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호

중국대학, 대개혁으로 한국 추월하고 세계로 도약중

구자억 박사(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의 중국교육 A to Z

  • 대담: 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 부국장 전 베이징특파원 heb8610@donga.com

    입력2004-03-02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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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교육체제와 철학을 갖고 무슨 내용을 가르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중국으로 달려가는 최근의 유학열기가 불안스럽기조차 하다. 중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대학, 대개혁으로 한국 추월하고 세계로 도약중
    각급학교 117만개, 학생 3억1800만명, 초등교사 578만명…. 세계최대의 ‘교육대국’ 중국의 외형이다. 이 거대한 학교와 학생 그리고 교직사회가 지금 개혁과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세계일류 수준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건 대학은 이합집산을 통해 경쟁력 있는 거대캠퍼스로 다시 태어나고, 중등학교는 이념교육 대신 입시 과외열풍이 달아오르는가 하면,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귀족학교가 번창하고 있다. 교직사회는 가난하지만 평생을 보장하던 철밥통이 사라진 자리에 교사평가제가 도입되고 우수교원 스카우트 경쟁이 불붙는 등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모를 거듭중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학생들의 중국유학은 날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의대계열 학부생과 일부 석박사과정 및 언어연수생이 주류를 이루던 초창기 유학대열은 이제 조기유학 붐을 타고 중국대륙 곳곳의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막상 중국교육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어떤 교육체제와 철학을 갖고 무슨 내용을 가르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중국으로 달려가는 최근의 유학열기가 불안스럽기조차 하다. 중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가 절실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호 중국탐험에서 만난 구자억(具滋億·49) 박사는 국내에서 거의 독보적인 중국교육 전문가로 꼽힌다. 영남대와 고려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명문인 베이징사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개발원 기획처장으로 재직중이다. 외국인 제1호 교육학박사학위 취득자로 베이징TV에 소개됐을 정도로 이 분야의 선구자인 셈이다. 중국교육의 탐험은 일단 전반적인 변화의 기조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일 듯싶다.



    紅과 專 겸비한 인재양성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모든 면에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관련제도가 바뀌고 각급 학교의 교육현장도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변모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학생들의 중국유학 열기가 높아가고 있어 중국교육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교육의 성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중국교육은 한마디로 ‘우홍우전(又紅又專)’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홍’과 ‘전’을 아우른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홍은 사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르크스적인 입장이나 관점 방법을 견지하는 것을 말하고, 전은 전문적인 지식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현대사는 한마디로 ‘홍’과 ‘전’의 싸움의 역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혁명기에는 ‘홍’의 잣대로 모든 것을 쟀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불순하다고 보는 사람, 예를 들면 교사와 같은 지식인은 모두 제거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실력보다 사상으로 뽑은 적도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발전을 추구하면서 ‘전’이 매우 중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교육도 ‘전’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고, 반면 그런 과정에서 ‘홍’이 약해진 것이지요.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홍’과 ‘전’을 두루 갖춘 인재양성에 목표를 두게 된 것입니다.”

    -결국 개혁개방 이후 중국교육의 성격이 획기적인 전환기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이 같은 우홍우전의 원칙하에서 중국 교육개혁의 주요내용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까.

    “교육의 양적 확대와 질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적 화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양적으로는 고등교육의 경우 1980년대만 해도 대학입학 정원이 30여만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00여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것을 계속 늘려서 고등교육을 받는 전체학생수를 300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초중등교육의 경우 여건이 취약한 변경(邊境)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100개 대학을 집중육성한다는 ‘211공정’이라든지 ‘3+X제’ 같은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고등학교 졸업시험제 시행, 교수·교사평가제 등을 도입했습니다. 또 사립학교가 등장하고 다양한 경쟁체제를 도입해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교수·교사평가제를 말씀하셨습니다만, 일련의 교육개혁 조치 가운데서도 교직사회의 철밥통이 사라지고 개혁을 주도할 교장이나 총장의 외부영입이 특히 피부에 와닿는 변화인 것 같습니다.

    “교직사회의 개혁을 보면 중국은 날아가고 있는데, 한국은 기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 초중고에 교사평가제를 도입했고, 둘째 대학교수 사회의 종신제를 타파하는 평가제도가 도입됐으며, 셋째 성과급제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교사나 교장 초빙제입니다.

    제가 베이징사범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그 대학 부설 실험소학교에 쑨인한(孫銀漢)이라는 교장이 부임했는데 당시 27세였습니다. 27세에 베이징사범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교장으로 초빙돼 간 것입니다. 제가 쑨 교장에게 ‘학교에 50세 넘은 선생들이 즐비한데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느냐’고 했더니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에요. 자기는 교장으로서 나이 든 교사들을 존경하고 학교의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면서 끌어나가고 있는데, 교사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교장으로 존중해준다는 겁니다. 그 분이 3년간 재직했는데 학교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는 기업체 사장으로 갔어요.

    초중고에서의 교사평가제와 관련해 얼마 전 중국신문에 이런 얘기가 실렸더라고요. 어느 교사가 중국의 교육부를 상대로 불만을 토로한 글인데요. 자신이 재직중인 학교에서 성과급을 줬는데, 그 기준이 학생들이 평가한 점수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신은 학생들이 평가한 것보다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에 의한 평가점수로 성과급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의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인데, 그 정도로 중국의 교육현장은 개혁의 강도가 셉니다. 대학교수들도 철저한 성과급제에 따라 봉급 차이가 굉장히 심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각급학교의 교육현장으로 들어가보자. 우리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전환기에 처한 대학의 속사정이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중인 중국대학의 각종 개혁작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또 최근 들어 대학평가 순위가 바뀌는 등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명문대학의 판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1990년대 이후 고등교육관리체제 개혁이 시작되면서 대학의 체제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대학간 합병으로 인해 규모가 큰 대형 대학들이 출현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예컨대 저장(浙江)대학 같은 경우 4개의 대학이 합쳐져 중국 최대 대학으로 재탄생했는데요. 이런 현상은 왜 생긴 것이고 현재 어떻게 전개되고 있습니까.

