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호

‘위안부 누드’파문 이승연 눈물의 고백

“돌 맞아죽더라도 위안부 할머니들 찾아가 사죄하겠다”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입력2004-02-27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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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들이 반대한다면 후속촬영 중단할 수도
    • 위안부 분노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면 내가 미친 X
    • 정말 누드 안 찍었다, 가슴 일부, 등 노출이 전부
    • 결백 위해서라면 촬영필름, 동영상 모두 공개할 터
    • 연예계 떠날 각오 돼 있지만, 자존심 팔진 않겠다
    ‘위안부 누드’파문 이승연 눈물의 고백
    “무릎을 꿇겠습니다. 무릎 꿇고 사죄를 하겠습니다. 그 분(위안부 할머니)들이 때린다면 맞아야지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상물에 출연, 파문을 일으킨 탤런트 이승연(36)씨는 먼저 머리부터 숙였다.

    그는 2월12일 제작사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삶을 재연한 서사적인 영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이들의 아픔이 밴 필리핀 팔라우를 방문해 사진 촬영을 마쳤으며 일본 촬영분을 더해 3월부터 인터넷과 휴대전화 모바일을 통해 유료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종군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는 물론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은 ‘역사를 모독한 추악한 성상품화’라고 분노했고, 위안부 출신 황금주(85) 할머니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한국여성민우회는 공동으로 이승연씨와 제작사 ㈜네띠앙엔터테인먼트 등을 상대로 ‘위안부 누드’ 관련 사진·동영상 서비스 제공금지 가처분신청을 13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짓밟는다면 짓밟힘 당하겠다



    네띠앙 사이트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가처분신청이 접수된 다음날인 2월14일 밤 11시30분 이승연씨를 서울 한남동 집에서 만났다.

    “얼마나 죄송한데…. 저라도 정말 화가 나겠어요. 당연히 화나는 일이죠.”

    그러면서 이씨는 “혹시 그분들이 기획 의도를 잘 몰랐다면…. 그분들을 직접 만나뵙고 ‘그게(누드)’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뵙겠다는 의사를 그쪽에 직접 전달했나요.

    “회사를 통해 제 의사를 전달했어요. 그런데 그분들은 ‘타협은 없다’고만 하세요. 너무 큰 상처를 받으셔서 그렇겠죠. 이 일과 관련해 어디에도 화살을 돌리고 싶지 않아요. 다 제 책임이죠.”

    -사죄를 하겠다고 했는데요.

    “당연히 해야죠. 도와드리려고, ‘그냥 도와드릴 게요’가 아니라 ‘감히’ 도와드리려는 좋은 취지로 한 일이에요. 결과야 어찌됐든 그분들을 위해서 한 일인데, 그분들이 싫다고 하시네요.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서 사죄를 해야지요.”

    -언제쯤 갈 예정인가요.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사죄하고 싶지만, 그런 의사도 전달했지만 절 만나지 않겠다고들 하세요.”

    -다음주 수요일(2월18일) 서울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현장에 찾아가 사죄를 할 생각은 없는지요.

    “있어요.”

    같은 여자로서 고통 느껴

    -그분들과 시민들로부터 엄청나게 짓밟히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을텐데….

    “짓밟는다면 짓밟힘을 당할 겁니다. 돌로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죄를 할 거고요. 한 가지 두려운 건, 제가 그 분들에게 그러한 방식으로 사죄를 하는 모습이 현 사태를 피해나가기 위한 또 다른 ‘쇼’로 비춰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에요. 그게 겁이 나요. 연출된 모습으로 언론에 비쳐질까봐. (사죄를 하는 과정에) 마녀사냥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분들께만큼은 용서를 구하겠어요. 그 분들을 위해서 한 일이니까. 그분들이 화가 났으니까 화를 풀어드려야지요. 지극히 단순한 논리예요. 어린아이가 잘못했으면 아버지에게 맞아야죠. 잘못했으니까. 왜? 아버지니까. 똑같아요. 옆집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비는 거 아니잖아요. 제 진심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면 사죄를 하고.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그럴 거예요.”

    -그분들이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어떤 처분을 바라는지 여쭤봐야죠.”

    -그쪽에서는 먼저 이 일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기획의도와 취지를 설명했음에도 그 분들이 싫어하신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야지요. 인터넷에서 봤어요. (황남주) 할머니가 ‘한번 찾아오지도 않던 X이 뭘 도와주겠다는 거냐’고 분노하는 것을. 인정해요. 한번도 찾아간 적 없었죠.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같은 여자로서 그분들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위안부 문제를) 잊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그들의 아픔을 짚어주기를 바랐어요. 그분들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그 분들이 싫어하는 일을 더할 이유는 없잖아요.”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는 뜻인가요.

