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이라고 주가가 떨어지는 회사.
- 박사급 인력만 1500명이 넘는 회사. 인재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인사팀장이 회사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가는 회사. 삼성전자의 쾌속항진은 멈출 줄을 모른다. 소니, 도요타 등 쟁쟁한 일본 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브랜드 평가 5위에 오른 삼성전자 경쟁력의 비밀은?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을 ‘뉴스위크’는 ‘수도자적 제왕(Hermit King)’이라고 불렀다.
지난 2001년 처음 실시된 이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48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그러다가 지난해 12위까지 뛰어오르며 톱10 진입 가능성을 확인한데 이어 올해 들어 단번에 랭킹 5위까지 수직상승한 것.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원만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소니에 한발 뒤져 2위에 머물렀지만 도요타(3위) 싱가포르에어라인(5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을 모두 제쳤다.전세계 85개국에서 4000명이 넘게 참가한 이번 조사는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2~3년전부터 전자왕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내에서 ‘경계대상 1호’로 자리잡았다.지금은 소니뿐만 아니라 일본의 모든 전자업체가 ‘타도 삼성’의 기치를 내걸 정도다.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 8월에는 일본 도시바가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인수를 삼성에 요청하기도 했다.이는 반도체 종주국이라는 일본이 삼성에 무릎을 꿇는 일대 사건이었다.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일본의 아성을 깨는 순간이기도 했다.일부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36년간 통치했던 뼈아픈 역사를 삼성이 되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1987년 삼성이 처음 반도체사업을 시작할 당시 일본업체들로부터 받은 무시와 문전박대를 생각하면 일본 기업의 인수 요청이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삼성 수뇌부가 도시바의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이 일은 삼성전자의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 달 영업이익만 1조원
삼성전자는 일반인들의 상상 이상으로 강한 회사다.매분기 2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매출은 10조원이 넘는다.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12조8500억원에 영업이익 2조6200억원을 기록했다.이런 실적을 꾸준히 낼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전자·IT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올해는 매달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국내에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기는 회사가 외국계와 금융기관,유통업체까지 통틀어 150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에 ‘불과’하다고 주가가 떨어지는 기업을 언제 상상이나 했겠냐며 삼성전자를 치켜세웠다.삼성전자가 국내기업에 끼친 해악(害惡)중 하나가 일반인의 숫자 감각을 마비시킨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10대 그룹에 속하는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워낙 천문학적 액수의 이익을 내는 통에 다른 기업이 뼈빠지게 고생해서 천억원대의 이익을 내더라도 별 것 아니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불과 7년 전인 1996년만 하더라도 연간 적자규모가 5000억원에 달하는 최악의 기업이었다.이런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외환위기 덕분이었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여파로 몸부림치던 1998년 7월,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렸던 생존대책회의에서 윤종용 당시 사장은 “7월 한 달에만 17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 확실하다”며 말문을 열었다.결론은 대대적인 자산매각과 인원감축을 포함한 대규모 사업구조조정.이날 회의는 사장단을 포함,삼성의 수뇌부 모두가 사표를 내는 것으로 끝났다.
장기 비전이 없다고 판단된 소규모 가전제품과 무선호출기 등 34개 사업 52개 품목이 정비됐고 서비스 물류 등 42개 저부가가치 사업은 분사 형식으로 떨어져나갔다.해외법인 12개가 정리되고 8만5000명에 달하던 인원은 1999년 말까지 5만4000명으로 줄었다.반도체 사업의 모태가 됐던 부천공장의 전력용 반도체 사업도 페어차일드사에 팔렸다.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가며 만든 공장이었다.
이후 삼성전자에는 상시구조조정 체제라는 표현이 자리잡았다.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장기비전이 없는 사업은 언제든지 도려내는 방식이다.지금 삼성전자의 팀장급 임원중 외환위기 이전부터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어느 전자업체도 갖추지 못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기반이 됐다.이른바 삼각편대라고 불리는 반도체 통신 디지털미디어의 사업축이 IT업계의 장기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기반이 된 것.주력품목의 다각화 전략이다.
반도체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수익원(cash cow)이 탄생했고 액정표시장치(LCD),디지털TV 등으로 수익이 분산됐다.반도체내에서도 주력 품목을 다각화하면서 끊임없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는 플래시메모리가 반도체 분야의 매출 비중에서 37%를 차지하면서 영업이익도 품목 중 최고를 기록, 그동안 반도체의 맹주 자리를 지켰던 D램을 밀어냈다.LCD 역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이 42%나 증가하면서 반도체·휴대전화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게다가 각 사업은 단순히 경기사이클의 영향을 완충시키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휴대전화가 단기간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디스플레이 컨트롤칩 등의 비메모리와 플래시메모리,S램 등과 같은 반도체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DVD플레이어와 디지털TV 역시 자체 개발,생산한 칩을 장착하고 있다.
