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담배연기로 묘기 부리면 호흡기 망친다

  • 글: 박상욱 하나이비인후과 원장

    입력2004-01-29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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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연기로 묘기 부리면 호흡기 망친다

    흡연자라도 담배연기로 묘기를 부리는 변칙적인 흡연습관은 삼가야 한다.

    모르긴 해도 아마 대부분의 신년계획표엔 금연·금주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흡연이 인체에 해악을 주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흡연인구는 여전하다. 전체적으론 줄고 있으나 2002년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과반수를 넘는다.

    애연가들 중엔 장난삼아 담배연기로 묘기 부리는 것을 좋아하는 등 변칙적인 흡연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특정기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코로 연기를 내뿜으며 ‘용’이라고 자랑하거나 연기를 입안에 가득 모았다 동그랗게 뿜어내는 ‘도넛’을 누가 많이 만드나 대결까지 벌이곤 한다. 심지어 입으로 연기를 내뿜고 코로 이를 다시 들이마셨다가 내뿜는 ‘물레방아’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흡연을 막 시작한 사람일수록 호기심이 발동해 이런 잔재주 부리기에 탐닉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런 행동들에 주위 사람들이 환호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나중엔 혼자 담배를 피울 때도 습관적으로 ‘용트림’을 하곤 한다.

    그러나 담배연기 묘기는 호흡기의 일차 방어막인 코와 기관지 점막엔 치명적이다. 담배연기는 기체에 액체 또는 미세한 입자가 섞인 혼합체로 10만종 이상의 성분이 뒤섞여 있다. 이중엔 알데히드, 케톤, 알콜, 에스터 등과 같이 기관지 섬모작용에 독성을 나타내는 성분도 있어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냥 피워도 이런 위험이 있을진대 일부러 코 점막으로 담배연기를 내뿜고 입안에 오래 머물게 하면 독성 물질의 진입에 대문을 열어주는 격이다.

    코와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담배연기가 출입하게 되면 호흡기 점막이 메마르면서 섬모 기능이 떨어져 유입된 먼지와 바이러스를 여과시키기 어렵게 된다. 또 코 점막이 수축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코 안이 붓고 늘어져 물혹이 생기기도 하고, 냄새에 둔감해지는 등 각종 이상이 야기된다. 반복되면 결국 축농증이 생기거나 이미 축농증이 있는 경우 급속히 악화된다. 축농증으로 인한 분비물의 양이 많아지고 더 끈적해지기도 한다.

    담배연기 묘기가 좋지 않음을 알면서 반복할 필요는 없는 일. 담배를 피울 때 코로 연기를 내뿜거나 입에 오래 물고 있는 등의 습관은 버리도록 한다. 끊기 힘들면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습도와 따뜻한 공기를 유지해줘 코 점막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이도록 한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실천토록 한다. 담배를 대신할 껌이나 사탕을 상비해두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기본이다. 물을 많이 마셔 독성을 빼주는 것도 중요하다. 금단증상이 나타날 때는 금연초나 니코틴 패치제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콜라, 사이다 같은 자극성 음료나 술, 커피 등 흡연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은 피하도록 한다. 금연욕구는 금연 3일째부터 서서히 사라져 보름이 지나면 담배냄새조차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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