    “중단하겠다, 못하겠다가 아니고요. 중단 여부는 그분들의 뜻에 달려 있다는 거예요.”

    2월3∼10일 팔라우에서 진행된 1차 촬영에서 이승연은 일본군에 짓밟힌 종군 위안부를 표현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진행될 2차 촬영에선 게이샤(일본 기생)가 된 위안부의 삶을 다룰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안에 따르면 자결에 성공하지 못한 이승연이 일본에 도착해 게이샤가 된다. 게이샤는 일본 남자를 사랑하면 철저한 일본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한국인임을 인식한 채 불행한 삶을 산다는 내용이다.

    “2차 촬영은 ‘복수’의 이미지를 담고 있었는데 게이샤로서의 삶, 그리고 일본 남자와의 사랑이 어떻게 ‘복수’로 표현될지는 미지수였죠. 촬영 콘티 중엔 일본의 대표적 전통극인 가부키 배우의 화장을 반만 한 채 기모노를 입고 깨끗한 버선이든 더러운 버선이든 옆에 둬 한국 여성임을 알리는 컨셉트도 있었어요. 네팔에서 이뤄질 3차 촬영은 불교사원을 배경으로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고요. 새, 꽃 등 소품과 불교사원의 종교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국인이나 일본인 모두 인간일 뿐’이라는 화해의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었어요.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아픈 영혼을 되새기고, 뒤틀린 한·일 관계를 재조명하고, 사업수익 중 상당 부분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접어야죠.”

    -제작사도 같은 입장인가요.

    “같은 입장이에요.”

    계약금은 한 푼도 안 받아

    -이승연씨 주장과는 달리 네띠앙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성한씨는 2월13일 2, 3차 프로젝트를 강행할 뜻을 밝혔는데요.

    “그것은 저희들의 의도가 ‘누드’와 상업주의로 비춰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한 거지 돈을 벌기 위해 계속 찍겠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팔라우에 촬영하러 가기 전에 위안부에 대해 따로이 공부가 있었나요.

    “공부를 할 필요가 없죠. 다 아는 사실인데. 위안부라는 게 뭡니까. 일본군들의 성욕을 채워주기 위한 도구였잖아요. 좋아서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요. 한과 분노가 서린…. 그분들의 분노가 무엇인지 아는데, 그 분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면 제가 미친 년이죠, 정말. 상업적인 의도로 접근해 번 돈으로 도와준다고요? 그건 양심에 찔려서 못 할 일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 말을 안 믿으려 해요.”

    -영상물 제작과 관련해 받은 계약금은 얼마인가요.

    “한 푼도 없어요.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수익금에 대해 러닝개런티를 받기로 구두로 합의했을 뿐이죠.”

    -계약서가 없다는 건 상거래상 납득이 안 가는데요.

    “제작사인 로토토와 향후 인터넷 사업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2월초에 작성했어요. 향후 이뤄지는 프로젝트에 대해 각각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게 주 내용이었지요. 일종의 형식적인 계약서였어요. 이 건의 경우 개별 계약 없이 사람을 믿고 일을 추진했고요.”

    -취지와 상관없이 위안부를 상업적인 소재로 활용하고자 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 같은데요.

    “맹세컨대 상업적으로 찍지 않았어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정신나간 사람이 아닌 이상 어떻게 위안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겠어요. 상업적이라는 말 앞에 ‘누드’가 따라붙었잖아요. 제작에 자료제공 등 도움을 주었던 정대협측에서 ‘누드’라는 보도를 접한 후 난리가 난 거예요.”

    -정대협 관계자는 언제 누가 만났나요.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세 차례 만났어요.”

    -직접 찾아갔었나요?

    “아뇨. 회사측에서 갔죠. 정대협 일을 총괄하는 분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취지를 설명하자 (프로젝트를) 수락하셨고 좋아하셨대요. 그래서 도와주신 거고요. 그런데 ‘누드’라는 두 글자 때문에 갑자기 화가 나신 거죠. ‘너희들이 누드라는 말은 안 했지 않느냐’고. 그런데 사회적인 파장이 커지자 저희 의견을 들어달라고 해도 받아들이지도 않고 그 전에 만난 것조차 부정하세요. 한편으론 (정대협이) 이해가 가요. 왜냐면 시민단체와 여론이 합세를 하고 있으니까요. 정대협측에 설명한 기획의도에서 벗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누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네요.

