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썬앤문에 대한) 가압류 해지는 법원이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신동아’가 입수한 농협 내부 결재서류에 따르면 정 회장의 이 증언은 진실을 왜곡한 것이다.
썬앤문에 대한 가압류 포기를 결정한 농협중앙회의 2003년 6월2일자 결재서류.
이 가운데 37건 115억3200만원은 썬앤문그룹 김성래 전 부회장 등이 대출서류를 위조해 사기대출을 한 것으로 검찰이 공소를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김 전 부회장과 썬앤문측이 공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농협중앙회 입장에선 대출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므로 채권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농협중앙회는 2003년 4월10일 대지개발 소유 경기 양평군 소재 임야 113만4598㎡(양평 TPC골프장)에 대한 가압류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 신청했다. 그러자 대지개발측은 2003년 5월12일 농협의 가압류는 부당하므로 해지돼야 한다는 이의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얼마 뒤 농협의 가압류는 해지됐다.
이 대목에서부터 새로운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은 최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썬앤문에 대한) 가압류 해지는 법원이 결정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신동아’가 입수한 2003년 6월2일자 농협중앙회의 ‘제소 포기 승인’ 서류는 정 회장의 증언과는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서류에 따르면 대지개발이 가압류에 대한 이의신청을 수원지법에 제기하자 농협중앙회는 가압류이의사건 응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가 응소의 포기를 신청해오자 농협중앙회 채권관리실장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결정이 이뤄졌다.
농협측이 스스로 대지개발측 이의신청에 대한 응소를 포기한다고 법원에 밝힘으로써 법원은 대지개발 소유 부동산에 대한 농협의 가압류를 해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압류를 해지한 주체는 농협중앙회이지 법원이 아니라는 것. 썬앤문측과 소송분쟁중인 한 관계자는 “농협의 경우 형식논리로 법원이 가압류를 해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정대근 회장은 또 청문회에서 “‘썬앤문에 준 대출금 115억원은 결손 처리해야 될 상황’이라고 발언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동아’가 확인한 국회속기록에 따르면 이 말도 사실과 다르다. 정 회장은 지난해 국회에 나와 박재욱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썬앤문 대출금의 경우) 지금 얼마나 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건질 수 있는 것은 미미한 수준이고 나머지는 별 방법 없이 결손 처리해야 될 상황입니다”라고 답변했다.
농협은 자신들이 응소를 포기해 가압류가 해지된 사실을 인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답변시간이 부족해 정 회장이 그렇게 증언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가압류 포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농협은 “검찰이 김성래 전 부회장의 단독 사기로 공소를 제기한 상황에서 대지개발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질 경우 채권확보가 영원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판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썬앤문과 소송관계에 있는 한 관계자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종판결 때까지 수년이 걸린다. 그 기간만큼 채권 확보가 가능한데 왜 가압류와 민사소송을 스스로 포기하나. 오히려 가압류를 풀어주고 재판을 포기하면 대지개발의 부동산 임의 처분을 막을 수 없어 영원히 채권확보가 불가능해질 위험이 더 커진다.”
이광재, 여택수씨 등 노 대통령 측근들은 썬앤문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고, 썬앤문측은 농협으로부터 120억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돈을 떼일 위기에 놓인 농협은 썬앤문에 대한 가압류를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정대근 농협 회장은 자신의 발언을 뒤엎거나 진실과 다른 증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