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와중에 한국학생들의 중국유학은 날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의대계열 학부생과 일부 석박사과정 및 언어연수생이 주류를 이루던 초창기 유학대열은 이제 조기유학 붐을 타고 중국대륙 곳곳의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막상 중국교육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어떤 교육체제와 철학을 갖고 무슨 내용을 가르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중국으로 달려가는 최근의 유학열기가 불안스럽기조차 하다. 중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가 절실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호 중국탐험에서 만난 구자억(具滋億·49) 박사는 국내에서 거의 독보적인 중국교육 전문가로 꼽힌다. 영남대와 고려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명문인 베이징사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개발원 기획처장으로 재직중이다. 외국인 제1호 교육학박사학위 취득자로 베이징TV에 소개됐을 정도로 이 분야의 선구자인 셈이다. 중국교육의 탐험은 일단 전반적인 변화의 기조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일 듯싶다.
紅과 專 겸비한 인재양성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모든 면에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관련제도가 바뀌고 각급 학교의 교육현장도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변모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학생들의 중국유학 열기가 높아가고 있어 중국교육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교육의 성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중국교육은 한마디로 ‘우홍우전(又紅又專)’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홍’과 ‘전’을 아우른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홍은 사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르크스적인 입장이나 관점 방법을 견지하는 것을 말하고, 전은 전문적인 지식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현대사는 한마디로 ‘홍’과 ‘전’의 싸움의 역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혁명기에는 ‘홍’의 잣대로 모든 것을 쟀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불순하다고 보는 사람, 예를 들면 교사와 같은 지식인은 모두 제거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실력보다 사상으로 뽑은 적도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발전을 추구하면서 ‘전’이 매우 중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교육도 ‘전’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고, 반면 그런 과정에서 ‘홍’이 약해진 것이지요.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홍’과 ‘전’을 두루 갖춘 인재양성에 목표를 두게 된 것입니다.”
-결국 개혁개방 이후 중국교육의 성격이 획기적인 전환기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이 같은 우홍우전의 원칙하에서 중국 교육개혁의 주요내용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까.
“교육의 양적 확대와 질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적 화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양적으로는 고등교육의 경우 1980년대만 해도 대학입학 정원이 30여만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00여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것을 계속 늘려서 고등교육을 받는 전체학생수를 300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초중등교육의 경우 여건이 취약한 변경(邊境)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100개 대학을 집중육성한다는 ‘211공정’이라든지 ‘3+X제’ 같은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고등학교 졸업시험제 시행, 교수·교사평가제 등을 도입했습니다. 또 사립학교가 등장하고 다양한 경쟁체제를 도입해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