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탤런트 최수종의 깐쇼새우

황제 입맛 사로잡은 드라마틱한 풍미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입력2004-01-30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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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라상에 오르는 최고의 요리 중 하나가 대하(大蝦·왕새우) 요리다.
    •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최 상궁과 한 상궁의 수라간 최고상궁 경합에도 등장한 대하, 그 옛날 고려 태조 왕건의 식탁에도 올랐을까.
    탤런트 최수종의 깐쇼새우
    2년 전 애꾸눈 카리스마 궁예, 다혈질 견훤, 간드러진 웃음의 아자개 등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방대한 스케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 200회가 방송되는 3년 동안 시청자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 가운데 누구보다 인기를 모았던 인물은 당연히 주인공 왕건이었다.

    드라마 초기, 왕건 역에 최수종(42)이 등장하자 의외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쌍꺼풀진 눈에 곱상한 얼굴, 선하디 선한 이미지인 그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황제의 역할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그런 선입관은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왕건이 곧 최수종이고, 최수종이 곧 왕건이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마치 왕건이 환생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왕건을 지덕을 겸비한 황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그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방영된 드라마 ‘야망의 전설’에서 최수종이 깡패 역할을 맡았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처음에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내기를 했죠. ‘처음부터 너무 기대하지는 말라. 연기자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마라톤 보듯이 봐달라’면서. 결국 내가 이겼죠. 저는 배역을 맡았을 때 전체적인 플랜을 짜서 진행해요. 왕건 할 때는 나이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몸무게를 8kg 뺐다가 다시 6kg을 찌우기도 했어요.”



    최수종은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는다. 한 드라마에서 왕건으로 등장하면서 다른 드라마에서는 깡패로 나온다면 이를 본 시청자들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삶도 연기도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등장한 드라마는 실패한 적이 없다.

    최수종이 연기자 생활로 접어든 지 올해로 18년째. 연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다. 그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인생행로를 살펴보면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탤런트 최수종의 깐쇼새우

    최수종이 개그맨 정선희와 함께 ‘최수종 쇼’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그의 꿈은 연기자가 아니었다. 1980년대 초 한국외대 무역학과에 입학할 무렵, 그의 가족은 이산가족이 된다. 어머니와 남동생은 아버지를 따라 파라과이로 이민을 갔고, 서울에는 최수종과 누나만 남았다. 그러다 대학 2학년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콜로라도 주립대 광고마케팅과에서 미래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때까지 그의 꿈은 사업가나 멋진 비즈니스맨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학 졸업 한 학기를 앞두고 한 통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파라과이에서 사업하던 아버지가 부도를 맞고 그 충격과 화를 이기지 못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모든 게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장남으로서 책임을 느낀 그는 모든 것을 접고 귀국해 가족들을 챙겨야 했다. 누나는 결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별로 걱정되지 않았지만, 건강상태가 나빠진 어머니 뒷바라지와 동생의 유학비 지원이 문제였다. 그는 공사판 막일부터 극장 매점, 몰래바이트(불법과외)까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했다.

    그때 과외 지도하던 학생의 아버지가 KBS 간부였는데 최수종에게 연기자가 되어볼 것을 제안했다. 그의 첫 반응은 “돈 줍니까”. 그래서 맡게 된 게 바로 첫 작품 ‘사랑이 꽃 피는 나무’(1987년)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궤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연기자 생활은 그에게 부와 인기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을 만나게 해줬다. 지금은 민서와 윤서, 두 남매를 둔 엄마이자 그의 아내인 하희라다. 그녀의 집안은 화교다. 최수종이 보기에는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다. “장인은 정말 가정에 충실해요. 파티를 하면 직접 요리를 하시죠. 아내도 장인에게 음식을 많이 전수받았어요. 가끔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하는데 그러면서 부녀간의 정을 쌓는 것 같아요.”

    대하로 만든 깐쇼새우도 장인이 즐겨 만드는 요리 중 하나로 최수종이 꼭 배워보고 싶었던 것이다.

    먼저 대하 다듬기. 가위로 새우 등쪽을 세로로 자른 다음, 같은 방향으로 칼집을 낸다. 보통 내장은 그대로 두지만 지저분한 경우에는 제거한다. 꼬리 부위의 물집은 튀길 때 기름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떼어낸다. 꼬리 부위의 이물질을 칼로 긁어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 다음 살 부위를 펴고 그 속에 와인에 소금 약간 섞은 것으로 밑간을 한다. 그 위에 감자전분을 고르게 뿌린 후 식용유로 튀긴다. 새우는 망에 담아 그대로 튀기는 것이 좋다.

    탤런트 최수종의 깐쇼새우

    ◁후배 연기자들과 매니지먼트 회사 직원들이 시식을 앞두고 기념사진 한 장 ‘찰칵’.<br>▷새우가 튀겨지는 동안 ‘ 브레이크 타임’.



    탤런트 최수종의 깐쇼새우

    2002년 9월 KBS2TV 토요대작전 ‘최소종의 골든볼’에 참석한 최수종 등 연예인과 프로축구선수 고정운(왼쪽에서 세번째).

    새우를 튀기면서 칠리소스를 만든다. 대하 15마리를 기준으로 두반장 3T(티스푼), 고추기름 3T, 토마토케첩 4T, 양파 절반 다진 것, 육수 4분의 1컵을 넓은 팬에 차례대로 넣고 볶으면서 중불로 20분 정도 끓인 후 설탕 3T, 소금과 후추 약간을 추가해 섞는다. 마지막으로 튀긴 새우와 함께 다진대파 100g, 청주 3T, 식초 3T, 마지막으로 물녹말을 넣고 새우와 잘 섞은 후 꺼내면 된다.

    바삭바삭한 대하의 껍질과 담백한 속살,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칠리소스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특히 새우머리 속의 장이 진한 풍미를 더한다. 최수종은 장인과 아내처럼, 언젠가는 딸과 이 요리를 함께 만들면서 부녀간의 정을 나눠볼 생각이다.

    40대 초반. 이제 인생의 절반을 달려왔다. 미래에 대한 꿈도 남다를 법한데 그의 꿈은 소박하다.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나서인지 혼자 다니면 ‘왜 혼자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또한 부담이죠.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이야기했는데, 앞으로 그 부담감을 평생 갖고 살기로 했어요.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부부의 상’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진실’되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만큼 그는 지금 행복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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