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호

연예인 소득의 허와 실

누드 촬영 억대 수입은 광고효과 노린 뻥튀기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입력2004-02-27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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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계는 화려한 조명과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한다. 일부 톱스타의 경우 중소기업 버금가는 소득을 올리지만 대다수 연기자는 생활비 벌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한 연예계 소득 실태를 파헤쳤다.
    연예인 소득의 허와 실
    “방송국 직원들, 특히 PD 자녀들이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안 시킵니다. 안 시켜요. 아니,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도 뜯어말려요. 이 바닥이 어떤지 뻔히 아는데. 돈이요? 톱스타 몇 명은 많이 벌겠죠. 샐러리맨의 기를 팍 죽일 만큼.”

    지난 1월초. 한 방송국의 PD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요즘 연예가는 탁 치면 ‘억’ 소리가 난다. 조금 떴다 싶으면 신인도 부르는 게 값이다. MBC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중인 이영애(33)는 회당 출연료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송혜교(22)는 2월 말부터 방영되는 SBS 드라마 스페셜 ‘햇빛 쏟아지다’(극본 정영선·연출 김종혁)에 출연하면서 회당 1500만원의 출연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드라마 출연료 못지않게 광고모델료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2002년 말 성현아가 불을 지핀 여자 연예인의 누드 프로젝트 또한 권민중(28)이 50억원을, 이혜영(31)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주장해 절정을 이뤘다. 연예가에 나도는 ‘수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연예인의 손에 쥐어지는 ‘실수령액’은 또 얼마나 될까.



    송혜교, 회당 1500만원 요구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는 1∼18등급으로 나뉜다. 1∼5등급은 아역연기자, 성인연기자는 6∼18등급으로 분류된다. 연기자들의 등급은 각 방송사가 해마다 연기자가 출연한 드라마의 시청률과 인기도 등을 반영해 조정한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노조)과 방송 3사가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연기자의 출연료는 60분물 미니시리즈의 경우 18등급이 100여만원(세전·2003년 기준), 6등급은 30여만원이다. 그러나 주연급 연기자의 경우 등급분류에 따른 출연료의 지급체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연기자가 고액출연료를 받게 된 데는 등급분류에 따르지 않는 ‘자유계약제도’가 한몫을 했다.

    2002년 말 KBS 대하사극 ‘장희빈’에 출연한 김혜수가 회당 700만원의 출연료를 받은 것을 계기로 고액출연료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방송가의 정설이다. 연기자와 매니지먼트사 간의 수익 배분비율은 대부분 7(연기자): 3(매니지먼트사). 방송사는 3.3%의 세금을 원천 징수한 후 출연료를 지급한다. 출연료에 대한 세금은 연기자의 몫. 김혜수는 회당 470여만원을 손에 쥔 셈이다.

    방송 3사의 드라마 제작 담당자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SBS 제작국의 고위간부는 “톱스타가 요구하는 고액출연료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털어놓는다.

    연예인 소득의 허와 실

    몸값이 가장 비싼 배우 중 한 명인 송혜교가 출연한 드라마 ‘올인’의 한 장면.

    “‘햇빛 쏟아지다’의 외주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에 (송혜교측이) 그 값(1500만원)을 부른 것은 사실입니다. 타협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톱스타는 일단 되든 안 되든 높은 금액을 불러놓고 봐요. 협상은 그 다음이고. ‘누구보다 적게 받을 수는 없다’는 거죠. 미니시리즈의 회당 제작비는 외주든 본사 제작이든 6000만원 선인데, 만약 회당 출연료 1500만원을 주연에게 지급한다고 칩시다. 나머지 자금으로 제작할 수 있겠어요? 본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라면 불가능한 일이죠. 외주제작이니까 그나마 생각할 여지가 있는 거지요.”

    -이유는요.

