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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수함 보유, 무엇이 문제인가

‘대양해군’ 추구하다 핵무장 의혹 부른다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국 핵잠수함 보유,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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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핵잠수함(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 ‘전략 핵잠수함’과 구분하기 위해 정확히는 ‘핵추진 잠수함’이라고 불리지만 편의상 핵잠수함이라 부르기로 한다)이라는 무기체계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잠수함의 가장 큰 위력은 바닷속에 있을 때 레이저나 위성으로도 쉽게 그 위치를 추적할 수 없다는 ‘은밀성’에 있다. 핵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은밀성이 월등히 높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사용하는데, 잠수항해 중에는 산소가 부족해 엔진을 가동할 수 없으므로 일정기간(대개 3일)에 한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 디젤엔진을 돌려야 한다. 이때 발생한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했다가 수중에서 사용하는 것.

반면 핵잠수함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이 중성자에 의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산소가 필요 없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6개월 동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디젤엔진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잠수함에는 사용할 수 없다. 잠수함의 무게가 두 배 늘어나면 바닷물의 장력과 저항 때문에 엔진은 네 배의 힘을 갖고 있어야 같은 속력을 낼 수 있다. 문제는 그 정도 출력을 갖는 디젤엔진은 잠수함에 싣기에 너무 크다는 점. 핵잠수함은 속력이나 수명에 있어서도 재래식 잠수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때문에 핵잠수함은 흔히 항공모함에 비견되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할 경우 주변국들이 군사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이 잠수함에 잠대지 크루즈미사일이 장착되면 한국은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등 대양 너머에 있는 나라 해안에까지 몰래 접근해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현 상황에서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 찬성측의 입장은 ‘이를 통해 해군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되며 명실상부한 대양해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체제를 떠나 ‘자주국방’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대측은 ‘전략적 효용에 비해 잃는 것이 너무 많다’는 논리를 편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추진하면 일본 또한 핵잠수함 건조에 나설 확률이 큰 데다 동북아 유일의 핵잠수함 보유국인 중국이 이를 좌시할 리 없다는 것. 결국 동북아 전체가 군비증강 바람에 휩싸이게 되어 긴장과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추론이다.

한편 대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과 달리 자국방어가 주임무인 한국 해군의 경우 핵잠수함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기존의 재래식 잠수함과는 달리 산소가 필요 없는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시스템을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대표적인 AIP 시스템인 연료전지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 대략 15일까지 잠행이 가능해, 독도는 물론 석유 이동 경로인 동남아 말래카 해협 등에서 활동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해군력 강화’ 아닌 ‘핵무장 추진’

그렇다면 해군력 강화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만 넘어서면 한국은 핵잠수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핵잠수함은 단순히 ‘제해권’의 문제에 불과한 것일까.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잠수함의 경우는 IAEA나 비핵화선언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맞는 얘기일까.

결론적으로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언론보도는 물론 국방부 해명에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지만,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은 단순한 ‘해군력 강화’가 아닌 ‘핵무장 추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이 아닌, 이미 우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 열쇠는 군사용 시설의 경우에는 IAEA의 감시를 받지 않도록 되어 있는 현 핵확산금지협약(NPT) 체제에 숨어 있다.

NPT체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당사국들이 핵분열물질의 출처와 최종처리에 대해 신고하고 이에 대해 IAEA의 감시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각 원전마다 감시카메라와 검측장비를 설치해 이 데이터를 IAEA에 전달한다. 사용이 완료된 연료(고준위 핵폐기물)를 보관하는 시설(방폐장) 역시 IAEA의 감시범위에 속한다. IAEA가 이처럼 저농축우라늄이나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은 이들을 농축·재처리하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농축우라늄이든 저농축우라늄이든 군사시설에 사용되는 경우에는 이 같은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 잠수함 역시 당연히 제외된다. 따라서 사용이 끝난 핵연료가 어디로 가는지, 사용중이던 핵연료를 중간에 반출해 다른 곳에 전용하는지 여부를 IAEA가 확인할 수 없다. ‘핵비확산 리뷰(The Nonproliferation Review)’ 2001년 봄 호에 실린 한 논문은 핵잠수함의 사용후연료가 어디로 가는지 추적할 수 있는 감시시스템이 없음을 지적하고 이를 가리켜 ‘NPT체제의 틈새(NPT loophole)’라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 IAEA는 기존의 안전조치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조치강화(SSS)’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핵시설에 대해서도 IAEA 사찰관들이 강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계획은 현재 NPT 당사국들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 그러나 SSS가 실행돼도 군사시설의 틈새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핵잠수함이 감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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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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