    “중국의 대학들이 1990년대부터 이합집산을 시작했는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동안 중국의 대학은 학문영역에 따라, 또는 대학을 관리하는 주체에 따라 아주 작은 규모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한 대학의 정원이 200~300명, 혹은 500명쯤 되는 곳이 많았고, 큰 대학이라고 해봐야 1만명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개혁을 하려니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대학의 이합집산이 시작됐는데, 여기에 1990년대 중반에 100개 대학을 중점육성하는 211공정이 생기면서 가속화된 겁니다. 이후 해마다 30여개 대학이 사라져 지금은 일반 정규대학이 1000개쯤 될 겁니다. 말씀하신 저장대학의 경우는 1998년도에 기존의 저장대학을 중심으로 항저우(杭州)대학, 저장농업대학, 저장의과대학이 합친 것입니다. 4개 대학의 합병으로 저장대학은 학생 수가 2만6000명이 넘는 최대 규모의 대학이 되었을 뿐 아니라 대학서열에서도 과거 10위권 밖이었으나 최근엔 3위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학의 합병에는 물론 장단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일단 투자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전체적인 수준도 향상됐다는 점입니다. 교수진도 과거보다 훨씬 확대됐고 상호경쟁을 하다 보니 교육의 질과 연구능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한마디로 시너지 효과가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학교를 합쳐놓으니까 구성원들의 이익 충돌현상이 일어납니다. 저장대학을 가봤더니 캠퍼스가 4개로, 여전히 과거에 하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처음 대학합병시 행정조직도 하나로 합쳐 새롭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하고 그대로 놔두었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예를 들어서 어떤 부분을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각 구성원간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빈발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중국대학의 구조조정은 일부 문제가 있음에도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3+X에 대비되는 게 우리의 수학능력시험인데요. 문제의 난이도랄까 수준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중국의 대입 시험문제는 우리처럼 객관식으로만 돼 있지 않고 주관식과 객관식이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관식에 이런 문제가 있어요.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쓴 제퍼슨의 사상에 대해서 읽고 답하시오’ 하고는 제퍼슨의 사상을 설명하는 지문이 몇 개 나옵니다. 또 영어문제의 경우에는 A라는 중국인이 미국에 가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경찰서까지 간 상황을 그린 네 컷짜리 만화를 제시하고는 6하원칙에 의해 교통사고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영작하라는 문제가 나옵니다. 이걸 보면 중국의 대입시험 문제 난이도가 낮다고 할 순 없겠죠. 우리 같으면 이런 문제를 내고 싶어도 채점의 어려움 때문에 출제하지 못할 것 같지만, 제가 유심히 관찰해보니까 중국은 나름대로 일손을 줄이면서 주관식 문제를 채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있었어요.”

    중국 명문대 학생들의 실력

    -중국의 인구가 13억 가량 되지 않습니까. 이런 인구대국에서 명문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보통 수재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또 경쟁도 대단할 것 같은데요. 실상은 어떤가요.

    “이렇게 보면 되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진학률이 97% 정도입니다. 다음에 고교진학률은 58%, 대학진학률은 13~15%에 불과합니다. 이 계산대로라면 동일연령층의 6% 미만이 1000개의 일반대학에 들어가는 셈이니까, 여기서도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이라면 대단한 실력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명문대학이라고 해도 경쟁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각 성별로 시험을 주관하고 있고 우리처럼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기준에 도달한 학생들이 응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입시 경쟁률이라는 것 자체가 발표되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대학생의 존재라는 게 굉장히 희소가치가 있고 명문대생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아까 저장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 강연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중국은 외국어전공학과는 해당 외국어로 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어요. 제가 학부 학생들도 많이 만나봤는데요, 영문과 4학년만 되면 그 어렵다는 셰익스피어 소설을 술술 읽는 것이었어요. 최고 명문대학 학생들은 비율로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명문대생보다 훨씬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학생들이니까 자질이 뛰어날 수밖에 없겠지요.”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중국의 인구와 대학입학 정원 등을 감안하면 대학의 문은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좁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형편이어서 중국에서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처럼 과외나 학원교습이 성행하고 있습니까.

    “부시반(補習班)이라는 일종의 입시학원도 꽤 있습니다만, 그보다 자쟈오(家敎)라고 해서 현직교사가 자기집에 학생을 모아놓고 지도하는 방식이 더욱 성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교사가 방과후 자기반 학생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데, 그것도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함께하면서 가르치는 거예요. 물론 돈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많이 생깁니다. 시험볼 때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보다는 선생님 집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중학교 때 이런 자쟈오를 많이 시키려고 합니다.”

    중국식 과외 ‘家敎’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과외형태인데요. 법적으로 문제는 없습니까.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어떤 내용입니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중국은 교사의 과외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요. 그리고 인터넷에 보면 교사들이 올려놓은 자쟈오 사이트가 많습니다. 어느 학교 교사가 어떤 학생들을 구한다는 내용이죠. 또 학생측에서도 보수 얼마에, 어떤 선생님을 구한다는 내용을 올려놓습니다. 비밀리에 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공개적으로 만나 조건을 절충합니다.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은 자기 소속학교 학생인 경우가 많지만 타학교 학생도 가르칩니다. 자쟈오가 아주 광범위하게 성행하고 있는데, 비용도 천차만별입니다.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며 가르치니까 아무래도 좀 비싼 편이지요.”

    -자쟈오 이외에 대학생 아르바이트라든가 다른 형태의 사교육은 어떻습니까.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입시학원에 해당하는 부시반이 있고, 푸다오(輔導)라고 해서 주로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형태로 가르치는 과외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또 주말에는 부시반이나 소년궁 같은 곳을 찾아가 예능교육을 받는 학생이 많습니다. 대부분 가정마다 자녀가 한 명뿐이어서 그런지 예능교육을 굉장히 많이 시킵니다. 그러나 이런 사교육은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고 도시지역에서 성행한다고 봐야 겠지요.”

    -입시 위주 교육에 따른 폐해가 우리처럼 사회문제화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더욱이 중국은 산아제한정책으로 한 자녀만 갖도록 돼 있어 이른바 샤오황디(小皇帝)를 떠받드는 풍토 아닙니까. 어떤 면에선 한국보다도 자녀교육이 더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페이두(陪讀)현상이라는 게 있어요. ‘페이’라는 게 데리고 다닌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학부모가 자녀를 위해 좋은 학교가 있는 곳으로 옮겨다니는 겁니다. 시골 사는 부모가 생업도 팽개치고 도시에 방을 얻어 자녀가 학교 다니는 것을 뒷바라지하는 것이지요. 아이의 교육을 위해 부모의 직업까지도 희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페이두 현상이 중고등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고 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종의 과잉보호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학생들의 자립성을 말살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국의 유학생 정책

    구자학 박사는 베이징에서 4년간 유학생활을 경험한 까닭에 중국유학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사학위논문도 한중 양국의 근대시기 교육교류사에 관한 것이어서 중국유학과는 이래저래 인연이 깊다.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중국유학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은 어떤 것일까.

    -요즘 국내에서는 중국유학 붐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처음엔 중국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중국어 연수를 가는 학생이 많았는데, 최근엔 조기유학에도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중국유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현재 중국에 유학중인 한국학생은 얼마나 됩니까.

    “중국유학생 규모가 2003년 6월30일 기준으로 대학원에 1369명, 대학에 6682명인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또 어학연수생이 1만216명입니다. 초중고 조기유학생은 2002년 기준으로 3587명인데, 초등학교 1876명, 중학교 994명, 고등학교 717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유학생 규모는 미국 다음으로 큰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시도교육청에서 공식으로 집계한 것이니까, 아마 실제로는 더 많은 유학생들이 중국에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체로 중국유학생을 3만여명으로 추산하더군요.”

    -한국학생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랄까 시각은 어떤 것입니까. 주한 중국대사관이 주최하는 유학설명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을 보면 일단은 한국학생을 가능한 한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너무 유학생이 급증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 무언가 규제하려는 움직임 있지 않을까요.

    “규제 움직임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모든 학교가 유학생을 못 받아들여서 안달이었습니다만, 지금은 학생들의 질적인 수준도 고려하되 기본적으로 유학생 유치를 장려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왜냐면 대학의 경우 유학생으로 인한 재정수입 증대 효과가 엄청나거든요. 그걸 포기할 수 없겠죠. 중외합작학교설립조례를 보면 외국유학생은 계속적으로 확대한다고 돼 있어요. 단지 오려는 사람이 많으니까 입학기준을 과거보다 엄격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뿐이지요.”