    “고액출연료는 어찌 보면 외주제작 정책이 낳은 폐해라고 봐요. 외주제작사도 방송사와 맺은 계약상 금액으로는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외주제작사는 3개의 협찬 유치가 가능해요. 드라마가 끝날 때 ‘협찬’이라는 3개의 기업체 명을 자막 처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협찬사 한 곳 당 2억∼3억 정도를 받을 수 있어요. 협찬 유치를 통해 6∼9억원의 제작비를 더 확보하는 셈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1500만원의 출연료를 지급하기는 어렵다고 봐야죠. 본사에서 드라마 제작을 맡고 있는 PD들은 외주제작사가 올려놓은 출연료 때문에 울상이에요. 주연급 연기자는 상대적으로 출연료가 싼 본사 제작 드라마의 출연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죠. 톱스타의 고액출연료 요구 배경에는 방송사 측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방송사는 외주제작을 줄 때 시청률을 의식해 (외주제작사측에) ‘주연급 캐스팅을 먼저 가져와라. 그러면 (외주를) 주겠다’고 제의합니다. 외주제작사는 수주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톱스타가 요구하는 거액의 출연료를 수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게 관례가 된 거죠.

    무명 신인이 드라마 하나로 떴다 하면 회당 500만원, 1000만원을 우습게 불러요. 단적인 예로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권상우(28)가 2년 전만 해도 회당 30만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1000만원을 받아요.”

    -고액출연료에 대한 방송사 입장은.

    “상업방송사는 광고로 먹고사는데 광고시장은 좋지 않고.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2∼3년 후에는 드라마를 확 줄이고 제작비가 싼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연기자가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되죠. 드라마가 반 이상 줄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 출연료가 대폭 낮아지지 않겠습니까.”

    톱스타 자리를 몇 년째 지키고 있는 이영애. ‘아침에 일어나 비누로 세수를 하고 정수기 회사의 아줌마(코디)를 기다려서 정수기 필터를 교환하고…. 오후가 되면 새로 만든 XX카드를 들고 나가 펜싱, 헬스, 쇼핑을 즐긴다.’

    이영애가 출연한 여러 광고를 빗대 풍자한 ‘이영애의 하루’가 유행했던 2001년 한 해 동안 그는 광고와 출연료 등으로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 이영애의 소속사인 에이스타스 관계자는 “(이영애는) 매니지먼트사와의 수익배분 및 세금 등의 제반 비용을 제하고도 35억원이 넘는 거액을 손에 쥐었다”고 말했다.

    최진실은 2000년 5월, 1999년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서 연예활동으로 얻은 수입이 17억원이라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한신코퍼레이션은 배용준과 전속계약을 맺은 직후 한달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커피와 의류 등의 광고모델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웬만한 중소기업의 수입을 훌쩍 뛰어 넘는 큰돈을 벌어들이는 연예인은 몇몇 톱스타에 한정돼 있다. 고액출연료는 일반 연기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 바로 연예계다.

    다수 연기자들 생활고에 시달려

    지난해 연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노조)에 속한 탤런트 1500여명 앞으로 편지 한 통이 전달됐다. MBC ‘마당 깊은 집’, SBS ‘모래시계’, KBS 주말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등에서 열연한 김응석(37·MBC 공채 18기)씨가 “출연료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한다”면서 연기자노조 탤런트지회 지부장직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편지였다.

    “그 편지를 받아보니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참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싶어요. 연기자를 그만둔다는 거, 그거 쉬운 일 아니거든. 마치 마약 같은 거라고 보면 돼요. 신인 때는 톱스타를 꿈꾸고, 그 꿈이 한낱 구름 같은 것이란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때가 늦고. 기술이 있기를 하나,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길 하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무슨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동료 연기자의 바람대로 그 친구가 하는 일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한 집안의 가장인 중년연기자의 푸념이다. 지난해 12월23일 MBC 탤런트실에서 만난 A씨는 2001년 말 300대1의 경쟁을 뚫고 MBC 신인 탤런트에 선발됐다. 그는 “2년에 걸친 교육기간에 MBC로부터 매월 50여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MBC가 주는 돈은 일종의 전속금 형식이에요. KBS와 SBS의 공채 출신 신인연기자도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죠. 드라마에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출연해도 신인연기자는 등급이 적용되지 않아 거마비 조로 회당 5만원을 받아요. 한 달에 열 번 정도 출연했으니까 그게 50만원 정도 됐지요. (연기자에 선발된 이후) 처음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당장이라도 톱스타가 될 것 같았고, 꿈에 부풀었는데…. 저뿐만이 아니라 동기들도 모두. 지난 2년여 동안 월 100여만원의 수입으로 버텼어요. 지금은 스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라 생각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죠.”