    “전 누드를 찍지 않았어요. 물론 누드를 찍자는 제의는 여러 번 받았어요. 3억? 그 이상을 주겠다는 곳도 있었죠. 하지만 누드를 찍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결혼을 앞둔 처지이기 때문에. 왜냐면 지금 잘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거든요. 굳이 제가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죠. 왜 그런 일을 해 돈을 벌겠어요. 어떤 부귀영화가 따라온다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잖아요. 여태까지 쌓아온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걸 제가 왜 버리겠냐고요. 막말로 총 맞지 않은 다음에야.”

    -2월12일 기자회견 때 배포한 보도자료엔 ‘더 이상의 누드는 없다’는 표현이 있는데. 뒤늦게 ‘누드가 아니다’라고 사태를 진화하는 듯한 느낌을 드는데요.

    “전말은 이래요. 1월말 모 스포츠 신문에 ‘이승연 누드 안 찍어. 계약 돌연 파기’라는 기사가 났어요. 물론 누드 계약을 한 사실이 없었어요. ‘모 업체와 계약을 했는데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 계약이 파기됐다. 고로 이승연은 누드를 찍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서 기사 게재 전날 전화가 왔어요. ‘누드 찍느냐’고. 그래서 ‘언니(기자를 지칭), 저 누드 안 찍어요. 제 성격 모르세요? 찍으면 찍는다고 말씀드려요’ 하고 말해줬죠.

    그렇게 통화를 한 다음날 그 기사가 난 거예요. 팔라우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10일 새벽 공항에 40여명의 기자가 나와서 ‘누드를 찍었냐’고 묻더군요. 아니니까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을 했죠. 그래서 기자회견장에서 그동안의 언론의 보도 행태를 두고 ‘누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화두를 던진 거죠. 상업적으로, 혹은 벗고 성적인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 그런 것만이 누드라고 생각하십니까. 꼭 젖꼭지가 나오고 엉덩이가 나와야 누드입니까. 아닙니다. 등만 나와도 누드라고 보실 수 있겠지요. 이것은 보도자료로 배포한 사진 외에 더 이상은 없다는 뜻이었죠. 벗은 강도가 가장 센 것을 보도자료용 사진으로 쓴 겁니다.”

    -이제 와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아전인수 격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발언인데요.

    “누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1차 촬영분 사진 원본필름과 동영상 원본 둘 다 공개할 수 있어요. 만약 방송사에서 이 건과 관련해 취재를 하겠다면 제공도 가능하고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돈독이 오른 매국노’라는 누명은 벗고 싶어요.”

    -이번 프로젝트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했었는지요?

    “파장은 예측했는데, 전혀 다른 쪽으로 예측했어요. 2차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에 가는데 그쪽(일본)에서 제동을 걸지 않을까 해서요. 국가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잖아요. 1차 촬영분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가 불타는 장면도 포함돼 있고 해서 일본이 입국금지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거죠.

    아마 이 얘기를 하면 욕을 더 어먹을지 몰라요. 자격 운운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할래요. 저 때문에 위안부 문제로 사회가 들끓고 시끄러워지면서 관심이 증폭됐잖아요. 이 일을 계기로 잊고 있던 치욕적인 과거를 되짚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분들을 위해서 사회와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KBS 2TV가 이미 촬영을 마친 ‘일요일은 101%’의 ‘꿈의 피라미드’ 코너에서 이승연씨가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는데요.

    “담당 PD가 문자로 알려왔더라고요. 그 소식을 듣고 덤덤했어요.”

    소신에는 변함없지만…

    -방송 3사가 방송출연불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결정에 따라야죠.”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연예계 활동을 못 할 수도 있어요. ‘퇴출’ 당할 수 있고요.

    “(연예계 활동) 안 해도 돼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가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누드도 아니다’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자존심을 팔고 싶지는 않아요. 주변 사람들 중에 ‘너라도 살라’면서 회사 쪽에 책임을 떠넘기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게 안 해요, 전. 사과를 팔아도 두 개를 더 팔 자신이 있어요. 사과 팔면 돼요. 회사 다녀도 되고. 이 일에 처음 임했을 때의 마음가짐이 지금도 바뀌지 않았어요.”

    -연예계 활동을 접는다면 아쉬움은 없어요?

    “아쉬움이요? 없어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잃을 게 없으니까.”

    -경제적인 손실도 클 텐데요.

    “방금 전에 재계약을 앞두고 있던 CF가 날아갔어요. 건설회사와 모피회사 광고가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는데. 그 회사들이 얼마나 곤란했으면…. 그 분들께 대단히 죄송해요. 어제 오늘 우편함을 열어보고 있어요. 소장 안 날아왔나 싶어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 후회하진 않았어요?

