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섹스대 심리학과의 브렌다 토드 박사 연구팀은 남녀 대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아기 인형을 안아보게 한 뒤 그 다음 상황에서 안고 있는 아기인형의 얼굴을 바라보게 했다. 그 결과 여학생들은 대체로 왼쪽 품에 아기를 안았다. 아기를 바라보는 얼굴도 왼쪽으로 돌려져 있었다.
토드 박사는 이에 대한 설명을 뇌의 좌우 역할 차이에서 찾았다. 과학자들은 뇌의 왼쪽 반구는 이성적인 사고를 관장하며 오른쪽은 감성을 담당한다고 보고 있다.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아기가 웃고 우는 것과 같은 감정적인 변화를 빨리 알아채는데 이런 활동을 담당하는 것은 오른쪽 뇌다. 오른쪽 뇌가 몸의 왼쪽을 관장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아기를 왼쪽에 두고 어머니의 왼쪽머리가 아기를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어머니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에 따라 아기를 안는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토드 박사는 “이번 실험 결과는 아기를 돌보는 여성의 70∼85%가 아기를 왼쪽에 둔다는 이전의 조사와도 일맥상통한다”며 “뇌의 오른쪽 반구가 외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데 있어 왼쪽 반구보다 더 뛰어나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학생들은 여학생들과 달리 아기를 안는 방향이 제각각이었다. 토드 박사는 이에 대해 “여성과 달리 남성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발달과학 저널’ 1월호에 발표됐다.
오른쪽 뇌가 감정을 관장한다는 사실은 일상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이나 초상화를 보면 얼굴이 약간 왼쪽으로 기운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좀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 미소를 짓다 보면 감정을 다스리는 우뇌가 작용해 무의식적으로 왼쪽 얼굴을 보이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화를 낸다면 자리부터 바꾸고 볼 일이다.冬
이영완 동아사이언스 기자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