    지난해 12월21일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종영한 SBS ‘완전한 사랑’에서 김희애의 남동생 역할을 맡았던 권용철(29). 가난한 식당 주인(정혜선)의 외아들로 자라나, 부잣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청년 역을 맡은 그의 아버지는 드라마 ‘사랑과 야망’(1987년)으로 기억되는 스타 남성훈(본명 권성준·2002년 작고)이다.

    “제가 연기자가 되는 걸 무척 반대하셨죠. 그 길이 험하고 가시밭길이란 걸 아시니까. 1967년 TBC 공채 1기로 출발한 아버지는 ‘사랑과 야망’을 통해 스타가 되기 이전에도 MBC ‘수사반장’ 등을 통해 무명연기자는 아니었는 데도 출연료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제가 태어날 때 비타민 결핍증에 걸렸다고 하니까 어느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는지 말 다 했죠. 초등학교 4학년 땐가, 80년대 중반까지 도시락을 못 싸가지고 다녔으니까요.”

    연예인 소득의 허와 실

    경기도 하남의 ‘미사리 카페촌’에는 ‘흘러간’ 유명가수들이 고정 출연하는 업소가 즐비하다.

    1999년 일일극 ‘당신은 누구시길래’로 방송계에 입문한 권용철은 특채 출신. ‘완전한 사랑’에 출연하면서 그가 받은 출연료는 회당 40여만원(세전·7등급 적용)으로, 한 달에 평균 8회 출연해 320여만원의 출연료가 그의 통장에 입금됐다. 코디네이터 비용으로 150만원을 지급하고 남은 돈은 170여만원.

    “드라마 분위기에 어울리는 의상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코디네이터를 통해 의상을 수급받는 게 훨씬 싸게 먹히거든요. 차량 유지비와 식대를 빼고 나면 제 손에 쥐어지는 돈은 거의 없어요. 이런 호사(?)도 ‘완전한 사랑’에 출연하는 3개월 동안 누려본 거죠. 단역이라도 오라는 데가 없으면 한 달 내내 손가락 빨고 있어야 되는 게 연기자예요.”

    현재 방송 3사는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일일극, 단막극을 포함해 각각 11개의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사극을 제외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는 평균 10∼20명 선. 예전에는 한 편의 드라마에 30여명의 연기자가 출연한 반면 핵가족, 해체된 가족구조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가 늘면서 출연자의 숫자도 줄고 있는 실정이다. 연기자노조 사무총장 김기섭(49)씨는 “고액출연자는 미니시리즈와 주말연속극 등 일부 드라마의 주연급에 편중돼 있으며, 두 손으로 꼽을 정도로 미미한 숫자”라며 “대부분의 연기자는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그는 남자 후배 연기자에게 “결혼할 때 맞벌이가 가능한 여자를 선택하라”고 ‘대놓고’ 주문한다. 공무원인 아내 덕분에 연기자의 길을 중단하지 않고 걷고 있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다. 그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혼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라며 “이게 연예계의 현실이자 어두운 모습”이라고 털어놓는다.

    “처음 보는 순간 이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탤런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여자 연기자 중에 ‘나 홀로’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죄다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되지만 대부분은 뒷돈 대주는 스폰서가 있어요. 말이 스폰서지, 돈 있는 남자들이 여자 연예인을 세컨드로 두고 생활비 대주면서 한마디로 가지고 노는 거죠. 그나마 좀 괜찮다 싶은 남자는 여자 연예인 명의로 집을 사주거나 전세를 얻어줘요. 못된 남자는 자신의 명의로 전세나 월세를 얻어 즐길 만큼 즐기다가 관계가 소원해지면 보증금을 빼내 부적절한 만남을 청산하죠.”

    한 방송사의 탤런트실에서 만난 삼십대 중반 남자 연기자의 말이다. 그는 “돈벌이는 시원찮으면서도 화려한 삶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돈 많은 남자를 이용하려는 일부 여자 연기자의 의식 또한 문제”라고 꼬집는다.

