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9일 결성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원회.’ 최광식 공동대표는 ‘성명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국고대사학회 등 한국사 관련 17개 학회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고구려역사지키기범민족시민연대 소속 130여개 시민단체가 손잡고 ‘고구려사 바로잡기’ 10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정부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구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동북공정’의 과제를 공개한 중국은 이미 구체적인 실천작업에 들어갔다. 향후 중국의 논리와 이에 대응할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중국의 고대사 빼앗기 전략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출간된 ‘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古代中國高句麗歷史續論, 이하 속론)은 동북공정의 기초 방향을 제시한 ‘고대중국고구려역사총론’(2001년 2월 출간)의 속편에 해당된다. ‘속론’에서 중국은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점검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은 남북한의 고구려사 연구가 ‘비학술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983년 육군본부가 펴낸 ‘통일과 웅비하는 민족 역사를 향하여’에서 “잃어버린 만주 대륙을 되찾자”고 한 부분을 거론하며 “한국 재야사학의 비학술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역사인식이 당시 한국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에게 대륙수복 의지를 불러일으켰다”고 적고 있는 것.
또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일어난 한국의 고구려 유적 탐방과 연구 붐 역시 ‘대고(구)려민족’에 공감하는 민족주의 열기의 한 단면이며, 분열·대치 상태에 있는 남북한이 고구려사 귀속 문제(고구려사의 한반도 역사성 강조, 중국 역사성 부정)에 관해서는 놀랍게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이 고구려 벽화고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와 외교 이익을 고려한 것일 뿐 학술적·문화적 목적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
서 회장은 이 대목에서 중국이 고구려사에 대해 취해온 ‘일사양용(一史兩用)’ 원칙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일사양용’을 한 역사를 두 나라가 공유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나, 사실 이것은 한국이 고구려사에 대해 논하는 것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결코 고구려사의 절반이 한국사라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남북한이 고구려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중국)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학술연구와 정치문제 그리고 역사연구와 현실관계를 분리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하며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국제 학계에 제공함으로써 고구려사 연구를 추진하고 심화시켜야 한다”는 고도의 전략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어에 능숙하며 한국 학계와 교류가 있는 조선족 역사학자들을 적극 지원하고, 동시에 중국내 모든 문헌과 고고학 자료 등 고구려사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편년체제를 만들고 남북한 및 기타 국가의 고구려 관련 연구와 저술 목록(색인 포함)을 만든다는 구체적인 실행방법까지 적시했다.
그러나 이미 ‘고대중국고구려역사’ 총론과 속론 집필에 한국 유학파 중국인 혹은 조선족 학자가 참여했고, 또 이들은 국내 고구려·발해 관련 연구 및 학술서적의 중국어 번역작업을 맡아왔다. 결국 중국은 조선족 연구자들을 척후병 삼아 한국 학계의 실상을 파악하고 철저하게 대응논리를 마련한 후 비로소 한국을 향해 ‘학술전(學術戰)’을 선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