우리증권 최석포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통신 가전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디지털제품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 융합의 표본
이 같은 각 사업부문간 경쟁과 협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인재 육성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가능했다.서울대를 능가하는 한국 최대의 인력풀(pool)로 불리는 삼성전자에는 박사급 인력만도 1500명이 넘는다.생산기능직을 제외한 25%가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며 이 숫자는 매년 1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삼성은 핵심직원들을 S(Super)급과 H(High Potential)급으로 분류,별도 관리하고 해외채용팀은 핵심인력 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돌며 스카우트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천재급 인재 1명을 데려오기 위해 전용기를 띄우고 윤종용 부회장에서부터 사장단까지 총출동한다.삼고초려(三顧草廬)는 기본.실제로 삼성전자 김인수 인사팀장은 8개월간 공을 들인 인재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2003년 9월 회사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삼성은 연말 사장단 업적 평가에서 계열사별 핵심인력 확보 달성률을 평가해 반영하고 있다.삼성계열사 인사팀장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핵심인력 목표와 현황을 적은 보고서가 항상 준비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인사팀은 우수인력의 유지를 위한 조직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열성적이다.전 사업부문에 걸친 직무분석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 위주로 조직을 재편성해 1인당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삼성전자가 국내외 연수와 해외지역전문가 프로그램 등에 투자하는 비용만 연간 500억원이 넘는다.
삼성은 기술등급을 기초 첨단 핵심 미래 등 4가지로 분류,각 단계에 맞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연간 200여명이 넘는 인력이 해외 유명 연구소에서 미래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교육에 투입된다.이들이 5~10년 후 삼성전자를 먹여살릴 기술적 토양을 일구는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지적재산권을 최고의 기업자산으로 간주하는 삼성전자에서는 전체 임직원의 30%가 넘는 1만7000여명이 R&D 인력이다.미국 일본 영국 인도 러시아 등지에도 해외 R&D센터를 두고 있다.매년 2조원 이상,매출의 8% 가량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한 마디로 엔지니어의 천국이다.
삼성전자에 대박을 안겨준 애니콜의 신화도 R&D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의 결실이다.1988년 휴대전화 개발을 시작했지만 애니콜이 탄생한 것은 그후 7년이 지난 1994년이었다. 그나마 품질 확보가 제대로 안 돼 이듬해인 1995년 3월에는 시중에 나간 제품을 완전 회수해 태워버리는 ‘화형식’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당시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 휴대전화만 해도 500억원어치가 넘는다.
통신사업부 엔지니어들 중에 유독 15년차 이상 고참들이 많은 것도 10년 후를 내다보는 삼성의 R&D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매달 한 번 열리는 전사 최고기술경영자(CTO)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도 3~4년 후,멀게는 10년 이후 사업화될 기술들이다.
디지털TV와 LCD 등으로 수익원을 분산시킨 것이 삼성전자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애니콜의 성공 이면에는 삼성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브랜드 관리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삼성이 중저가 제품을 파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첨단 디지털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1996년 5월 이건희 회장이 “C급인 삼성의 이미지를 A급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 김병국 부사장은 “당시 삼성전자는 해외법인별로 50개가 넘는 광고회사를 고용,무차별적으로 단발성 광고판촉에만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한마디로 제품을 내다파는 데만 열중했던 것.좋은 기업 이미지가 브랜드 선호도를 형성하고 이것이 구매 의사를 생성시켜 브랜드 파워를 다시 강화하는 선순환 과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이 회장의 지시로 ‘올림픽 파트너십’을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하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다.1996년 IOC위원이 된 이 회장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무선기기분야의 공식 스폰서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삼성전자를 끼워넣는 데 성공했다.