    “양쯔강 이남 대학을 노려라”

    -중국에 유학하려는 한국학생들은 무조건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있는 일부 명문학교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려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그러나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명문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훨씬 알찬 유학생활을 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습니까. 이런 점을 감안해 추천할 만한 유학지역이나 학교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중국은 각 성(省) 자체가 하나의 국가단위로 볼 수 있을 만큼 큽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로만 가려 할 게 아니라 성 단위로 눈길을 돌릴 필요성이 있어요. 저장성 수도인 항저우에 있는 저장대학이라든가, 광둥성의 중원(中文)대학, 쓰촨성의 쓰촨과기대학 같은 성 단위 지역경제의 중심지에 소재한 중점대학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런 지역의 중점대학도 다 명문이거든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중국내 중점대학이 95개쯤 되지만, 이중에서 50~60개는 전국 각지의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대학입니다. 이런 데서 공부를 하면서 인맥을 쌓는 게 유리하다고 봅니다.

    지금 상황에서 본다면 저는 양쯔(揚子)강 이남 지역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지역은 경제가 발달했을 뿐 아니라 지금 중국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서부대개발의 시발점이 되는 쓰촨성의 청두(成都)와도 연결되는 곳이어서 이곳에서 공부를 한다면 무역회사에 취직하려거나 자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유학할 학교를 추천한다면 저는 베이징에 있는 항공항천(航空航天)대학을 권하고 싶어요. 이 학교는 수준이 매우 높아서 열심히 공부하면 아직 이 분야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취업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 양쯔강 이남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중국대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공분야로는 어느 쪽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몇 가지가 있는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기초과학 분야를 들 수 있어요. 중국은 인공위성이나 원자탄, 비행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기초과학이 발달돼 있습니다. 두 번째는 외국어 분야입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아주 탄탄하게 시키는 나라입니다. 개혁개방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지의 공산주의국가 사람들이 와서 외국어를 배우는 기지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 교육의 틀이 잘 짜여진 나라입니다. 다음으로 중국이나 동양의 문사철 분야 연구는 역시 중국이 자료가 많고 정리가 아주 잘 돼 있습니다. 기초학문 말고 응용학문분야도 도움이 돼요. 아까 말씀드린 항공기 분야,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도 지금은 우리를 초월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조기유학의 장단점

    -중국이 외국어 교육에 노하우가 많은 나라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일부 학부모들 중에는 중국에 유학을 보내면 중국어와 함께 영어도 익혀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래서 어떤 학부모들은 자녀를 중국대학의 영문학과로 보내기도 합니다.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배울 것으로 보고 두 개의 언어를 습득하겠다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 중국에서 영어와 중국어 두 개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유학을 크게 나누면 조기유학을 거쳐 중국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와, 국내에서 고교과정까지 마치고 중국대학에 진학하거나 석·박사학위를 하러 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기유학은 어떤 장단점이 있겠습니까.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특히 중국은 그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일찍 중국에 가서 공부를 하면 문화와 전통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학 때 몇 년 갔다오는 것과는 다릅니다. 또 중국어를 분명하게 배울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실험소학교’ 같은 좋은 학교에 보내면 나중에 중국사회의 지도자가 될 아이들을 사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조기유학을 보낼 경우에 단점도 있어요. 가장 어려운 게 생활지도 문제입니다. 학부모들도 이 점을 걱정하고 있어요. 일부 유학원들이 한국학생들을 집단으로 모아서 책임지고 생활지도를 해준다고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한국아이들끼리 어울리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고 중국문화를 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조기유학을 보내더라도 단체로 보내기보다는 자녀가 현지에서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개인적으로 보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조기유학의 경우, 한국인으로서의 기초적인 소양을 쌓아야 할 시기에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무비판적으로 사상교육을 받아들일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물론 일반 중국인 학교에 입학하면 사상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초등학교에는 품덕 과목이 있고 중고등학교에는 사상 과목이 있어서 이를 통해 사회주의 사상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것 때문에 조기유학생들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주일에 사상교육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국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중고교에서는 따로 국제반을 편성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사상과목을 가르치지 않으므로 괜찮다고 봅니다.”

    의과계통 중국유학의 문제점

    -중국유학을 가려는 사람들 중에는 한어수평고시(HSK)만 준비하면 언어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학 알선업체 광고에는 몇 달만 집중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면 유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만, HSK 성적과 실제 중국에서의 수학능력과는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몇 달 집중적으로 중국어 공부를 하는 것으로 대학 수업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절대로 못 따라갑니다. HSK는 단순한 중국어능력시험이에요. 대학에서 제대로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중국어가 필요하죠. 지금 중국대학에 입학하려면 HSK 6급 정도를 요구하는데 그것만으로는 강의를 듣기에 부족합니다. HSK 성적과 중국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것은 다만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므로 충분한 어학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중의약(中醫藥)대학에 유학한 한국학생들이 졸업후 국내에 돌아와 한의사자격시험을 볼 수 없는 실정입니다. 또 얼마 전에 중국에서 의과대학 나온 유학생 출신들에게 국내 의사고시 자격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계속 불허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 중의약의 경우 중국대학의 수학연한이 국내대학보다 1년 짧다는 게 한의사 국가고시 자격시험을 주지 않는 이유로 알고 있습니다만, 중국과 한국의 학제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지금 의과대학 계통이 문제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에서 의과대학은 대부분 5년제인데요. 우리와 비교해 1년이 모자란다고 해서 국내에서 활동할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유학생들이 많은 옌볜(延邊)대 의대 같은 곳에서는 아예 6년제로 고쳤는 데도 인정되지 않았지요. 제가 알기로는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한국정부에 건의를 했다고 합니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내면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역시 수업연한이 문제가 된 중의약대 졸업생의 경우도 한의사협회의 반발이라든가, 이걸 허용했을 경우의 의료인력 수급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해결되지 있어요.

    반면 중국에서 의대나 중의약대를 졸업하고 온 유학생들은 앞으로 숫자가 많아지면 당국도 결국은 인정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있거든요. 이게 나중에 헌법재판소에 가는 등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좀더 시간이 흐르면 기존의 중의약대학 졸업생에다가 의대졸업생까지 가세해 엄청나게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학제의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혼란은 현재로서는 의과계통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 교육개혁의 성공 비결

    -마지막으로 중국의 교육정책이나 입시제도 혹은 교육현장에서 참고할 만하거나,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이 있다면 어떤 내용일까요.

    “중국도 우리처럼 교육체제개혁에 나서고 있는데요. 중앙에서부터 밑에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뤄집니다. 그런데 우리처럼 한번 만들었다가 몇 년 후에 확 뒤집어버리고 새로 만드는 식이 아니라 계속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10년 전에 만든 교육개혁방안이 지금까지도 그 맥을 이어오고 있어요. 그 다음에 중앙에서 거시적인 것을 만들어주면 지방에서는 현지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만들어서 교육개혁을 합니다. 이런 게 잘 돼있어요. 또 교육개혁안이 국가발전계획의 한 부분으로 되어 있어요. 우리는 교육개혁안과 국가발전계획이 별개인 것처럼 여겨지는데 중국에선 하나의 틀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지요.

