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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고발

‘펜션 천국’, 오염되는 금수강산

돈 벌 땐 숙박업소, 규제는 전원주택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펜션 천국’, 오염되는 금수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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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산림이 ‘펜션’ 몸살을 앓고 있다.
  • 깊은 계곡자락에도, 상수원보호구역에도, 바닷가 갯벌 위에도 유럽형 고급민박시설인 펜션(Pension)이 거침없이 들어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펜션 천국’, 오염되는 금수강산

경기도 가평군의 펜션 단지 신축 현장.

매서운 한겨울 찬바람이 한풀 꺾인 2월 초순의 일요일 오전.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경기도 양평 옥천면의 중미산 일대는 한적한 분위기다. 지난 설 연휴 동안 펑펑 쏟아진 눈이 채 녹지 않아 산자락은 온통 새하얀 빛깔로 뒤덮였고, 여름철이면 시원한 물줄기를 콸콸 쏟아낸다는 계곡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아랫마을에서 산 어귀까지 드문드문 자리한 식당들은 추운 날씨 탓인지, 혹은 이른 시간 때문인지 인기척조차 없다.

산자락 깎아내고 택지 분양

중미산으로 향하는 길가에 나붙은 ‘○○펜션’의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언덕을 올랐다.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따라 100m 정도 오르니 눈 덮인 산자락과 대비되어 황토색이 더욱 선명히 드러나는 널찍한 공터가 펼쳐진다. 시골마을 하나쯤은 족히 들어설 만큼 넓은 땅에는 유럽풍 주택 두어 채가 서 있고, 한 채의 목조 주택이 한창 건설중이다. 아직 조경(造景)이 끝나지 않은 어수선한 정원에는 서울 번호판을 단 승용차 대여섯 대가 북적거린다. 가족끼리 놀러왔다는 펜션 투숙객들은 아침식사를 마친 후 등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여기 살면서 펜션 두 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무척 가까워서 입지 조건이 좋은 편이죠. 펜션 바로 옆에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고 유명산과 중미산 휴양림과도 가깝고…. 중미산천문대에는 하루 200여명이 놀러오는데, 아이들 데리고 온 김에 펜션에서 하룻밤 묵고 가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아요. 주말에 이용하려면 한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이 펜션의 주인 A씨에 따르면 2~3년 전만 해도 이곳은 중미산 산자락의 일부였다. 그러나 전원주택과 펜션 입지로 개발하기 위해 산을 깎았고, 최근 택지 분양이 끝났다고 한다. 분양받은 이들은 대부분 외지인으로, 이곳에 전원주택과 펜션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2~3년 전만 해도 평당 25만원 하던 땅값이 지금은 50만~100만원까지 올랐다”면서 “땅을 되팔아 차익을 크게 남긴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양평, 남양주, 광주 등 팔당상수원 일대가 최근 ‘펜션’ 열풍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북한강을 끼고 있는 양평은 산자락뿐 아니라 강변에서도 대규모 펜션단지 개발이 한창이다. 강변 곳곳에는 ‘전원주택·펜션 분양 상담 환영’ ‘펜션단지 현장사무소 500m’ 등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강 건너 남양주의 러브호텔과 양평의 유럽풍 펜션이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꼴이다.

북한강변의 ‘△△펜션단지’는 일요일인 데도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이 동원되어 공사가 한창이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산 XX번지, 산지전용허가지, 허가면적 5479㎡, 일반주택 부지조성’이라는 공사개요 설명판만이 이곳이 예전에 수려한 산림지역이었음을 말해준다.

인근의 또 다른 펜션단지는 “4억7000만원을 투자해 200평 대지에 60평 짜리 펜션을 신축할 경우 객실가동률이 70%만 되어도 연간 20.3%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향후 객실 이용률 및 부동산 상승률이 최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최상급”이라는 것.

1~2년 전부터 양평 등 팔당상수원 일대에 숙박시설인 펜션이 빠른 속도로 들어서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는 상태. 일반주택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설한 뒤 민박형태로 숙박 영업을 하고 있어 펜션 업주들은 따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가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양평에 33개, 가평에 10개, 여주에 12개의 펜션이 영업중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10개동), 양서면 대심리(35개동), 그리고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50개동) 등 상수원관리지역에 펜션이 집단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은 펜션이 영업중이라는 게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양주, 이천, 광주 등은 아예 지역 내 펜션의 숫자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건축법상 건축물 용도에 펜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 지자체가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누락된 펜션에 최근 새로 문을 연 펜션까지 합친다면 팔당상수원 일대는 가히 ‘펜션 천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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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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