    누드 개런티, 이혜영 3억으로 최고

    김지현 권민중 김완선 이혜영 이지현 함소원. 지난 한 해 동안 누드를 공개한 연예인이다. ‘돈이 된다’고 알려지자 ‘옷 벗는’ 연예인의 숫자는 늘어났고, ‘벗을’ 예정인 연예인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진 누드 프로젝트. 지난해 11월초 누드 서비스를 시작한 이지현은 아직까지 계약금 3억원(이지현측 주장) 중 한 푼도 받지 못했고, 가수 김완선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7월 오조샵과 누드 화보 계약을 맺으면서 출연료 5억원(김완선측 주장)을 받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미미한 액수의 돈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50억을 벌었다’ ‘우리는 100억!!’ 누드 프로젝트를 제작한 업체측이 내놓은 매출액이다. 한 여자연예인의 누드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한 김아무개씨는 “다 뻥튀기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드 시장의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50억, 100억원대의 매출이 나올 수가 없죠.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이란 게 거액의 매출이 가능한 시장이 아니거든요. 모바일 시장만 해도 모바일을 통해 누드를 보려면 핸드폰 사양이 따라줘야 하는데 보급대수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미성년자는 볼 수 없는 거고. 차 떼고 포 떼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돼요. 사실, 누드 프로젝트에 거론되는 금액은 믿을 게 못 되죠.”

    연예인 소득의 허와 실

    ‘대장금’으로 인기절정인 이영애는 광고모델료와 드라마출연료 수입에서 몇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업체가 매출을 허위로 발표하고 있다는 건데 그 이유는.

    “한마디로 펀드 조성을 위해서죠. 업체가 향후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손쉽게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요.”

    -누드 출연료로 5억원을 줬다는 업체도 있는데요.

    “5억이요? 그렇게 줄 수가 없죠. 개런티로 5억 주면 제작비와 진행비를 합쳐 총 8억∼10억원이 들어간다는 결론인데, 투자위험을 무릅쓰고 단번에 10억을 투자할 업체가 없어요. 누드 프로젝트에 따른 자금회수에는 짧게 2개월, 길게 3∼4개월이 걸리니까. 누드 개런티는 이혜영이 3억원으로 최고액을, 나머지는 1억∼2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업체는 누드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계약을 하기에 앞서 (누드 당사자의) 초상권이 100% 확보돼 있는지 확인을 합니다. 누드 당사자한테 초상권 사용 승인서가 담긴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얼마의 개런티를 지급했는지 외부에 알려지는 거죠.”

    -개런티 지급 시기는?

    “대부분 계약과 동시에 줍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사후에 주겠다는 영세업체도 있긴 하지만. 말로는 누드 당사자에게 러닝 개런티를 지급한다고 발표하는데 계약금 외에 따로 주는 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톱스타 광고모델료 1년에 5억

    -누드 프로젝트의 실제 매출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적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15억여원 정도요.

    -누드를 찍은 연예인들은 공통적으로 “돈 벌기 위해 벗은 게 아니다”고 합니다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겠어요? 탁 까놓고 말하자면, 사실은 돈 때문에 벗은 거죠. 프로젝트의 특성상 몸값에 비해서 돈을 더 받을 수 있고, 단번에 억대 이상은 챙기니까요. 옷 벗은 연예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답은 나오잖아요. 누드를 찍으라고 제의할 때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벗어서 돈 벌라’고 설득해요. 드라마나 영화 등에 출연이 잦아 고정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지만 돈은 못 벌고. 그러니 옷이라도 벗어서 목돈을 만져보려는 거죠.”

    연예지망생과 현재 연예계에 몸담고 있는 연예인이 톱스타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이유는 높은 광고모델료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며칠 전 취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에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만났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뭐야?”

    “당연히, 연예인이죠. 탤런트나 가수, 뭐 그런 거요.”

    “왜?”

    “돈도 많이 벌고…. 아무튼 좋잖아요.”

    ‘돈 많이 번다’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 인터넷 포털 업체에서 ‘얼짱’을 뽑는다는 소식에 수 만 명의 청소년이 지원하는가 하면, 매니지먼트사에는 연예인을 지망하는 청소년의 자기소개서가 쌓이고 있다.