    입시제도 측면에서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3+X 같은 건 상당히 혁신적이고도 깊은 의미가 담긴 개혁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이 입시과목 개혁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택한 것인데, 이렇게 하기까지 5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가졌어요. 우리는 어떤 개혁조치를 할 때 모의시험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확 시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실험이라는 것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은 처음에 1개 성 혹은 2개 성부터 실험을 해봅니다. 그 뒤 문제점을 보완해서 5개 성에서 하고 또 10개 성에서 하고 해서 2003년도에 전국으로 확산시킨 겁니다.

    대학입학통일시험에 대비해 학습지침서를 만든 것도 우리가 눈여겨볼 만 합니다. 이 지침서는 매우 두꺼운 책인데 학생들은 이 범위 내에서만 공부를 하도록 돼 있어요. 우리처럼 교과서 내에서 출제한다고 해놓고도 막상 교과서를 벗어나는 어려운 문제가 나오니까 너도나도 학원에 가는 것과는 달리 이 학습지침서 범위 내에서만 공부하면 되도록 아주 상세하게 잘 만들어 놓았어요.

    결론적으로 중국의 교육은 계획경제의 깊은 잠에서 벗어나 시장경제체제하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중국에서 교육개혁이 급속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시장경제의 개념을 학교현장에 접목시키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이 정부가 취하는 교육정책들이 교육현장에서 비교적 잘 수용되었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중국교육의 발전이 한국의 장래와도 연관된다고 볼 때 우리가 어떤 자세로 교육개혁에 임해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베이징(北京)대의 경우 세계 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걸고 여러 가지 개혁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교수 신규채용시 반드시 계약제로 한다든가 철밥통을 없애는 등 교원인사제도의 획기적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현재 베이징대라든가 기타 다른 대학들의 개혁조치는 어느 단계에 와 있습니까.

    “베이징대가 2003년 5월에 가장 먼저 획기적인 인사제도 개혁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시행중인 이 내용을 보면 중국대학의 전반적인 개혁방향을 알 수 있어요. 베이징대가 대대적으로 인사제도 개혁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교수의 일류화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교수들이 일류가 아니면 일류대학을 만들 수 없다, 치열한 외부도전에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수가 일류가 돼야 한다, 세계 유명대학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수가 일류가 돼야 한다, 베이징대에 돈을 많이 투자한 것에 비해 교수의 연구수준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국가나 사회로부터 지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등의 4가지를 베이징대는 중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대 인사제도 개혁안의 내용을 보면 종신제를 타파하고, 근친번식을 극복할 수 있는 평가체제를 도입하며, 이를 통해 능력이 떨어지는 교원을 퇴출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근친번식 극복이라는 것은 베이징대 출신이 베이징대 교수로 많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교수를 채용할 때는 철저히 계약제로 하는데, 신규로 채용되는 교원들은 계약기간이 3년이에요. 전임강사는 3년씩 두 번 연임하고도 승진하지 못하면 자동퇴직입니다. 부교수는 이과와 의과계열은 최고 세 차례에 걸쳐 모두 9년, 인문사회계열은 최고 네 차례 12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때까지 승진하지 못하면 자동퇴출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재직중인 교수들에게도 새로운 인사제도가 적용됩니다. 기존의 부교수는 2회 범위 내에서 정교수 승진 기회를 제공하되 승진심사에서 탈락됐을 경우에는 반드시 1년 후 재승진 심사를 받도록 하고 거기서도 탈락하면 퇴출시킨다는 것입니다. 정년을 보장한 정교수에 대해서도 3년 연속해서 규정한 교육이나 연구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퇴출시키도록 했어요. 또 결원이 발생하는 자리는 반 이상은 반드시 외부에서 공개 초빙하되 당해연도에 베이징대를 졸업한 박사는 응모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과가 없는 학과에 대해서는 존속 여부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폐지시키고 소속 교수도 퇴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외부 저명인사 초빙 붐

    -대학교육의 개혁방안 가운데 하나로 외부수혈도 활발하다고 합니다. 칭화(淸華)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골드만 삭스 미국본사 사장인 존 손턴을 금융연구센터 석좌교수로 초빙했다고 하는데, 연봉이 100만위안(약 1억5000만원)을 훨씬 넘는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실정에서는 엄청난 금액인데요. 대학의 외부 저명인사 초빙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요즘 중국 신문을 보면 외부 저명인사를 교수로 초빙한다는 광고가 자주 실립니다. 최근에 화중(華中)사범대학이 특별초빙교수를 공모했는데, 조건이 파격적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초빙대상자가 중국과학원이나 사회과학원의 원사(院士)일 경우에는 150만위안의 주택구입비와 매년 30만위안의 수당 및 300만위안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조수를 지원해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대학이 신문에 낸 초빙광고를 보면 박사학위를 가진 부교수급이나 박사후과정을 밟은 사람에게 15만위안의 주택보조비와 3만위안의 연구비를 지급한다는 것이에요. 중국의 대학들은 이런 식으로 우수한 교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제 중국의 대학에서도 능력만 있으면 엄청난 대우를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원사라면 우리의 학술원 회원에 해당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중국과학원과 사회과학원에 원사가 있습니다. 원사가 아니더라도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중국내에서 웬만큼 유명하다는 학자들은 평생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우수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한 것이죠.”

    100개 중점대학 육성

    -1996년 시작된 ‘211공정’은 21세기에 100개 안팎의 대학을 세계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중점대학을 선정해 집중육성해 왔습니다만, 최근엔 100개도 많다 해서 다시 10개로 줄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실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중국에서 중점대학은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1954년도에 최초로 중국인민대학,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하얼빈(哈爾濱)공업대학, 베이징농업대학, 베이징의학원 등 6개의 중점대학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개혁개방 이후 211공정이라는 대학 개혁제도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중점대학이 선정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100개 대학과 1000개 학과를 세계 선진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현재 95개 대학이 중점대학으로 지정돼 211공정에 들었어요. 그런데 다시 10개의 중점대학으로 줄였다는 것은 아마 중앙정부 차원에서 육성하는 중점대학이 10개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중국대학, 대개혁으로 한국 추월하고 세계로 도약중

    베이징대와 함께 중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 특히 공과대학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211공정의 초창기에는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어요. 대도시의 유명대학들만 중점대학으로 선정됐기 때문이었어요. 이에 성(省)정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앙에서 선정하는 211공정 대학 이외에 지방에서도, 예를 들어 신장(新疆) 지역이라면 신장대학을 211공정 대학으로 선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211공정은 고등교육체제의 개혁에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211공정이 대학간 통폐합이라든지 학과 구조조정 혹은 인력의 조정 등 대학의 구조조정을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과도한 인력이 대학 울타리 안에서 먹고 산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대학 같은 경우 교직원만 1만8000명이에요. 211공정 과정에서 이런 비효율성의 문제들이 제기돼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의해 대학을 개혁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95개의 중점대학은 전체 대학의 10%에 미달하지만 학생수는 중국 전체 대학생의 3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사의 69%, 박사의 84%가 이들 대학에서 배출되고 있어요. 선택과 집중의 원리로 질을 높이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이들 대학에 108억9400만 위안이 투자됐는데, 그중 62억위안을 중점학과 육성에 사용했습니다. 대학 내부에서도 특정학과에 집중 투자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중점대학 중에서도 중점학과가 많은 대학이 좋은 대학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2003년 9월 중국교육부가 각 대학별 중점학과의 숫자를 발표한 것을 보면 베이징대가 81개의 중점학과를 보유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칭화대 49개, 푸단(復旦)대 40개, 난징(南京)대 28개 등의 순으로 돼있습니다.”

