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호

‘문어 화성인’ 자취 쫓는 NASA의 화성탐사

쌍둥이 로봇, 오늘도 물 찾아 삼만리

  • 입력2004-03-02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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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가 하늘의 별들을 천체로 인식하기 시작한 이래 오랜 세월 동안 화성 혹은 화성인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갔다. 화성에는 과연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NASA의 쌍둥이 로봇이 전해온 최신 화성탐사 보고를 통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선 화성의 실체를 살펴본다.
    ‘문어 화성인’ 자취 쫓는 NASA의 화성탐사
    “표면온도는 최고 영상 5。C, 최저 영하 15。C로 측정됐다.”“붉은 행성에서 파란색 바위가 포착됐다.”“물의 흔적을 보여주는 흙 알갱이가 발견됐다.”

    지구에서 2억㎞ 떨어진 화성으로부터 연일 전해지는 새로운 소식들로 최근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화성탐사로봇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

    형인 스피릿은 1월4일에, 동생인 오퍼튜니티는 3주 후인 1월25일에 각각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이들은 현재 착륙지 주변의 지형과 암석을 탐사하면서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화성의 ‘속살’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다.

    이번 화성탐사 프로젝트에는 250명의 전문가와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요된 비용만해도 총 8억2000만달러나 된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화성탐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단순히 태양계 내 행성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여기에는 ‘화성 생명체’의 존재를 가늠해줄 물의 흔적을 찾는다는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목적이 있다.

    화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의 우주탐사는 상당부분 화성 혹은 화성인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과연 화성은 인류에게 무엇이었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인류는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왜 미국은 수억달러의 예산을 써가면서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밝히려 하는가. 지금부터 그 자세한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빙하에서 물을 끌어 쓰는 화성인?

    “신사숙녀 여러분,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중대한 발표를 하겠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오늘밤 뉴저지에 착륙한 이상한 존재는 바로 화성에서 온 침략부대입니다.”

    1938년 10월 미국 전역에 이런 라디오방송이 나가자 당시 미국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공포에 휩싸였다. 어떤 사람은 탄알을 장전한 총을 꽉 잡은 채 천장에 숨었고 어떤 사람은 그 순간 자기 집에서 뛰쳐나갔다는 다소 과장된 얘기도 있다. 사실 이 방송은 첨단무기로 무장한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SF소설 ‘우주전쟁’을 각색해 뉴스 형식으로 내보냈던 것이었다. 이 가상뉴스가 불러일으킨 엄청난 소동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화성인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우주전쟁’은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8년에 쓴 소설이다. 소설은 미국의 한 천문대에서 과학자들이 화성 표면에서 발생한 강력한 섬광을 관측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현상의 정체는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화성 우주선. 문어처럼 흉측하게 생긴 화성인들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만 결국에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부패 박테리아에 의해 전멸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팀 버튼 감독의 SF영화 ‘화성침공’을 연상시키는 이런 황당한 설정은 19세기말 전세계에 불어닥친 ‘화성 열풍’에서 비롯됐다. 이 열풍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유럽이었다.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에서 40여개의 줄무늬를 관측한다. 그는 이것을 자연적인 수로(水路)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카날리(canali)’로 표현했는데, 이 단어가 영어권으로 넘어가면서 인공운하를 의미하는 ‘canals’로 둔갑했던 것이다. 화성에 운하가 있다? 그렇다면 운하를 건설한 화성인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게 당시 사람들의 자연스런 발상이었다.

    이 해프닝은 미국의 재산가이자 천문학자였던 퍼시벌 로웰에 의해 전세계인들에게 전파됐다. 조선 말 우리나라를 방문해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로웰은, 사재를 털어 미국 애리조나에 천문대를 세우고 화성을 자세히 관측해 160개가 넘는 ‘운하’를 찾아낸 후 이를 지도로 만들어 발표했다. 그러자 ‘운하’를 만든 화성인의 존재는 기정사실처럼 세상을 풍미했다.

