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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청와대-한나라당-검찰 ‘적과의 동침’?

  • 글: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yc11@donga.com

청와대-한나라당-검찰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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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특별하다. 우선 검찰이 대선이 끝난 뒤 1년도 안 돼 대선자금을 낱낱이 파헤친 적이 없다. 현직 대통령의 ‘구린 곳’에 손 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검찰의 역대 대선자금 수사는 임기말 또는 새 정권이 들어선 후, 그것도 일부만 파헤친 뒤 덮곤 했다.

두 번째는 대선자금 수사의 장기화다. 검찰이 SK 비자금사건을 수사하다 대선자금의 ‘꼬리’를 잡고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그 이후 대선자금 수사는 벌써 5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한 대선자금 청문회가 진행되던 2월12일, 검찰은 “삼성그룹이 한나라당에 추가로 170억원의 대선자금을 채권으로 제공했다”는 메가톤급 발표를 하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의 종착지는 아직도 가늠하기 힘들다. 또 검찰의 내사기간까지 포함하면 반년 이상을 대선자금 수사에 매달린 상황이다. 4·15 총선의 최대이슈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선자금 수사뿐만이 아니다. 박주선(朴柱宣) 이훈평(李訓平) 박명환(朴明煥) 박주천(朴柱千) 박재욱(朴在旭) 의원 등은 대선자금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개인비리 차원에서 구속됐다.

세 번째는 대선자금 수사의 여파가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후폭풍을 동반했다는 사실이다. 대선자금 수사 이후 현재까지 구속된 현역의원은 모두 13명. 이중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만이 국회 본회의에서 ‘석방결의안’을 통과시켜준 동료 의원들의 ‘의리’로 잠시 풀려난 상태. 여기에 한화갑 의원 등 앞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의원은 10여명에 이른다.



대세에 떠밀린 불출마 선언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은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한나라당의 경우 28명의 현역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이중 지역구 의원이 25명에 이른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민자당 박경수(朴炅秀) 의원이 15대 총선을 앞둔 1996년 “본업인 농부로 돌아가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각 언론은 그의 불출마 선언을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그 정도로 현역의원의 자의적 불출마는 흔한 장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중진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은 말 그대로 신문의 ‘한 줄’ 이상을 차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들의 불출마 선언 이유는 각기 다르다.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타의에 의해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도 있고, ‘개혁’과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대세에 밀려 정치권에 이별을 고한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불출마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 안팎의 눈총에 등이 떠밀린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데는 검찰 스스로의 생존본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 ‘정권의 첨병’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 속에 ‘정치 검찰’의 딱지를 떼지 못했던 검찰은 정치권에 대한 가차 없는 사정수사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음직하다. 더욱이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노 정권에게 ‘서열파괴’와 ‘인사개혁’이라는 빌미를 제공했고, 이것이 검찰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만들었다. 검찰의 위기타개 방식은 대개 ‘성역 없는 수사’라는 귀착점에 이르게 되고, 검찰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정치권을 지독한 ‘독감’에 감염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검찰이 ‘정치권의 인적 청산’과 ‘판갈이’를 원하는 권력 핵심부의 의중을 읽어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개혁’과 검찰의 생존본능은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든 염화미소(拈華微笑)든 청와대와 검찰이 이해를 같이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침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화갑 의원의 경선자금 수사를 빌미로 민주당은 광주로 내려가 장외투쟁까지 벌였다. 이에 비해 대선자금 수사로 혼돈상태에 빠진 한나라당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검찰 수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차떼기’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할 말이 많지는 않겠지만 국회 과반수가 넘는 거대야당으로서는 너무 무기력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국민의 정부 시절 검찰의 자당 의원 수사에 대해 영남과 수도권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있다.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에 줄줄이 소환된 한나라당 인사들은 대부분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핵심측근이었다. 박주천 의원 정도만이 대표경선 당시 최병렬(崔秉烈) 대표 쪽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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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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