    -중국의 대학평가에서 칭화대가 베이징대를 앞질렀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만, 중국내 명문대학의 판도도 계속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학의 평가순위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2004년 1월14일 ‘21세기 경제보도’가 교육부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대학랭킹을 보면 칭화대학이 232.56점으로 1위를 했습니다. 이어서 2위 베이징대학, 3위 저장대학, 4위 푸단대학, 5위 화중(華中)과기대학, 6위 난징대학, 7위 우한(武漢)대학, 8위 지린(吉林)대학, 9위 상하이(上海)교통대학, 10위 쓰촨(四川)대학 순이에요.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21세기 경제보도’에서는 2004년 최고의 학술수준을 보유한 대학을 기준으로 중국의 15대 일류대학을 선정했는데, 여기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10위권에 들어있던 쓰촨대학, 지린대학이 빠지고 앞서 소개한 랭킹 10위권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국협화의과대학, 중국농업대학, 시안(西安)교통대학, 베이징사범대학, 중국과기대학, 하얼빈공업대학, 중국인민대학, 톈진(天津)대학이 들어 있습니다. 상위 랭킹 10위까지의 대학이 주로 종합대학의 성격을 가진 대학 중심이었다면, 15대 일류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이런 대학에다 특정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대학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10개 명문대, 15개 일류대

    -학문분야별로도 우수대학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예를 들어 이공계는 칭화대가, 인문계는 베이징대가 최고로 꼽히고 있지 않습니까. 그밖에 분야별로 강세를 보이는 대학은 어떤 곳이 있습니까.

    “중국에서는 전공별 순위를 매우 중시합니다. 그래서 학과별로 1등부터 500등까지 발표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은 우리보다 앞서가는 것이지요. 중국대학의 학과는 크게 사회과학계열의 법학 철학 경제학 역사학 관리학 교육학 문학, 자연과학계열의 이학 공학 농학 의학의 11개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21세기 경제보도’에서 발표한 것을 종합해 보면 법학 철학 문학 이학의 경우 베이징대학, 경제학은 중국인민대학, 관리학은 시안교통대학, 역사학은 난징대학, 교육학은 베이징사범대학, 농학은 중국농업대학, 공학은 칭화대학, 의학은 중국협화의과대학 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렇게 보면 중국의 대학들이 특성화가 비교적 잘 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베이징대학은 법학 철학 문학 이학 등 4개 학과영역에서 최우수로 평가돼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임을 짐작케 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의 대학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학과는 어떤 것들입니까.

    “젊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아요. 신문방송학과, 컴퓨터 및 인터넷 계열학과가 취업이 잘되고 전망도 밝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밖에 생물공정, 경제와 무역, 재정학, 공상관리, 통신, 환경, 토목 등의 분야가 인기 있는데, 대부분 중국의 경제나 사회발전과 밀접히 연관된 학과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도 중점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명문대학의 존재가 우리처럼 학벌의 폐단 등 사회문제화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중국사회에서 학벌에 따른 사회문제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대학 출신이 주요 관직이나 국회의원(전인대 대표)직을 다수 차지했다는 등의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실용주의 정신이 강하기 때문에 이공계 분야에 명문대가 많고, 또 이공계 출신들이 골고루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특정 학맥에 의한 폐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중심으로 상하이방이 한창 거론되면서 장 주석이 졸업한 상하이교통대학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학벌의 폐단이 큰 사회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서울대가 대부분의 학과에 걸쳐 전국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중국은 앞서 말씀한 대로 각 분야별 최고수준의 학과가 여러 대학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지요. 대학특성화가 잘돼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기초과학, 국제적 수준

    -중국대학의 수준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습니까. 인문학의 핵심인 중국 문사철(文史哲) 분야의 경우 대만대학의 수준이 더 높다고도 하고, 특히 사회과학의 경우에는 아직도 사회주의국가라는 체제상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학문적 접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지 않습니까.

    “간단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제가 볼 때 문사철의 경우 1990년대 중반까지는 대만쪽이 훨씬 높았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는 이념적 속박이 많이 해소되면서 문사철이나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수준이 급속히 올라가고 있어요. 중국의 학문발달과 관련해 장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학문연구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 및 정리가 굉장히 잘돼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과거제도 연구를 예로 들면 이 주제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모두 수집·정리해 책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중국의 과거제도를 충분히 연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연구를 위한 기초적 시스템은 잘돼 있으나 그런 자료들을 사회주의 이념에 좇아서 해석하다 보니까 문제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만 해소되면 급속히 학문이 발전할 것이고, 또 현재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의 학문수준은 우리보다 당연히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우리가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이미 인공위성 항공기 원자탄을 다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수학이나 물리 등 기초과학이 발달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일부 한국인들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만들지 못한다고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중국의 기초과학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NASA(항공우주국)에서 중국 연구진이 빠져나가면 운영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베이징대와 서울대의 인원구성을 비교한 자료가 최근 국내언론에 보도됐는데, 일단 외형적으로는 베이징대가 훨씬 앞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 1인당 학부 학생수가 20.7 대 3.28로 베이징대가 훨씬 적습니다. 전체학생 중 대학원생의 비율은 서울대가 31%인데 비해 베이징대는 45%로 더 많았고, 외국인학생도 590명 대 1776명으로 베이징대가 훨씬 국제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대학수준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중국 최고수준이라는 베이징대나 칭화대 같은 학교는 교수나 학생이 매우 우수하고 학문수준도 상당히 높습니다. 저는 지난해 중국학생들의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적이 있어요. 무슨 일인가 하면 한국교육개발원 이종재 원장이 중국 저장대학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그 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로 교육학과 학부생과 석박사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강당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었는데, 제가 사전에 그쪽 대학관계자에게 전화를 해서 영어로 강연을 할텐데 통역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상의를 했어요.

    그래서 이 관계자가 학생들한테 물어보았는데 이구동성으로 그냥 영어로 해달라고 하더라는 거죠. 결국 영어로 강연을 했는데, 무리없이 마칠 수 있었어요. 특히 강의가 끝난 후 영어로 진행된 질의응답도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저장대학에서 특별히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만 따로 모은 것은 아니라고 하니 그만큼 학생들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얘기죠. 이런 것을 보면 일부 명문대학들은 세계적 수준에 다가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 박사께서도 베이징에서 유학생활을 하셨습니다만,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비교해 중국학생들의 학구열이라든가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마디로 학구열이 대단합니다. 제가 유학할 당시 알고 지내던 학생들은대개 돈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도서관에 가서 공부만 하는 거예요. 그리고 학교수업시간이 많은 데다가 야간에도 수업을 하고 과제물도 무척 많습니다. 학칙상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있으면 상급학년으로 올라가지를 못하니까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우리와는 다른 것이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학교당국에서 방과후 시간까지 사실상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중국대학이 우리 대학보다 공부를 훨씬 더 많이 시키는 시스템이고, 학생들의 학구열도 우리보다 높다고 봅니다.”