    전쟁의 신을 연상시키며 하늘에서 붉게 빛나는 화성은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주목의 대상이었다. 특히 여러 모로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하리라는 추측이 끓임없이 이어졌다. 화성의 하루는 지구의 하루보다 단지 40분이 더 길 뿐이고 자전축의 경사각도 24°로 지구의 23.5°와 비슷하다. 또 희박하지만 대기도 존재하고 사계절의 변화도 나타난다.

    맨 처음 화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한 것은 1659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였다. 그는 화성 표면에서 얼룩무늬를 관측하고, 자전주기가 24시간40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1666년에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조반니 도메니코 카시니가 화성에서 극관을 발견했다. 극관은 화성의 극지방에 하얀 모자를 씌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말한다.

    ‘문어 화성인’ 자취 쫓는 NASA의 화성탐사

    NASA의 개발자들이 지난 1월 화성에 도착한 탐사로봇(왼쪽)과 1997년 화성 표면에서 활약했던 소저니(오른쪽)를 앞에 두고 찍은 기념사진.

    근세에 이르러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셸은 화성 극관이 얼음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극관이 여름에는 작아지고 겨울에는 커진다는 관측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화성에 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힘을 얻게 되는 계기였다.

    19세기 말 스키아파렐리와 로웰이 화성에서 발견했다고 전해진 ‘운하’는 허셸의 주장과 맞물려 ‘극관의 물을 수송하는 화성인’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문어처럼 생긴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줄거리의 SF소설 ‘우주전쟁’이 발표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러나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운하를 건설하는 화성인에 대한 환상은 20세기 중반 탐사선이 화성으로 향하 면서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1965년 미국의 화성탐사선 마리너 4호가 보내온 22장의 화성 표면 사진에는 인공적인 운하 대신 자연적으로 생긴 수로의 흔적들만 드러났다.

    화성탐사 목적이 표면에 착륙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은 이 무렵부터다. 탐사목적도 ‘문어같이 생긴 화성인’이 아니라 생명체에게 필요한 물과 미생물 수준의 생명체를 찾으려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1976년에는 미국의 쌍둥이 탐사선 바이킹 1, 2호가 화성에 잇달아 착륙했다. 1호는 7월20일 황금평원에, 2호는 8월7일 유토피아평원에 안착했다. 두 대의 바이킹 착륙선은 화성의 토양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는 실험을 했다.

    바이킹의 생명체 분석 실험은 크게 광합성 실험, 신진대사 실험, 가스교환 실험의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 실험 모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생물이 광합성한 결과를 살펴보는 실험에서 이산화탄소가 측정됐고, 영양분을 흡수했는지 알아보는 실험에서 유기물이 산화된 결과가 드러났으며, 생물이 호흡했는지 살펴보는 실험에서는 기체가 교환됐음이 확인됐다.

    이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졌고 학계는 엄청난 흥분에 휩싸였다. 그러나 흥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얼마 후 실험결과 자체가 의미 없는 것으로 밝혀졌던 것. 화성의 대기온도와 습도가 변해도, 밤낮에 상관없이 항상 같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세 가지 실험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과학자들은 태양 자외선이 화성 대기를 통과하면서 만든 물질이 화성 토양을 산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지구에서조차 생명체를 확인할 수 없는 ‘고물’을 화성에 보내놓고 생명체를 발견하려고 한 시도가 애초부터 무리였다”고 입방아를 찧기도 했다.

    설왕설래 속에 1997년 NASA는 ‘마르스 패스파인더’를 발사한다. 화성에 착륙한 패스파인더의 탐사에서는 착륙선에서 나와 화성표면을 돌아다닌 탐사차량 ‘소저너’의 활약이 돋보였다. 비록 생명체를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과거 화성에 존재했던 물의 역사가 비교적 자세히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패스파인더의 탐사 결과를 통해 30억~45억년 전 화성에 물이 넘쳤고, 20억년 전에는 갑작스런 홍수로 바위들이 평원을 굴러다녔으며, 그후 화성 표면은 바람에 의해 침식됐을 뿐 별 변화 없이 메말라갔다고 추정했다.

