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 코즈웨이 자연유산지역의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
‘거인의 돌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지명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온다. 어느날 스코틀랜드의 거인이 아일랜드 거인에게 힘겨루기를 하자고 제의했다. 도전을 받은 아일랜드 거인은 인근 해안지역에 산재해 있던 거대한 돌기둥을 뽑아와 이곳에 경기장을 마련했다. 물론 아일랜드 전설인 만큼 승리는 당연히 아일랜드 거인에게 돌아갔다는 결말.
6km에 걸쳐 흡사 조각품이라도 되는 듯 서 있는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바위군은 전설의 배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관을 자랑한다. 5000만~6000만년 전 화산폭발 때 솟구친 마그마가 바다로 흘러가다 굳는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이 형성됐다는 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자이언츠 코즈웨이 관람방법은 크게 두 가지 다. 하나는 방문자센터 뒤편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돌기둥 위를 걷는 해안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언덕 위에 난 산책로를 따라 주변을 살펴보는 절벽코스다. 줄잡아 4만개가 넘는다는 돌기둥들은 언뜻 모두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조금만 다가가 살펴보면 높이 4~5m, 둘레 2~3m에 불과한 작은 것부터 무려 100m가 넘는 큰 돌기둥까지 매우 다양하다.
산봉우리를 뒤덮고 있는 이 지역의 명물 돌기둥.
이런 이유 때문에 특히 전망이 빼어난 장소에가보면 한가롭게 쉬고 있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을 늘 만날 수 있다. 초원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방문객도 보인다. 심지어는 바위와 바위 사이에 그물을 설치하고 고기를 잡는 이들도 있어 ‘자연유산지역’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
주변에 서식하는 희귀한 동식물과 그림같이 예쁜 마을은 또 다른 볼거리다. 절벽 길을 걷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새들과 양치류는 유럽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종류. 유네스코의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에 서식하는 조류는 풀마갈매기를 비롯해 알락쇠오리, 검은오리 등 약 80여종이며, 인근에 사는 검은딱새와 메뚜기휘파람새 등까지 합하면 1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가히 새들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한편 낭떠러지와 바위 사이에는 크고 작은 바다새들이 만들어놓은 움집과 이 지역 특유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바위군이 끝나는 지점의 드넓은 자갈밭과 이끼가 무성한 해안선, 인근에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관목숲, 황야, 습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가장 이상적인 자연환경’을 위해 일부러 디자인한 듯 아름답다.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예쁜 앤트림 마을. 아기자기한 민박집이 많다.
이 지역은 또 멋진 해변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포트러시와 앤트림은 꼭 둘러봐야 할 곳. 포트러시는 바위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로 대서양에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자 예로부터 아일랜드 문학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던 곳이다. 마을 전체가 민박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좋을 앤트림 마을은 풍경화가 연상될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황홀한 바위와 초원, 그리고 짙푸른 바다. 드넓은 들판 위에 텐트를 치고 그 위에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저녁놀과 은하수가 머리 위로 쏟아진다. 북아일랜드의 독특한 풍광과 고즈넉한 정취가 가득한 자이언츠 코즈웨이 자연유산지역은 여유와 휴식을 위해 찾아온 여행객을 반겨 보듬어 안는 후덕한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