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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는 열강의 각축장…노무현 정부는 시베리아로 눈을 돌려라

미국은 유전개발, 중국은 인해전술, 일본은 150억달러 투자

  • 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시베리아는 열강의 각축장…노무현 정부는 시베리아로 눈을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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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련연방 붕괴와 사유화 과정에서 러시아의 석유회사들은 끓임없는 인수 합병과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특히 1993년부터 시작된 사유화 과정에서 은행과 마피아, 정치권이 개입하여 러시아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석유, 가스)을 놓고 일대 격돌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루크오일, 유코스, 시브네프티 등 러시아 석유 메이저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2003년 들어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탐욕스러운 서구 석유 메이저의 사냥감이 되었다. 서구 석유 메이저들은 생산 능력, 잠재적 채굴 가능성을 감안할 때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분석하고 러시아 석유회사를 매입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 영국의 BP(British Petroleum)는 2003년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석유회사 시단코와 TNK인터내셔널 그룹 계열의 두 석유회사를 합쳐 약 67억달러를 투자하였다. BP가 투자해서 새로 탄생할 석유회사는 하루 120만배럴을 생산함으로써 러시아 내에선 유코스와 루크오일에 이어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이 같은 서구 석유 메이저의 러시아 석유회사 사냥에 푸틴 정부는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당한 기업 투자에 대해 제동을 걸자니 부활하는 러시아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 같고 그대로 내버려두자니 러시아 석유산업이 서구 메이저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BP의 러시아 석유회사 인수를 막지 못했던 푸틴 정부는 미국의 석유 메이저 엑손 모빌마저 호도로코프스키를 통해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를 만들고 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사실 엑손 모빌은 호도로코프스키를 배후 조종하면서 유코스 주식 매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엑손 모빌의 경우 새로이 합병되는 회사를 인수하면 세계 1, 2위를 다투는 BP를 제치고 단숨에 세계 석유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호도로코프스키가 러시아계 유대인이라는 사실도 푸틴과 러시아 행정부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호도로코프스키, 아브라모비치, 베레조프스키, 구신스키, 프리드만 등 러시아계 유대인들은 세기적 약탈로 알려진 러시아 사유화 과정에서 대기업들을 서로 사고 팔아 기업 가치를 올리면서 벼락부자가 되었고, 정치까지 넘보게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치에서 반유태주의는 뿌리깊다. 러시아 유대인들이 미국과 결탁하여 러시아의 자산을 팔아넘기려 하기 때문에 파산시켜야 한다는 극우파 정치인의 주장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점들이 푸틴이 호도로코프스키를 구속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주요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호도로코프스키의 주도로 자산 규모 330억달러의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가 미국계인 엑손 모빌에 넘어간다면 국제 석유시장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매우 좁아진다.

이와 관련, 미국의 반응이 흥미롭다. 체첸이나 러시아의 인권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러시아에서 기업인들에게 가해지는 일련의 조치가 경제의 건전성과 투명한 발전을 저해할 것이며, 외국계 기업인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항의했던 것이다.

일본-중국의 박터지는 석유전쟁

호도로코프스키가 구속될 무렵, 유코스는 채굴권을 갖고 있는 바이칼 호수 옆 시베리아 앙가르스크(Angarsk)의 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연결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앙가르스크 원유는 중국과 일본이 국력을 걸고 시베리아에서 벌이고 있는 ‘거대한 게임(Great Game)’의 사냥감이다. 앙가르스크 원유의 채굴권을 가지고 있는 유코스는 개발 투자 이익을 조속히 환수하기 위해 중국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설치를 적극 추진했다. 일본으로의 파이프라인 설치에 찬성하는 러시아내 극동 정치권, 그리고 보다 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이 유리한 러시아 송유관 업체 트랜스네프트(Transneft)에게 유코스는 눈엣가시였다. 일본은 호도로코프스키가 구속되고 유코스의 경영권이 바뀌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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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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