    한편 화성 궤도에서도 정밀 탐사가 이어졌다. 1997년부터는 NASA의 ‘마르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2001년부터는 ‘마르스 오디세이’가 생명체의 근원인 물을 찾는 데 한 발짝씩 다가갔다. 2001년에는 두 탐사선이 물과 관련된 사실을 잇달아 확인했다. NASA는 5월에 마르스 오디세이가 화성 표면 아래에서 다량의 얼음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6월에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마르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표면 고도를 자세히 관측한 자료를 통해 과거의 거대한 호수가 드러났다는 결과가 실렸다.

    특히 오디세이는 감마선 분광계로 화성의 표면 아래 1m 정도까지 관측한 결과, 남반구와 북반구 양쪽에서 극지방으로부터 위도 60°에 이르는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얼음이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BBC방송은 “이렇게 방대한 얼음이 녹을 경우 화성 표면을 500m 깊이의 물로 모두 덮을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 결과는 과거 화성에 풍부했던 물의 일부가 표면 아래에 스며들어 현재는 얼음 형태로 관측됐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표면 아래 1m보다 더 밑의 지역이 오디세이 장비의 능력상 확인할 수 없는 곳이란 것이다. 그 아래 지역에는 내부 열 때문에 얼음이 녹은 상태인 물로 존재할지 모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화성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보다 뚜렷하게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물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열심히 화성에서 물을 찾으려 하는 것일까. 간단히 말해 이는 ‘생명체에게는 물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생명체존재 여부를 가름하는 가장 분명한 증거가 바로 ‘물’이라는 것이다. 지구 어디를 보더라도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물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1990년대 과학자들은 지구의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남극의 차가운 빙산, 수압이 압력솥처럼 높고 물이 끓어오를 정도로 뜨거운 태평양 심해의 열수구, 빛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지표면 아래 2.8㎞의 땅속에서도 생명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면 지구 밖 어딘가에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극한 환경의 생명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낸 특징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최소조건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걸러진 최소조건이 우선 빛이나 땅속 열과 같은 에너지, 다음으로 영양분이 되는 화학물질, 마지막으로 물의 존재였다. 그 가운데 물, 특히 액체상태의 물은 가장 중요한 단서다. 흐르는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신진대사에 필요한 영양물질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없으면 영양물질을 흡수할 수도,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로 바꿀 수도 없는 까닭이다.

    흥분과 반론 그리고 확인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화성의 자연조건은 생명체가 살기 힘든 극한 환경이다. 일교차가 매우 심하고 대기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이며, 오존층이 없어 해로운 자외선이 바로 표면까지 도달한다. 그럼에도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에 못지않은 지구의 극한환경에도 생명체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화성에 물이 많았다면 그때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96년 NASA의 과학자들은 ‘ALH84 001’이라는 이름의 화성운석에서 미생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ALH84001은 1984년 남극 앨런힐스에서 발견된 1.9㎏짜리 운석이다. 과학자들은 이 운석이 45억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이 화성에 충돌했을 때 화성 표면에서 떨어져나온 후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의 남극에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이 레이저 질량분석법과 전자현미경으로 이 운석을 분석한 결과, 생명체의 대사작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소화합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 이 화합물의 모양이 35억년 전에 발견된 지구 박테리아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12월에는 NASA 과학자들이 화성운석 ALH84001을 연구해 생명체의 증거에 대한 또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운석에서 지구에 사는 해양성 박테리아가 만든 것과 동일한 자철광 결정이 들어 있음을 발견했던 것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다”는 뉴스가 전세계에 타전됐다.

    하지만 이 화성운석에서 드러난 증거가 ‘생명체의 화석’이 아닐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생명체의 화석이라면 최소한 세포벽의 잔해물 같은 세포기관의 흔적이라도 동시에 발견됐어야 한다는 것이 반론의 핵심이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만 하더라도 핵산과 단백질을 가진 단세포 생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계생명체에 대한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미국의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원시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체의 화석이라면 몰라도 이 같은 흔적은 화성 생명체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 아니라 직접 화성에 날아가 채취한 암석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이다. NASA의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화성으로 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화성 표면을 휘젓고 다니며 암석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서 혹 거기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작업이 그 목적인 것이다.

