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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의원 검찰진술서’ 통해 본 불법 경선자금 실태

“서랍 속에 비자금(현찰) 2억 4500만원 넣어두고 사용”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김근태 의원 검찰진술서’ 통해 본 불법 경선자금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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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비자금 대부분 국회 사무실에서 받아
  • ● 불법 경선자금 명세, 비밀장부 만들어 별도 관리
  • ● 권노갑씨 외에도 40~50명이 불법 경선자금 제공
  • ● 검찰, 권씨 이외 자금제공자 덮어‥형평성 논란
  • ● 190명 자원봉사자에 주당 15만원씩… 경선 20일 앞두고 4억 동나
‘김근태 의원 검찰진술서’ 통해 본 불법 경선자금 실태

2002년 3월 3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근태 고문은 2000년 8월 대표최고위원 경선 당시 불법 경선자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근태의원 불법경선자금’ 검찰진술 조서.

검찰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 2000년 대표 최고위원 경선 때 10억여원의 경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한화갑 의원의 사법처리를 추진중이다. 검찰이 당내 경선 자금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칼을 댄 것이다.

야당 편파수사 논란이 일자 검찰은 안희정씨가 대우측으로부터 노 대통령의 2002년 대선후보 경선자금 5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때 16개 지역 레이스를 다 마친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20억원 이상 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7월, 경선 때 불법행위를 했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경선 자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검찰은 노-정 경선자금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 구 주류는 무엇인가를 쥐고 있는 듯 두 사람의 경선자금과 관련된 폭로를 직간접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특히 권노갑 전 고문은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경선 자금 공개하면 정동영은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권 전 고문은 보도 직후 인터뷰 내용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정동영 경선자금’ 부분에 대해선 발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치권은 경선자금 명세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그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경선자금 모금-집행 과정에서 불법성, 도덕적 취약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유력 정치인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경선자금을 모금해 어디에 얼마를 썼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불법을 자행했고 이를 어떻게 은폐해 왔다는 것인지,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동아’는 최근 ‘김근태 경선자금’ 검찰 진술조서를 입수했다. 이 기록은 이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002년 3월 “2000년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때 5억4000만원을 썼고, 이중 2억4500만원은 선관위에 보고하지 않은 불법 모금이었으며, 여기에 권노갑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2000만원도 포함돼 있다”며 개략적인 자금사용 명세를 공개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고해성사 했다’는 정상을 참작받아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 진술조서에는 김 대표가 미처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경선자금의 모금-집행 실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현장감 있는 증언들이 담겨 있다.

또한 검찰이 여당, 야당을 구분해 자의적인 잣대로 경선자금 수사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내용들도 있다.

기자회견 때 안 밝힌 내용들

“양심적으로 고백한 쪽만 두고두고 피해를 보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불만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경선자금 문제가 논란과 궁금증을 낳고 있는 이상, ‘김근태 경선자금’ 검찰 진술조서를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경선 자금 공개 당시 “단언하건대 내가 쓴 경선자금은 최고위원 당선자 중 가장 작은 규모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염두에 두고 ‘김근태 경선 자금’의 실체를 관찰해 보자.

김근태 원내대표(당시 민주당 고문·국회의원)가 경선자금을 전격 공개한 지 두 달이 지난 2003년 5월2일부터 김 의원의 회계책임자들은 서울지검에서 경선자금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김 의원 후원회 회계책임자 유 모씨의 진술 내용.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당시 김근태 의원의 선거캠프 규모, 활동시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후원회 소재지 및 구성인원은 어떤가요.

답 :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을 후원회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 8월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당시에는 후원회 대표 변모씨, 회계책임자 김모씨, 회계책임자 직무대리자 저 등 3명이었습니다. 지구당 사무실은 서울 도봉구 H빌딩 3층이고 구성인원은 사무국장, 총무부장, 여직원 등이었습니다. 2000년 최고위원 경선 땐 여의도 J빌딩 8층에 경선사무실을 마련했고, 12명이 상근했습니다.

-최고위원 선거운동 활동시기는 어떠했나요.

답 : 2000년 7월10일 사무실을 오픈했고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은 8월30일이었으며 9월19일경까지 사무실을 운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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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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