    중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빠지지 않는 단골소재가 있다. 바로 돈, 혹은 돈벌이에 관한 것이다. 교육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지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던 중국의 학교들은 요즘 자체사업으로 수익을 올려 학교운영자금으로 쓰느라 분주하기 짝이 없다. 작게는 학교 담장을 헐고 그곳에 상점을 내는 것에서부터 직접 기업을 설립, 운영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돈벌이는 이제 상식이 돼버린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에게는 무상교육이 사라져 등록금 부담이 만만찮다.

    -베이징대가 1988년 세운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이라는 회사를 보면 직원이 6000명이 넘고 매출액이 우리돈으로 1조4000억원을 돌파했으며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는 거대그룹으로 성장했다는 겁니다. 대학이 설립한 기업을 샤오반(校辦)기업이라고 하는데요, 2001년말 기준으로 575개 대학이 무려 5039개의 샤오반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그 매출액이 607억위안(약 9조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 같은 대학의 상업활동은 어떻게 해서 시작된 것이며 현재 어느 정도인가요.

    “개혁개방 이후에 시작된 것으로 그 전까지는 전혀 없었어요. 그 전에는 모든 것을 국가에서 대주었는데, 개혁개방 이후에 학교 재정의 일정 부분만 국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벌어서 쓰라고 했어요. 이런 과정에서 샤오반기업이 생겨났죠. 현재는 대학뿐 아니라 능력이 되는 초중고교에서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어느 학교에서 벽돌공장을 운영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조금 주다가 문제가 된 적도 있어요.

    대학은 거의 대부분이 샤오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베이징대학이 운영하는 베이다팡정을 비롯해 칭화대학 하얼빈공대 저장대학 등의 샤오반기업은 거의 우리나라의 재벌그룹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게 샤오반기업을 놓고 순위를 매깁니다. 학교마다 설립한 기업체의 숫자, 총매출액, 학교재정에 기여한 액수, 순이익 등등 말입니다.”

    대학등록금 연간 63만원

    -이 같은 기업활동은 학교재정에 도움을 주고 산학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여러 가지 부정적인 면도 또한 클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내에서는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학교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는 데 필요하고, 또 중국의 이념적 특성에도 부합한다는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교육과 노동의 결합이라는 것이지요. 반면 문제점으로는 주객이 바뀌는 현상을 들 수 있어요. 대학이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수가 기업체 경영하는 사장 역할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겁니다. 학교보다 회사를 중시하는 현상이죠.

    이런 현상은 대학에서 기술뿐 아니라 자본과 인력까지 모두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학의 기업 운영방식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푸단대학의 양위량(楊玉良) 부총장이 대표적인데요. 이 분은 ‘대학이 투자에 전념하게 되면 일반기업의 시장 참여가 힘들어지므로 앞으로는 기술투자만 하면 좋겠다. 국립대학이 만든 샤오반기업은 결국 국영기업인데 이는 지금 국영기업이 없어지는 추세와도 모순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중국이 계획경제체제를 탈피하면서 1977년부터 모든 대학에서 학비를 받는 유상(有償)교육이 시작됐는데, 현재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렇게 유상교육으로 제도가 바뀜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까.

    “대학생들의 학비는 해당지역의 교육청에서 그 한도를 정하는데 지역에 따라 달라요. 베이징시의 경우 일반대학은 연 4200위안(약 63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중점대학은 5000위안 이내로 제한돼 있습니다만, 특수학교는 이보다 더 받을 수 있습니다만 베이징대, 칭화대, 중국인민대, 베이징사범대는 아예 4800위안을 받도록 정해 놓았어요. 상하이시는 일반대학은 5000위안 이내로 받도록 했지만, 인기 전공학과는 6500위안, 예술계통은 1만위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학비가 중국인들에게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 우리나라처럼 이른바 우골탑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로서는 돈이 없어 대학에 못가는 일이 없도록 대부제도라든가 장학금제도를 확충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대학, 대개혁으로 한국 추월하고 세계로 도약중

    베이징사범대학의 학생기숙사.

    -과거 무상교육 시절에는 졸업후 국가가 배치해주는 직장에서 일하면 됐습니다만, 유상교육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취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대학졸업생들의 취업경쟁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졸자들의 취업률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대학생들에게 유상교육을 실시하면서 취업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 것은 중국사회의 전체적인 개혁작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됩니다. 현재 중국 대졸자들의 취업실태를 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2003년 12월에 발표된 각 대학의 취업률 통계를 보면 저장대학이 90%를 넘어서 가장 높습니다만, 이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중국에서도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대학졸업자가 보모로 취업하는 사례도 나타나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상하이의 한 인력회사에서 보모를 모집했는데 뽑힌 다섯 명이 모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또 이들의 월급이 1800위안이니까 그리 많은 편도 아닙니다. 이렇게 대졸자 취업이 어려워진 것은 아마 대학입학 정원을 최근 몇 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것이 한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실제로 2003년 대학졸업자는 212만명으로 2002년의 67만명보다 3배 가량 늘었습니다. 당연히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지요.”

    교육의 빈부격차 현상

    중국의 초등학교는 샤오쉐(小學), 중고교는 각각 추중(初中), 가오중(高中)으로 불린다. 대학 못지않게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초중고교는 농촌과 도시의 교육여건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개혁개방이 몰고온 빈부격차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장이 바로 초중고교인 셈이다.

    -중국의 의무교육 연한이 9년입니다만 농촌은 교육여건이 극도로 열악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희망공정(希望工程)’이라는 벽지학교 지원제도도 있어 중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교육성금이 답지하고 있는데요. 반면 대도시의 일부학교는 호화롭기 짝이 없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교육의 빈부격차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입니까.

    “희망공정은 중국정부가 개혁개방 이후 농촌이나 산촌지역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로 일종의 민간에 의한 학교지원사업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돈을 기부하면 학교를 만들어 ○○ 희망소학 혹은 △△ 희망중학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문을 열게 됩니다. 이 같은 희망공정을 통해서 벽지에 학교가 많이 지어졌습니다만, 몇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교과서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반면 대도시지역은 학교 수준이나 시설 수준이 아주 좋습니다. 일부 중점학교나 사립학교의 경우는 한국보다도 앞서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제가 1년 전에 베이징4중을 방문했어요. 이 학교는 과거 한국의 경기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건물 한 동(棟) 전체를 실험동으로 꾸민 것이에요. 물리 화학 생물 등 수많은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각종 실험으로 냄새가 진동을 할 정도였어요. 식물배양실까지 두고 철저한 실험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또 수영장이 있다길래 가봤더니 학생들이 매일 수영을 하도록 돼있어요. 또 작년에 항저우의 한 고등학교에 간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대학 수준이에요. 없는 시설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미술수업시간에 도자기를 굽는 가스 가마 시설도 있었는데요. 미술시간에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학생이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초호화판 기숙학교

    -그렇게 좋은 시설을 갖춘 도시지역의 학교는 예산을 많이 지원해줘서 그런 겁니까 아니면 학생들한테 돈을 많이 거둬서 그렇습니까.

    “기부금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중국은 우리와 달리 기부금입학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항저우의 고등학교도 기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그런 훌륭한 시설을 갖춘 것입니다.”