싸구려 가전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에서 첨단 무선기기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전그룹의 역량이 휴대폰에 집중됐다.후원도 후원이지만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의 무선통신기술을 모두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림픽을 글로벌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대적인 합동작전도 뒤따랐다.올림픽 개최 3~6개월 전부터 전 해외법인이 치밀한 광고,판매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기 시작했다.대규모 판촉행사에서부터 지역별 국가별 스폰서십을 획득하는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벌인 것.특히 CNN CBS NBC 등 세계적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삼성의 브랜드가 노출되면서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으로 이어졌다.사실상 애니콜신화의 8할은 올림픽 마케팅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마케팅실의 브랜드전략그룹에서 미주 러시아 등 7개 해외 총괄지역에 전담 요원을 파견,지역별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수립과 집행을 지휘하고 있다.본사 지역 사업부의 브랜드 관리 담당자들은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워크숍을 통해 일관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글로벌마케팅실에서 집행하는 광고비만 연간 5억달러가 넘고 마케팅에 투여된 전체 금액은 매년 20억달러가 넘는다.브랜드 전문가인 고려대 박찬수 교수(경영학)는 “스탠퍼드대에서 개발한 브랜드 자산가치 측정방법을 이용해 애니콜의 브랜드 자산가치를 측정한 결과 3조3081억원(약 30억달러)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도면밀한 성장전략을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오늘의 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성만이 가진 경영모델과 독특한 기업문화를 알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 ‘비즈니스위크’ ‘포춘’ ‘타임’ 등 삼성을 특집기사로 한 두번씩 다룬 적이 있는 해외언론들은 삼성식 경영의 성공요인으로 이건희 회장을 정점으로 한,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꼽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한 마디로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다.지난해 11월 ‘뉴스위크’지는 이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수도자적 제왕(The He rmit K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은둔자라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hermit’이라는 단어와 ‘제왕’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단어의 액면 뜻 그대로 이 회장은 태평로 삼성본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많지 않다.개인 집무실이자 영빈관인 한남동 승지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이 회장이 각사의 자율경영을 우선시해 일상 경영 현안은 각사 CEO에게 일임하고 전략 구상 등 보다 상징적인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재벌 총수와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때로는 인재경영,강소국(强小國),상생(相生)경영과 같은 사회적 키워드를 내놓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 ‘안 하는 듯하면서 다 하는 스타일’(강영훈 전 총리), ‘방향만 잡아 제시하는 현대형 지장(智將)’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사려깊은 철학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등의 평가가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 때문에 삼성전자 사장들조차 이 회장의 말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경영스타일은 이 회장의 의중을 그룹 경영 전반에 관철시키는 강력한 구조조정본부가 있기에 가능하다.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이나 월드베스트 제품 육성,인재경영 등 경영화두를 제시하면 구조조성본부는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와 협력해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패스파인더(path finder·길안내) 역할을 한다.
경영환경이 급변할 때 조기에 경보를 울려주고 계열사간 사업분할이나 경영을 조율하는 관제탑의 기능도 맡고 있다.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안홍진 상무는 “삼성식 경영의 경쟁력은 이 회장의 오너십을 정점으로 구조조정본부와 관계사 경영진들이 양축을 이루는 삼각편대 구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전병서 대우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이를 “일본식 정신과 미국식 실무가 결합된 삼성만의 독특한 경영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계열사를 통틀어 최장수 CEO인 윤종용 부회장도 철저한 실리 위주의 경영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그의 좌우명인 ‘격물치지(格物致知 : 실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며 지식을 완전하게 함)’는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는 윤 부회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지난1월 ‘비즈니스위크’지가 ‘2003년 전세계 최우수경영자 17명’에 윤 부회장을 포함시켰고 수년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지만 그는 언제나 차분하게 자신을 제어한다.화려한 수사(修辭)보다는 아호인 ‘초하(草夏)’처럼 자신을 겸손히 낮추면서 내부의 자만을 경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위기의식이 없으면 문제의식도 없고,문제에 대응하는 기민성도 떨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톱에서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고 조직화된 관리문화 역시 삼성의 강점이다.미국 아이비리그 출신부터 지방대학 출신까지 일단 한번 삼성에 발을 들여놓으면 조직에 융화시켜 100년은 간다는 콘크리트 같은 조직을 만든다는 의미다.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입사해서 20년이 지났지만 어디서 대학동문회 한다고 오라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60여개의 해외법인을 갖출 정도로 글로벌화되면서 내부파벌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있다.능력과 실력위주로 평가를 받는 철저한 인사시스템도 한몫하고 있다.
‘학연’ 따지면 ‘촌놈’ 취급
매년 임원 승진자의 20% 이상이 해외 석박사학위 소지자이고 해외지역전문가 코스를 거친 인원만 2000명이 넘는다.이러니 같은 출신지역,같은 학교 선후배라고 해서 파벌을 만들었다가는 촌놈 취급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실제로 지난달 그룹 임원인사에서 중국의 통신연구소장인 중국인 왕통씨를 상무보로 승진시켜 3년 연속 외국인 임원을 배출했으며 해외 부문 승진자는 91명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프트웨어(기업경영방식)와 하드웨어(사업구조)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지금까지의 그 어떤 기업보다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지난해 삼성전자의 수출액 377억달러는 국가 전체 수출의 20%에 달했고 삼성그룹의 납세액은 6조5000억원으로 국가 조세예산의 6%가 넘었다.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해 35살이 된 삼성전자는 평범한 개발도상국 기업에서 필립스 파나소닉 산요 에릭슨 모토로라 소니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현재와 같은 파죽지세의 성장을 계속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5년이나 10년 후 지금을 삼성전자의 최대 전성기라고 기록할지,아니면 또 다른 도약의 출발점으로 평가할지는 그때 가서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더구나 아직까지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따라잡아야 할 선진기업들이 즐비하고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고 있다.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스스로 개선할 것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조직문화가 체질화될 정도로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삼성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