, 다시 말해 표피와 진피, 피하조직이다. 그러나 피부는 인체의 표면 전체에 대한 포괄적 명칭인 데 비해 경피는 12경 줄기와 연관된 체표 부분, 다시 말해 12경피를 일컫는다. 경근의 실체는 인체의 근육과 힘줄이지만, 몸이 움직일 때 함께 따라서 움직이는 여러 개의 근육을 하나의 줄기로 보았다. 경맥은 고서에 따르면 ‘근육 사이에 뻗어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손끝으로 근육을 누를 때 근육 갈피 사이에 오목하게 느껴지는 홈이나 골 같은 것을 경맥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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