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3월 3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근태 고문은 2000년 8월 대표최고위원 경선 당시 불법 경선자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근태의원 불법경선자금’ 검찰진술 조서.
야당 편파수사 논란이 일자 검찰은 안희정씨가 대우측으로부터 노 대통령의 2002년 대선후보 경선자금 5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때 16개 지역 레이스를 다 마친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20억원 이상 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7월, 경선 때 불법행위를 했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경선 자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검찰은 노-정 경선자금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 구 주류는 무엇인가를 쥐고 있는 듯 두 사람의 경선자금과 관련된 폭로를 직간접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특히 권노갑 전 고문은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경선 자금 공개하면 정동영은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권 전 고문은 보도 직후 인터뷰 내용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정동영 경선자금’ 부분에 대해선 발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치권은 경선자금 명세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그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경선자금 모금-집행 과정에서 불법성, 도덕적 취약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유력 정치인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경선자금을 모금해 어디에 얼마를 썼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불법을 자행했고 이를 어떻게 은폐해 왔다는 것인지,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동아’는 최근 ‘김근태 경선자금’ 검찰 진술조서를 입수했다. 이 기록은 이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002년 3월 “2000년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때 5억4000만원을 썼고, 이중 2억4500만원은 선관위에 보고하지 않은 불법 모금이었으며, 여기에 권노갑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2000만원도 포함돼 있다”며 개략적인 자금사용 명세를 공개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고해성사 했다’는 정상을 참작받아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 진술조서에는 김 대표가 미처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경선자금의 모금-집행 실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현장감 있는 증언들이 담겨 있다.
또한 검찰이 여당, 야당을 구분해 자의적인 잣대로 경선자금 수사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내용들도 있다.
기자회견 때 안 밝힌 내용들
“양심적으로 고백한 쪽만 두고두고 피해를 보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불만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경선자금 문제가 논란과 궁금증을 낳고 있는 이상, ‘김근태 경선자금’ 검찰 진술조서를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경선 자금 공개 당시 “단언하건대 내가 쓴 경선자금은 최고위원 당선자 중 가장 작은 규모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염두에 두고 ‘김근태 경선 자금’의 실체를 관찰해 보자.
김근태 원내대표(당시 민주당 고문·국회의원)가 경선자금을 전격 공개한 지 두 달이 지난 2003년 5월2일부터 김 의원의 회계책임자들은 서울지검에서 경선자금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김 의원 후원회 회계책임자 유 모씨의 진술 내용.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당시 김근태 의원의 선거캠프 규모, 활동시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후원회 소재지 및 구성인원은 어떤가요.
답 :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을 후원회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 8월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당시에는 후원회 대표 변모씨, 회계책임자 김모씨, 회계책임자 직무대리자 저 등 3명이었습니다. 지구당 사무실은 서울 도봉구 H빌딩 3층이고 구성인원은 사무국장, 총무부장, 여직원 등이었습니다. 2000년 최고위원 경선 땐 여의도 J빌딩 8층에 경선사무실을 마련했고, 12명이 상근했습니다.
-최고위원 선거운동 활동시기는 어떠했나요.
답 : 2000년 7월10일 사무실을 오픈했고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은 8월30일이었으며 9월19일경까지 사무실을 운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