    -방금 베이징4중이나 항저우의 고등학교 사례를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 우수한 국립학교 말고도 이른바 귀족학교라든가 혹은 기숙학교가 성행하고 있다는데, 이런 학교가 지금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에서는 사립학교를 민반(民辦)학교라고 하는데, 여러 종류가 있고 수준차도 큽니다. 사립 초중고는 대부분 학교에서 숙식을 하는 기숙학교로 운영됩니다. 이 기숙학교는 시설이 좋고 운영방식이 독특해서 일반적으로 귀족학교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몇 개 학교만 소개해보죠. 베이징에 있는 수런(樹人)학교는 1993년 6월에 개교한 12년제 기숙학교로 700명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모두 이곳에서 마치게 돼 있지요. 이 학교의 학기당 학비가 초등학교 1만3800위안, 중고등학교는 1만4800위안인데,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최소한 2만위안(약 300만원)이 넘게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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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사범대학에 유학중인 외국학생들의 교내 서예전시회.

    또 베이징에 후이자(匯佳)학교라는 12년제 기숙학교가 있는데, 여기도 비슷해요. 학비가 1년에 약 4만5000위안으로 12년 졸업하려면 총 55만여 위안을 지불해야 하니까 우리돈으로 따지면 800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학교는 기숙사가 호화로운 것은 기본이고, 보도교사라는 상근 과외교사가 있어서 방과후에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의사도 상주한다고 해요. 그리고 랜(LAN)으로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생활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이런 귀족학교들은 영어교육에도 차별화를 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교는 체육시간에 ‘하나 둘 셋’이라는 구령을 ‘원 투 스리’로 하게 하고, 학교 경비원들에게도 영어를 배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광저우(廣州)시에 있는 현대준혜학교(現代俊慧學校)의 교장은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중학교 졸업시 대학 1,2학년의 영어 수준에 도달하고, 고교졸업시에는 대학 3,4학년 수준에 도달하도록 가르친다’고 말합니다. 아예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을 단체로 미국에 데려가 영어 단기훈련을 시키는 학교도 있을 정도입니다.”

    치밀한 영재교육 시스템

    -귀족학교와의 관계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도 영재교육을 하고 있습니까. 들리는 이야기로는 덩샤오핑(鄧小平) 등장 이후 영재교육을 매우 중시했다고도 하는데요. 실제로 중국에 영재교육이 있다면 어떤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중국에서는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영재교육이라는 말을 꺼낼 상황이 아니었어요.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너무 낮아 다른 데 신경 쓸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가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 영재교육이 도입됐습니다. 시장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발전시키려면 아무래도 최상의 교육을 받은 최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영재교육을 중국에선 차오창(超常)교육이라고 하는데요. 그 시스템을 보면 아주 체계적입니다.

    우선 초등학교나 중학교에는 영재반이 있고, 고등학교에는 소년반, 대학교에는 대학소년반이 설치돼 있어요. 그래서 보통 고등학교 때 소년반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대학소년반에 진학하게 되는데, 이때 나이가 13세쯤 됩니다. 대학소년반에서는 또래들끼리 생활을 하고 대학 3학년이 되면 전공별로 흩어져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15세에 대학을 졸업한 뒤 20세에 박사학위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외국으로 나가서 다시 박사학위를 더 받고 국내에 들어와서 전문분야에서 인재로 활동을 하는 겁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영재교육 시스템이 아주 치밀하게 짜인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영재교육을 위한 학교가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기존학교 내에 특별반을 설치하는 형식이군요.

    “중국 영재교육의 특징은 일반교육과 영재교육이 공존하는 시스템이에요. 그러니까 학교 속에 또 하나의 학교가 있는 셈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영재교육을 시작한 학교가 베이징8중인데 여기에도 소년반이 있어요. 톈진(天津)실험소학에도 학년마다 한 학급의 소년반이 있는데 교육과정은 일반학급과 똑같습니다. 단지 교사들이 영재교육에 맞게 개편한 것이지요. 모든 학교가 이런 소년반을 설치하고 있는 건 아니고 주로 대학의 부속학교인 실험학교에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는 입시를 치릅니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학교를 배정하고 있습니까.

    “초등학교는 그냥 입학하고 중학교는 이전에 시험을 봤는데 1998년부터 컴퓨터에 의해 근거리 배정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고등학교는 입학시험을 봅니다. 중카오(中考)라고 해서 베이징 같은 경우, 어문 수학 외국어는 베이징시 교육국에서 공동출제를 하고, 그밖에 몇 과목은 각 구(區)나 현(縣) 별로 출제합니다. 대학과 마찬가지로 일류학교인 중점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고교입학과 관련해 기부금입학제와 비슷한 개념의 택교(擇校)라는 것도 있던데요. 이건 어떤 제도입니까.

    “이 제도는 일단 입시를 통해 정원을 채우고 난 후, 커트라인에 조금 못미치는 점수로 낙방한 학생이 꼭 그 학교를 가고 싶어할 경우 택교비를 내고 입학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때 택교비는 최대 3만위안을 넘을 수 없도록 돼있습니다만, 5만위안 이상 받는 경우도 있고 해마다 그 액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입학하는 학생을 택교생이라고 하는데, 모집정원의 10%를 넘을 수 없고 학교가 정해놓은 일정한 점수를 얻은 학생에 한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택교제도는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에도 있습니다. 중학교는 입학시험은 없지만 택교를 통해 가고 싶어하는 지역의 시범학교 같은 곳에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베이징시의 경우 대학이 몰려 있는 하이뎬취(海淀區)에 있는 중학교들이 인기가 높습니다. 대학에도 택교는 아니지만 찬조금 내고 입학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런 택교 제도는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내야 하므로 학부모에게 부담이 크고 또 사회적 여론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교 입장에서는 발전기금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선호합니다.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으니까 역시 좋아하고 있지요. 사회적으로는 환영을 받지 못하지만 학교측이나 택교 당사자들은 선호하고 있어 이 제도가 쉽게 없어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부유층들은 여론도 좋지 않은데 굳이 거액의 택교비를 내고 입학할 필요가 있느냐 해서 미국이나 싱가포르, 영국 등으로 조기유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중국에서도 조기유학 붐이 일고 있어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중국인들을 접하다 보면 참 말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회식 때도 보면 꼭 환영사니 답사니 해서 유창한 연설을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마치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요. 중국의 교육과정에 이런 발표력 훈련을 특별히 중시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이 어문교육을 엄청나게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중국어를 가르칠 때 단어부터 가르치지 않고 발음기호를 통해 언어를 터득하도록 합니다. 한 6개월 가량을 이렇게 발음기호 위주로 가르치고 나서야 그 다음부터 글자를 보도록 하고, 또 다양한 고사성어나 위인전기 등을 읽고 쓰게 하는 학습을 많이 시켜요. 이런 교육방식이 중국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첫째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둘째는 사회주의의 특징 중 하나가 집단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에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 같은 체제의 특성이 발표력을 키운 하나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또 하나 특징이 무슨 연설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고사성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웬만한 유명한 시나 명문장은 줄줄이 외워서 구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국어시간에 유명한 시 100수를 암기하도록 했다는 것이에요.