    단번에 큰돈을 쥘 수 있는 광고모델. 개런티에 대한 ‘뻥튀기’가 심한 것으로 광고모델료를 빼놓을 수 없다. 얼마 전 미시탤런트 황아무개씨가 10억원의 모델료를 받고 모 화장품회사의 전속모델로 나설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황씨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그거요? 그 업체가 광고효과를 노리고 뻥 친 거죠. 뻥을 쳐도 어지간히 칠 것이지. 10억원이 뉘 집 애 이름인가요?” 하며 어이없어했다.

    “톱스타가 아닌 신인이 광고모델을 시작한 경우 부풀리는 금액은 실제 계약금액의 50%를 넘는다”는 게 광고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의 모델료를 받고도 1억원을 받았다고 부풀리는 식이다. 광고모델 캐스팅을 담당하는 ‘P에이전시’의 장아무개(여·37)씨는 “지금까지 알려진 톱스타를 비롯한 연예인 광고모델료 액수는 대부분 ‘거짓’이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언론에 보도된 광고모델료는 실제 계약금액과는 엄청 차이가 나요. 신인중에는 수억원대의 광고모델료를 받았다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사실과 많이 달라요.”

    광고계를 주름잡고 있는 톱스타의 모델료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L, S, J, K(이상 여), B, H, A, J(이상 남) 등의 톱스타는 6개월 단발에 3억원 정도 받아요. 일년 전속계약에 5억원을 받고요. 그 아래 등급인 G, L, K(이상 여)가 일년 전속계약에 4억원 정도 받죠. 그 이하는 광고모델료가 크게 떨어져요. 다만 다른 광고나 TV에 출연할 때 높은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모델료를 부풀려 발표하곤 하죠. 톱스타의 경우 1년 전속에 7억이니 8억이니 하는 경우도 있는데, 2∼3억은 부풀려진 ‘허수’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 모습을 보면 연예계 종사자들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연예인 소득의 허와 실

    김건모는 지난 1월, 45분 공연에 4500만원을 받았다.

    -1억원의 모델료를 받을 경우 연예인의 순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모델의 등급에 따라 캐스팅 에이전시에 지불하는 비용이 다르긴 합니다만, 통상 (에이전시) 업체에 5∼6%를, 원천 징수되는 세금이 3.3%, 나머지 금액을 가지고 7(광고모델):3(매니지먼트사)의 비율로 나눕니다. 광고모델료는 출연료와는 달리 종합소득세 신고시 연예인의 연간 소득과다에 따라 최고 30%가 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요. 연예인 중엔 가끔 이미지가 안 맞아서 광고계약을 거절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안성기씨 외에는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결국 톱스타 몇 명을 제외하곤 광고모델로 큰돈을 벌어들이는 연예인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죠.”

    지난해 9월 TV 출연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가수 김건모가 1월8일 경기도 수원 영통에 새로 문을 연 한 D나이트클럽에 출연하면서 받은 개런티가 화제다. 이날 김건모는 ‘빗속의 여인’ ‘장미 한송이’ ‘미안해요’ ‘핑계’ 등 자신의 노래를 20여곡 부르며 열광의 무대를 보여줬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날 김건모는 45분 공연에 45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1분에 100만원의 개런티를 받은 셈이다.

    라이브카페의 ‘흘러간’ 가수들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옆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촌’에 들어서면 오래 전 김건모 못지않게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가수들의 이름이 즐비하다. 최백호 전영록 윤시내 심수봉 유익종 남궁옥분…. 카페 입구에는 그 업소에 출연중인 가수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입간판이 서 있다.

    카페 쉘부르의 유창만(49) 사장은 “미사리가 1970∼80년대 유명했던 통기타 가수들의 무대가 된 것은 6∼7년 전부터” 라고 회고한다.

    “노래는 부르고 싶은데 무대는 없고, 먹고살아야 되는데 돈벌이는 더더욱 시원찮고…. 결국 먹고살기 위한 방편으로 가수들이 미사리에 하나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브 카페촌이 형성된 겁니다. 인기라는 게 봄날에 아른거리다 사라져버리는 아지랑이 같다는 것을 미사리 무대에 선 가수들은 잘 알고 있어요.”

    -이곳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출연료는 얼마나 되나요.