    NASA는 이들 쌍둥이 로봇의 착륙지로 화성 생명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물의 흔적이 발견될 만한 곳을 골랐다. 쌍둥이 로봇은 1997년 화성 표면을 돌아다녔던 이동차량 소저너보다 더 뛰어나 ‘로봇 지질학자’라 불린다. 각각 무게 185㎏, 키 157㎝에 넓은 시야, 똑똑한 지능, 놀라운 기동성을 자랑한다. 모두 아홉 대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는데, 네 대는 위험을 피하는 용도에, 두 대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용도에 쓰인다. 나머지 두 대는 넓은 지역을 광범위하게 찍을 수 있는 파노라마 촬영용, 마지막 한 대는 암석을 정밀하게 찍을 수 있는 현미경용이다.

    쌍둥이 로봇은 각각 128MB의 메모리가 들어간 컴퓨터를 내장하고 있어 각종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또 로봇 지질학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암석의 표면을 벗겨내는 도구도 갖고 있고 수집한 표본을 연구할 수 있는 과학장비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쌍둥이 로봇은 하루에 최대 100m를 이동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90일 정도 활동할 계획. NASA 관계자들은 쌍둥이 로봇 가운데 적어도 1대는 계획된 탐사기간보다 최소 2배 정도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어 화성인’ 자취 쫓는 NASA의 화성탐사

    ① 2000년말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ALH84001 운석. ② ALH84001에서 발견된 미생물 흔적. ③ 화성 암석 ‘아이론댁’을 정밀탐사하고 있는 스피릿의 로봇팔. ④ 스피릿이 움직이면서 화성표면에 남긴 바퀴자국.

    스피릿은 화성 적도 남쪽에 있는 ‘구세브 크레이터(Gusev Crater, 크레이터는 운석충돌 구덩이)’에 착륙했다. 이곳은 한때 강물이 몰려들어 호수를 이루었던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만약 이곳이 호수 바닥이었다면 표면의 암석에서 퇴적층이 발견될 것이다. 스피릿은 구세브 크레이터의 암석을 분석해 퇴적층의 존재를 확인할 계획이다.

    스피릿은 착륙 3시간 후부터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고 있다. 특히 ‘미니 적외선 분광계(Mini-TES)’로 주변 토양과 암석의 성분을 분석한 초기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화성 토양에서 탄산염과 수화물이 존재한다는 흔적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탄산염과 수화물은 오랫동안 고여 있던 물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외선 분광계를 설계한 미 애리조나주립대의 필 크리스텐슨 교수는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인터뷰에서 “물 존재와 연관된 증거들이 딱 들어맞는 것을 보고 열광하고 있다”며 “진흙 성분일지 모를 광물질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NASA의 과학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토양에서 발견된 탄산염은 화성 대기에 들어 있던 미세한 수증기가 화성 토양과 상호작용해 생성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스피릿은 1월15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동 탐사에 들어갔다. 곧이어 로봇 팔을 펼쳐 주변 암석에 대한 탐사를 시작했다. 로봇 팔 끝에는 현미경용 카메라와 암석 분쇄기가 달려 있어 목표물을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다. 스피릿은 첫 탐사암석으로 ‘위대한 암석’이란 의미의 ‘아디론댁(Adirondack)’을 선택했다.

    물론 문제도 많았다. 2억km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 뒷마당에서 모형자동차를 조종하는 것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피릿은 1월21일에 소프트웨어 문제로 갑작스런 동작불능 상태에 빠졌다. 다행히 2주 동안의 소프트웨어 장애를 극복하고 현재는 아디론댁에 대한 정밀탐사를 재개한 상태다. 스피릿이 처음 보내온 자료들에 따르면 이 암석은 감람석 성분이 많은 현무암인 것으로 알려져 과학자들을 실망시켰다. 지구에서 가장 흔한 암석인 현무암은 화산 활동의 결과 생긴 것으로 형성과정에 물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흙이 쌓여 만들어지는 퇴적암은 그 생성과정에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 존재를 확인하는 좋은 증거가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스피릿의 착륙지가 예상과 달리 호수로 주목되었던 곳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긴 세월 동안 지질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과거 호수의 흔적을 묻어버렸거나 그 흔적을 아예 지워버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피릿이 물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수백 미터를 이동해야 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퇴적의 흔적, 산화의 흔적