    “왜요, 저도 사람인데. 어젯밤에는 후회도 했어요. 내가 왜 그랬을까. 아무리 취지가 좋았더라도.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내가 무슨 유관순도 아니고. 그러다 다시 생각을 정리했죠. 저의 소신과 선택을 욕하는 것은 좋은데 의도만은 곡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그게 분명한 제 입장이에요.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고요.”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갈 때는 사태가 더 악화돼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들은 믿고 싶은 부분만 믿어요. ‘남편 있는 여자가 옆집 김서방이랑 바람을 피웠다’면서 이웃사람들이 맨날 손가락질한다면 그 여자는 멍석말이 당해야죠.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자결하면 그 속마음을 알아줄까요, 사람들이? 버선 속처럼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이 일을 제가 아닌 연극인이나 혹은 예술인이 했다면 한번쯤 다른 시각으로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남자친구의 위로

    -부모님과는 사전에 상의했나요.

    “설명을 드렸죠. 부모님은 제가 하는 일을 믿고 맡기시는 편이죠. 아버지께서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코드를 뽑아놓았다면서 밤길 조심하라고 당부하시더라고요. 엄마는 뭐 밥 잘 먹으라는 얘기죠. 사전에 이 일과 관련해 남자친구와도 상의를 했어요. 흔쾌히 승낙을 했죠. 남자친구가 지금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어요. 고맙죠. 저더러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너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라고 위로해주고 있어요.”

    -앞서 ‘결혼을 앞둔’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할 계획이 있는지요.?

    “소망사항이죠.(웃음) 빨리 아이 낳아서 정말 좋은 엄마 노릇하고 싶어요. 제 소망이 아이를 낳고 사는 여자로서의 지극히 평범한 삶인데, 그분들 중에는 아이도 낳지 못하고 살아오신 분이 많잖아요. 소신껏 일한 데 대한 대가가 너무 커요. 정말 손해 보는 장사였어요. 어쩔 수 없죠. 제가 벌인 일이니까. 그동안 번 돈 다 날아갈 수도 있어요. 쪽박 찰 수도 있고요.”

    -기자회견 직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어요?

    “2월12일엔 기자들과 전화통화하고.”

    -13일에는요?

    “하루종일 집에 있었고. 오늘은 어떠한 통화도 하지 않고 지냈어요.”

    -잠적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네요.

    “그냥 집에 있었어요.”

    -살아오면서 가장 큰 시련에 직면했는데요.

    “아이를 낳을 때만큼 힘들겠어요? 출산은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생사의 기로에 서 있지는 않잖아요.”

    -이 시련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어려서부터 애국심이 투철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 일을 하면서 옳다고 여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진정한 겸손은 자존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정말 겸손할 때 자존심은 지켜지는 것’이라고. 4000만이 욕해도 제가 발 쭉 펴고 잘 수 있으면 돼요. 제가 철면피가 아니라면. 그러면 전 만족해요. 대신 다들 잘했다고 해도 내가 양심에 찔리면 못 살아요.”

    -발 뻗고 잔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웅크리고 자죠.”

    -연예인 생활 하면서 후회한 적 없었어요?

    “없었어요. 이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연예계를 떠날 각오는 되어 있지만.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불명예스러운 퇴출 원치 않아

    -그동안 몇 차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는데요.

    “예. 굉장히 값진 시간들이었어요. 어려울 때 누가 내 편인지 보이거든요. 사람 볼 줄 아는 눈을 키운 계기가 되기도 했고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하늘이 주시는 벌이구나, 생각했어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사실은 어떠한 말도 필요 없겠죠.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됐으니까. 다 제 책임이에요. 다만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을 한번만 딱 한번만이라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분들이 화를 푸셨으면 좋겠어요. 이 일을 계속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불명예스런 퇴출은 당하고 싶지 않아요. 돈독이 오른 나쁜 년이 돼서 떠나는 것은 집안 망신이잖아요. 그 오해가 벗겨진 다음에 퇴출을 당해도 감수를 하겠어요.”

    -정말 상업적인 의도가 배제되었다면 네띠앙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의향은 없는지요.

    “그러잖아도 이미 회사측과 검토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는 “그분들이 저를 혼내셔도 좋다. 때리시고 싶으면 때리십시오. 다른 사람들은 뭐라 그래도 할머니들께서 저를 믿어주시면 됩니다”라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그의 눈자위는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인터뷰 도중 몇 차례 눈물을 보였는데, 특히 할머니들을 찾아가 사죄하겠다는 각오를 비칠 때는 눈이 빨개지도록 굵고 진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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