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홈페이지는 보통 개봉 4∼8주 전 오픈해 갖가지 이벤트로 네티즌의 호응을 유도한다. 네티즌의 관심이 관객 수와 비례하기 때문. 영화 전문 포털 사이트인 조이씨네(www.joycine.com)의 한 관계자는 “네티즌이 여론 형성의 주축을 이루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마케팅이 치열하다”며 “홍보비용을 늘려서라도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게 영화계의 불문율”이라고 덧붙였다.
10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는 영화 ‘실미도’ 홈페이지 (www.silmido2003.co.kr)의 경우 북파공작원 31명을 추모하는 글과 꽃 달기 캠페인, 북파공작원 명예회복 국민운동 등을 벌이면서 북파공작원 유족동지회와 연계해 범사회적 운동에 나서고 있다. ‘안녕 유에프오’ 홈페이지(www.2004ufo.co.kr)에선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범수가 직접 녹음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고 연인의 애정도를 테스트하는 설문조사와 연애 상담을 해준다. ‘애정빙자사기극’이라는 타이틀을 단 ‘그녀를 믿지 마세요’ 홈페이지(www. guragirl.co.kr)는 거짓말을 한눈에 알아보는 법, 나만의 거짓말 노하우, 의심 많은 남자친구 속이는 법 등 흥미진진한 코너들로 구성돼있다.
문제는 이들 영화의 홈페이지가 영화종영 후엔 아예 없어지거나 성인물 서비스 업체에 팔리고 있다는 것. 검색 사이트에서 지난 영화 제목을 쳤다가 성인 사이트가 열리는 것을 경험한 네티즌들은 영화 홍보 사이트를 ‘쓰레기’로 취급하기도 한다.
‘봄날은 간다’ ‘공공의 적’ ‘피도 눈물도 없이’ ‘서프라이즈’ 등의 홈페이지는 영화가 끝난 후 성인 사이트로 둔갑했고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YMCA야구단’은 아예 홈페이지를 닫았다.
개봉 전에 만들었다가 종영 후 3∼6개월 안에 닫는 영화 홈페이지. 애써 만든 것인 만큼 네티즌들로부터 정보의 바다에 뿌려진 또 하나의 쓰레기라는 핀잔은 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감동적으로 본 영화를 추억할 수 있도록 영화 홈페이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