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초기, 왕건 역에 최수종(42)이 등장하자 의외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쌍꺼풀진 눈에 곱상한 얼굴, 선하디 선한 이미지인 그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황제의 역할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그런 선입관은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왕건이 곧 최수종이고, 최수종이 곧 왕건이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마치 왕건이 환생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왕건을 지덕을 겸비한 황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그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방영된 드라마 ‘야망의 전설’에서 최수종이 깡패 역할을 맡았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처음에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내기를 했죠. ‘처음부터 너무 기대하지는 말라. 연기자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마라톤 보듯이 봐달라’면서. 결국 내가 이겼죠. 저는 배역을 맡았을 때 전체적인 플랜을 짜서 진행해요. 왕건 할 때는 나이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몸무게를 8kg 뺐다가 다시 6kg을 찌우기도 했어요.”
최수종은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는다. 한 드라마에서 왕건으로 등장하면서 다른 드라마에서는 깡패로 나온다면 이를 본 시청자들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삶도 연기도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등장한 드라마는 실패한 적이 없다.
최수종이 연기자 생활로 접어든 지 올해로 18년째. 연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다. 그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인생행로를 살펴보면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