    “그렇습니다. 문장을 철저히 암기시키는 교육을 중시하는 것 같아요. 우리처럼 시험에 필요한 부분만 외우는 게 아니라 시나 문장 전체를 외우도록 합니다. 저의 집 아이도 베이징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왔는데, 지금 고등학교에 올라갈 나이인 데도 그때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있어요. 발음도 아주 정확하고요. 바로 암기 암송교육을 철저히 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교육제도 가운데 가장 먼저 우리 눈에 띄는 것이 아마 대학 입시제도일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됐던 지역할당제에 의한 신입생 모집을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 신입생의 선발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입학시험 문제출제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다. 중국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유학생들뿐 아니라 교육정책 당국에서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중국의 대학은 통일적으로 실시하는 입학고사(高考) 성적과 함께 다양한 요소를 병행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학입시와 학생선발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집니까.

    “중국의 현행 대입제도는 문화혁명이 끝난 후인 1977년도에 처음 골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전 10년간은 입시가 없었으니까요. 중국의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우리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통일시험입니다만 이것 말고도 여러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최근 도입한 자율선발제도가 그 가운데 하나로, 통일시험 점수가 아닌 대학의 자율적인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에 의해 2003년도에 22개 대학이 정원의 5% 이내에서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했어요.

    이밖에 또 소년반, 정향배양생, 보송생, 추천생, 특기생 등의 선발방식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대학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영재교육이 제대로 되는 것이지요. 단순화시켜 말하면 일반학생들은 입학시험인 통일시험을 통해서 뽑고 또 별도의 형식으로 학생들을 뽑는 이원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지역할당제의 실제 사례

    -지금 말씀하신 다양한 선발방식 가운데 특히 고교에서 대학에 학생을 추천해 무시험으로 진학하는 보송생(保送生)제도가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고교의 추천장을 대학에서 별로 신뢰하지 않는 풍토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송생 제도는 대학입학 통일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고교 추천에 의해 대학에 가는 제도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대학과 고교 사이에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와는 달리 중국에선 고교에서 보내준 내용을 대학이 그대로 믿습니다. 믿을 수밖에 없는 게 형식적인 추천이 아니고 당안(?案)이라고 해서 해당 학생에 관한 모든 것이 담긴 기록을 토대로 추천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성적은 물론 학교생활 사회활동 품행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이것만 보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 당안은 사회에 나가 직장생활을 할 때도 활용되는 등 일생동안 그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신입생 선발시 지역할당제를 도입하는 문제가 거론됐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중국은 오래 전부터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역할당제가 중국에서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이 제도는 각 대학의 모집정원이 지역별, 그러니까 각 성과 직할시별로 할당이 되면, 그 지역 내부의 경쟁을 통해서 할당된 숫자만큼 대학에 진학하는 것입니다. 2003년도 칭화대학의 합격상황표를 보고 설명해보면 칭화대가 광시(廣西)성에는 60명을 배정했는데, 커트라인이 805점이었습니다. 광둥성은 69명이 배정됐는데 커트라인이 815점, 상하이시는 66명에 커트라인이 555점이었어요. 신장(新疆)성의 경우는 30명 배정에 597점으로 지역별로 배정인원과 커트라인에 차이가 많습니다.

    이 지역할당제를 학생 입장에서 보면 예를 들어 산둥(山東)성의 고3학생이 대학에 가려고 할 때 산둥성에 할당된 각 대학의 모집인원 즉, 베이징대학 ○○명, 칭화대학 △△명, 산둥대학 ××명 등등의 리스트를 참고해서 자신의 통일시험 성적을 가지고 3개의 대학까지 지망을 하는 식입니다.”

    -지역별로 커트라인에 차이가 많은데요. 대개 어떤 지역들이 높거나 혹은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또 이로 인한 불만이라든가 사회적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습니까.

    “베이징시나 상하이시처럼 교육여건이 아주 좋은 곳이거나 아니면 아예 낙후된 곳이 커트라인이 낮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 유리합니다. 교육여건이 좋은 대도시는 할당된 인원이 많기 때문이고, 교육 낙후지역은 학교수준이 낮으니까 자연 시험성적도 떨어지는 것이지요. 베이징시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자가 전국의 0.9%밖에 안 됩니다만, 베이징대는 전체인원의 14%를 이곳에 할당하고, 칭화대는 무려 18%를 할당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커트라인이 타지역에 비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역별 불균형 현상이 심하다 보니 ‘대학입시 이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부 수험생들이 지역간 점수차를 고려해서 본인과 부모의 호구(戶口)를 다른 성에 옮겨 놓고 있다가 시험 때 호구가 있는 성으로 가서 시험을 보는 거죠. 할당인원이 적은 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만, 오랫동안 시행돼온 제도여서 쉽게 바꾸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는 뭡니까.

    “이 제도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보기엔 호구제도 때문인 것 같아요. 중국은 인구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까 출산에서부터 대학입학생 숫자까지 모두 계획적으로 조절하고 호구제를 엄격하게 실시합니다. 또 대학생들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대학의 정원도 기숙사 수용인원 등을 고려해서 철저히 계획적으로 정합니다. 따라서 지역할당제도 지역발전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기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학생 숫자를 지역별로 관리할 필요성 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계획적으로 하지 않으면 호구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중국의 이 같은 지역할당제를 우리가 참고해보면 무언가 입시제도 개선에 시사해주는 점이 있지 않을까요. 혹시 교육당국이나 연구기관에서 중국의 경험을 우리 현실에 맞게 변형해 적용하는 것을 연구해본 적이 있습니까.

    “본격적으로 검토해본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할당제가 중국내에서도 형평성에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처럼 도시지역에 전인구의 70~80%가 살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할당제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입 시험과목 3+X로 개혁

    -중국은 매년 7월7일부터 3일간 전국대학입시통일시험을 치르지 않습니까. 최근 시험과목이 3+X로 바뀌었는데, 그 내용에 대해 국내 교육관계자들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중국도 그동안 입시위주 교육이 성행하다 보니까 학교교육이 암기 위주로 흘렀어요. 그래서 이런 폐단을 막고 학생들의 창의성이나 종합적인 사고력을 향상시킨다는 목표아래 대학입시과목을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즉 개혁 이전까지 문과 시험과목은 정치 어문 수학 역사 외국어, 이과는 어문 수학 물리 화학 외국어 등 각각 5과목이었는데요. 이것을 3+X로 개편했어요. 여기서 3은 필수 세 과목으로 어문 수학 외국어입니다. 문과든 이과든 이 세 과목을 필수로 보는데 외국어는 영어 불어 등 5개 국어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X는 통합과목이라고 해서 문과는 역사 지리 정치를 통합한 문제가 출제되고, 이과는 물리 화학 생물을 통합한 문제가 출제됩니다.

    입시과목 개혁의 핵심은 바로 이 X에 있습니다. 통합능력측정시험이라는 정식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가 출제되므로 과거와 같은 단편적인 암기위주 수업으로는 풀기 힘들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하천의 치수(治水)에 관한 문제라면 하천의 지리적 특성과 이와 관련된 역사적인 배경, 치수의 정치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만 제대로 답을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의 수업방식이 달라져야 하고 학생들도 통합적으로 사물을 보고 이해하려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3+X 시험은 교육현장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시험문제 출제가 어렵고 학업부담이 과중하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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