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특이하고 센세이셔널한 이력의 주인공은 3월17일 첫 내한공연을 갖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다. 그의 인기는 유럽권, 특히 고국인 영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페터 슈라이어의 뒤를 잇는 테너’라는 찬사도 들린다.
그러나 보스트리지가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투명한, 바스라질 듯 연약한 음색의 소유자이다. 성악 애호가라면 보스트리지가 두성(頭聲)을 많이 사용하여 한결 가볍게 들리는 영국 테너 특유의 발성법에 능하다는 점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스트리지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장르는 슈베르트를 비롯한 독일 리트와 브리튼의 가곡이다. 정식 음악학교 출신이 아닌 그를 발굴한 인물이 희대의 리트 바리톤인 피셔 디스카우라는 점이나, 첫 음반이자 첫 번째 그라모폰상 수상작이 슈베르트의 연가곡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란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EMI와 계약 후 첫 음반인 슈만 가곡집에서도 보스트리지의 장점은 십분 발휘된다. ‘리더크라이스’와 ‘시인의 사랑’이 수록된 이 음반에서 보스트리지는 젊은이의 격정을 예민하게 표현한다. 사랑을 발견하고 실연하고 슬픔 속에서 죽어 가는 ‘시인의 사랑’의 주인공이 바로 보스트리지 자신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