    한편 1월 25일 오퍼튜니티는 스피릿 착륙지의 정반대편인 ‘메리디아니 평원(Meridiani Planum)’에 안착했다. 이 평원에는 물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산화철 광물(적철광)의 퇴적물이 들어 있는 암석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퍼튜니티는 착륙 후부터 순조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먼저 오퍼튜니티가 주변 풍경을 찍어 보내온 사진 속 암석 파편에서 폭 1㎝ 가량의 퇴적층을 닮은 수평층이 발견됐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화성에 한때 물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가시적 증거라고 흥분했다. 하지만 NASA 과학자들은 이 암석 파편의 수평층이 화산 폭발에 따라 먼지가 쌓인 것이나 바람 또는 물의 운반에 의해 퇴적물이 침전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ASA의 앤드루 크놀 박사는 “이 수평층은 너무 얇아서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이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하지만 화산활동에 따른 용암에 의한 것은 아니고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NASA는 오퍼튜니티에 장착된 현미경용 카메라와 분쇄기로 이 암석 파편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 암석이 퇴적암임을 확인하려면 물결처럼 생긴 특징인 사층리(斜層理)를 발견해야 한다.

    2월4일 오퍼튜니티가 보내온 사진을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이 사진에 나타난 토양 입자들은 여러 가지 모양을 띠고 있으며 일부는 해바라기 씨 크기에 공처럼 둥근 모양이다. NASA의 스티브 스콰이어스 선임 연구원은 “화성 토양에서 매우 정밀하게 다듬어진 입자들과 함께 거칠고 조악한 입자들을 발견했다”면서 “이 가운데 둥글게 보이는 입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둥근 입자의 생성에 물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NASA의 과학자 햅 맥스윈은 둥근 모양의 입자가 생긴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유수(流水)의 흐름에 따라 굴러다니는 과정에서 표면에 둥근 층을 축적했을 가능성이다. 둘째는 운석의 충돌로 충격을 받은 암석이 녹으면서 둥근 입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고, 셋째는 용암 분출로부터 생겨난 화산재 물질일 가능성이다. 물론 정확한 결론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오퍼튜니티에 장착된 미니 적외선 분광계로 착륙지 주변의 광물질을 분석한 결과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물에서만 형성되는 적철광 성분이 착륙지 가장자리에 집중돼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쌍둥이 탐사로봇의 활동은 물과 관련된 화성의 환경을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화성 암석 표본을 조사함으로써 그 성분과 함께 형성조건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이 포함된 광물은 액체 상태의 물과 강하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상이다. 또한 탐사로봇은 화성이 간직한 물의 과거, 물이 있었던 위치, 암석이나 토양과 물의 지질학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화성에 존재하는 물의 역사를 상세히 밝힌다면 생명체의 존재도 가늠할 수 있을 것임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콘택트(Contact)’에서 인류가 끊임없이 외계생명을 찾아 헤매는 이유에 대해 ‘온 우주에 우리 혼자라면 너무 외롭기 때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9세기 후반의 ‘화성 열풍’이나 화성인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상상, NASA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쌍둥이 탐사로봇을 화성에 보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같을 것이다. 우리 이외의 다른 생명에 대한 궁금증, 온 우주를 놓고 생각할 때 우리 인류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인가에 대한 의구심. 이렇게 해서 3세기에 걸친 ‘화성 논쟁’의 정점에 서 있는 21세기의 과학은 철학과 만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머나먼 화성에서 암석을 깨 사진을 찍고 있는 쌍둥이 탐사로봇의 동작은 단순한 기계작업이 아니다.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그치지 않는 인류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움직임이다. 이들의 활약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낳게 될지, 이로 인해 우리는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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