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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수함 보유, 무엇이 문제인가

‘대양해군’ 추구하다 핵무장 의혹 부른다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국 핵잠수함 보유,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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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핵잠수함을 만든다’는 한 일간지 기사가 1월말 국방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정부는 곧바로 이를 부인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에 담긴 진짜 함의는‘해군력 증강’ 차원을 넘어 ‘핵무장 공식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 핵잠수함 보유, 무엇이 문제인가

하와이 진주만의 해군기지에서 수리중인 미국 핵잠수함 그린빌.

원자력공학 전문가인 A씨는 1월말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 몸담고 있는 유학시절의 은사와 동료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한결같이 ‘한국이 핵잠수함 사업을 추진한다는데 사실이냐’는 물음이었다. 메일마다 ‘Nuclear Submarine Project Surfaces Despite Gov’t Denial(정부 부인하지만 핵잠수함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이라는 C일보 인터넷 영문판 기사가 첨부되어 있었다.

“안보기관 종사자들이 기사를 돌려 읽은 모양이에요. 대부분 ‘한국 정부는 부인했다지만 실제로는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고요. 197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의 원자폭탄 개발계획과 연결짓는 이도 있었습니다. 거센 반응에 저도 놀랐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1월26일 C일보가 보도한 ‘한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키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한국이 4000t급 핵추진 잠수함 ‘수척’을 2012년 이후 실전배치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적극 검토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검토중인) 핵잠수함은 원자력발전소처럼 저농축 핵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해군은 지난해 6월 30여명 규모의 관련 사업단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A씨가 받은 영문기사는 이 기사를 영역한 것이었다.

국방부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기사내용을 부인했다. 원장환 획득정책관은 “현재 진행중인 214급(1800t) 잠수함 3척 건조사업이 완료되면 후속모델로 3500t급 잠수함을 독자 개발해 2012년 이후 배치할 방침을 정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그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C일보가 보도한 ‘독자적인 핵추진 잠수함 개발계획’에 대해서는 “미국 등의 사례에 비춰 설득력이 부족하고 비핵화선언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3500t급 잠수함이라면 전기나 디젤로도 충분한데 굳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검토하지 않았다면 무능한 것”

이렇게 해서 핵잠수함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전문가들은 ‘새로 개발할 3500t급 잠수함의 추진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은 2월 초순 ‘기무사가 관련 내용을 유출한 관계자 색출작업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로는 핵잠수함 보유를 검토하고 있지만 주변국의 우려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부인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추측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무능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선택지 가운데 하나인 만큼 그 추진경로나 예산 등을 추산해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재 군 지휘부 가운데 핵잠수함 당위론을 신념처럼 품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핵잠수함 계획의 실체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몇 가지 정보가 군사전문가와 마니아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핵잠수함 준비로 생각할 수 있는 몇몇 연구에 관한 소식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군 관련 연구소에서 잠대지 크루즈미사일(SLCM) 개발 관련사업을 검토했다는 소문. 이는 그 크기나 용도가 재래식 잠수함보다는 핵잠수함에 ‘더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두 번째 정보는 보다 명확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KAERI)가 개발중인 소형 원자로(SMART)를 선박에 활용하는 방안이 수년 전부터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정부가 1997년부터 총 2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이 연구는 해수담수화 및 전력생산 용도로 동남아 등지에 수출한다는 공식목표를 갖고 있지만, 이를 선박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선박용 원자로와 잠수함용 원자로는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 2002년에는 국책사업을 관리하는 모 정부기관 위탁으로 서울대가 KAERI, 한국해양연구원 등과 함께 수년에 걸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핵무기를 장착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핵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한 잠수함이 이렇듯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이 그 핵연료가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저농축우라늄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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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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