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원숭이와 性

  • 글: 김경동 연합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www.xclinic.co.kr

    입력2004-01-29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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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와 性
    여자 원숭이들만 사는 부락에 한 사내가 잡혀왔다. 원숭이들은 당장에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 먹으려고 칼을 들이댔지만 족장 여자 원숭이가 나서서 말했다.

    “지금은 잡아먹을 때가 아니란다. 우선 너희들이 저 남자의 물건에 매달려 사랑을 퍼부어줘라.”

    여자 원숭이들은 아우성을 치며 대들었다. “족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저까짓 음식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그냥 먹어치워버리자구요!”

    그러자 족장 여자 원숭이가 속삭이듯 하는 말, “너희는 인간을 잘 모르나본데, 이왕이면 부풀려 먹어야 더 배부를 게 아니겠어?”

    올해는 원숭이해다. 원숭이는 예부터 인간과 친숙한 동물이다. 인도 불교에선 원숭이를 부처님 밑의 보살이라 했고, 고대 이집트에선 글자의 신 도드의 사자(使者)라 하였다. 성경에도 솔로몬왕 때 원숭이가 등장한다. 중국의 맹자는 부귀에 혹(惑)하지 않고 빈천에 변하지 않으며 위무에 굴하지 않는 것이 원숭이라면서 대장부의 상으로 꼽았으며, 손오공이 등장하는 중국의 ‘서유기’는 유명하다.



    W. 제이콥스의 소설 ‘원숭이의 손’은 원숭이를 공포의 존재로 만들었고, 인간의 경쟁자로서 원숭이를 부정적으로 그린 찰턴 헤스턴 주연의 영화 ‘혹성탈출’은 상영 당시에 너무나 쇼킹했다.

    우리나라에선 조선 세조 12년 일본국이 왕에게 애완동물로 원숭이를 바쳤다. 세조는 이 선물을 좋게 여겨 김종직(金宗直)에게 예찬시를 짓게 하고 이 신기한 동물을 백성들에게도 널리 구경시키게 할 만큼 원숭이가 흔치 않은 데도,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에 나오듯이 한국인의 심성과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신화에선 밤의 신으로 등장하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 ‘원숭이 볼기짝 같다’ ‘잔나비 밥 짓듯’ ‘원숭이 잔치’ 등의 속담이 있고,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로 시작되는 말잇기 놀이까지 있다.

    또 통일신라시대부터 무덤의 호석, 왕궁이나 사찰 등의 용마루나 추녀 위에 원숭이가 갑옷차림으로 등장했고, 제주도 돌하루방과 전남 영암의 석장승도 원숭이의 얼굴로 만들어졌다. 송파 산대놀음과 양주 별산대, 강령 탈춤, 은율 탈춤, 봉산 탈춤에서도 원숭이탈이 전승되고 있다.

    고려시대 청자의 인장, 도자기와 그림 속에 나타나는 원숭이는 무병장수, 부귀, 다산 그리고 ‘단장(斷腸)’의 고사를 만든 아주 따뜻한 가족애를 가진 동물로 그려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원숭이가 동물 중 유일하게 종족번식 목적 외에 쾌락을 목적으로도 성교하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피그미침팬지처럼 다부다처제로 프리섹스를 즐기는 원숭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선지 황제 소녀경에는 원숭이의 성교를 흉내내어 쾌락을 즐기는 체위법이 소개된다.

    원숭이고기는 강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도 나오듯 원숭이 골(腦)은 청나라 건륭황제가 즐긴 ‘만한전석’에 들어갈 만큼 훌륭한 정력제다.

    특히 후자신(?子腎)은 엄청난 강정제다. 후자신은 원숭이의 음경과 고환으로 화(火)와 순양에 속하는데, 사람을 음탕하게 만들고, 남근을 강하게 하며, 사정(射精)을 하면 끓는 것처럼 뜨겁게 하여 쾌감이 극에 이르도록 한다. 여기에는 남성 호르몬이 함유되어 정자 수를 증가시키고 성욕을 항진시킨다. 정력이 쇠약하고 몸이 무겁고 소변이 잦으며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으면서 아플 때나 노인성 해수천식, 정자결핍성 남성불임증에 효과적이다.

    청나라 때의 라마승 포곡선사는 내시의 요청에 따라 후자신을 비롯한 몇 가지 약재를 첨가하여 비방을 주었는데, 이 비방은 만금쟁, 이원영, 안덕해 등 내시들의 성기능까지 회복시켜 이들이 서태후의 총애를 받게 됐다고 전한다.

    이렇듯, 갑신년 새해에는 원숭이처럼 저마다의 재주와 활기로 성생활이 만사형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원숭이의 단점만을 쏙 빼닮았다. 원숭이를 잔나비라고도 하는데, 이는 잔심부름, 잔소리, 잔꾀, 잔재주에서와 같이 자질구레한 재주와 얕은 꾀를 매우 잘 부리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무리지어 다니는 것(당짓기)하며, 교활하고 잘난 체하며, 허영심이 심하고 참을성이 없으며, 협잡꾼에다 무모하고 의심받을 짓을 잘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인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그래서 말인데, 국민을 위한 정치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원숭이처럼 성생활만 밝힐까봐 걱정이 된다면 새해에 걸맞지 않은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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