    “과거의 인기와 히트곡의 숫자에 따라서 제각각 달라요. 보통 한 달에 얼마씩 월급제로 주는 것이 아니라 30회 또는 60회 출연에 일정금액을 주기로 계약하죠.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90회 출연을 조건으로 계약하기도 하고요. 최백호나 전영록 정도의 유명세를 가진 가수가 일주일에 6회, 30분씩 무대에 선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500여만원의 출연료를 받아요. 그보다 이름 없는 가수들은 같은 조건에 출연하고도 절반에도 못 미치고요.”

    -몇 명의 가수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나요.

    “현재 라이브 카페가 15개 정도 돼요. 한 집에 10명쯤 출연하니까, 150여명 되네요. 그들은 생활터전이 된 이곳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죠. 이곳에 출연하는 가수들끼리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찌들린 삶의 무게를 내려놓기도 하지요.”

    1월2일. KBS 연구동 4동 401호 ‘2TV’ 작가실에 들어서자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출연자들이 모여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름 석자보다 ‘옥동자’로 유명한 개그맨 정종철, 갈갈이 박준형과 이정수 등은 동료 개그맨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원에서 ‘팬 사인회’ 형식의 행사에 참석해 1시간 동안 ‘노력봉사’하고 500만원을 받는다. 대구, 광주, 부산 등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일 경우 700만원이 ‘공식가’라고 한 개그맨이 귀띔한다. 이들은 한 달에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숭아 학당’에서 ‘아이스맨’ 하고 외치며 등장하는 개그맨 이덕재(1994년 데뷔, KBS 공채 10기). 독특한 손짓 개그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그는 10년 동안 계속된 무명 시절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재 KBS ‘폭소대작전’과 ‘유머1번지’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개그맨을 포기하고 새 길을 찾으려 갖은 애를 썼지만 결국 이 바닥을 떠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무명 때라 결혼을 할 엄두가 안 났어요. 그래서 줄창 10년 동안 연애만 하고 살았죠. 나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1999년)을 하긴 했는데…. 무명 시절 몇 년에 걸쳐 모아두었던 2000만원과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 받아 집을 얻었죠.

    결혼 이후에는 밤무대를 뛰면서 한 달에 100만원 조금 넘게 벌었는데, 차량유지비에 옷값에, 남는 돈이 거의 없었죠. 아내가 직장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었어요. 인기 없는 연예인은 밤무대에서도 참 서러워요. 돈도 적게 받지, 업소측의 반응도 시큰둥하지. 불과 1년 사이에 ‘아이스맨’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몸값도 좀 올랐어요. 3∼4배는 더 받으니까요.”

    “돈 잘 버는 ‘옥동자’가 부럽다”

    -무명의 연예인이 집을 장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집 장만은 하셨나요.

    “네 번 정도 남의 집을 전전하다가 2002년 11월에 (경기도) 일산 백석동에 32평짜리 아파트를 샀어요. 매매가의 80%까지 대출해준다고 하기에 일을 저질렀죠. 이때가 아니면 내 집 마련하는 것이 힘들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1억35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1년여 동안 5000만원을 갚았어요. 지난해 4월에 (‘아이스맨’으로) 뜨고 나서 수입이 좀 늘었으니까 그 정도의 대출금 상환이 가능했지 무명으로 남아 있었다면…. 어∼휴. 무명시절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개인적으로 ‘옥동자’가 정말 부러워요.”

    -왜죠?

    “돈을 잘 벌잖아요.”

    -돈은 많이 벌지 몰라도, 얼굴이 못생겼잖아요.

    “그래도 개그맨으로 그런 얼굴 가지고 태어난 건 축복받을 일이에요. 인기를 위해서라면 얼굴이 좀 못생겼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죠. 연예계에서 스타가 될 확률은 주택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어요. 아무나 스타가 되나요. 운때도 맞아야 하고, 제작진과의 호흡도 중요하고, 시청률도 높아야 하고,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시대적 문화적 코드와 맞아떨어져야 하고.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스타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연예계는 화려한 조명과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한다. 취재중 만난 연예인과 방송계 사람들은 연예인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에게 숨겨진 ‘그림자’의 단면을 찬찬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한번 맛들이면 수입의 적고 많음을 떠나 마약처럼 중독되는 곳이 바로 연예계라는 충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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