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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천정배 “대통령 자주 만날 이유 없다”

  • 글: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yc11@donga.com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천정배 “대통령 자주 만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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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천정배 “대통령 자주 만날 이유 없다”

●1954년 전남 신안 출생 ●목포고, 서울대 법대 졸업 ●1981년 변호사 개업(사시 18회) ●민변 창립회원·상임간사, 대한변협 인권위원 ●15·16대 국회의원(경기 안산을) ●2004년 3월 열린우리당 클린선거대책위원장

인터뷰를 위해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를 만난 것은 5월13일 오전 10시10분. 의원회관 512호실에서였다. 당초 약속 시간은 9시40분. 그러나 이날 아침에 열린 산업자원부와의 당정회의에 참석한 천 대표는 쉬 자리를 뜨지 못하다 30분이 늦어서야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의 보좌관은 “인사말만 하고 나오시기로 했는데…. 현안이 있으면 자리를 못 뜨시는 성격이라…”며 미안해했다.

그는 의욕이 넘쳐보였다. 평상시보다 좀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문득 원내대표 경선 당일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날 투표에 참가한 열린우리당 당선자는 재적 152명 중 150명. 임채정(林采正) 선거관리위원장이 ‘천정배 78표, 이해찬 72표’라고 투표결과를 발표했을 때 ‘목포가 낳은 3대 수재(秀才)’라는 천 대표도 표 계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천정배 78표’라고 발표한 지 2초 정도의 촌각이 흘렀을 때에야 비로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천 대표가 오른손을 돌리며 펄쩍펄쩍 뛰었던 것. 어색해 보인 당선 세리머니가 나오기까지의 2초는 평소 천 대표의 두뇌회전 속도에 비하면 ‘286 컴퓨터’적인 반응이었다. 그만큼 그는 원내대표를 염원했고, 긴장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는 향후 과반 의석의 거대여당을 끌고가는 선장이나 마찬가지다. 서열로는 위로 당의장이 있지만 원내정당화를 지향하는 현 시점에서 당 의장의 권한은 오히려 원내대표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원내대표 산하에 정책위가 편입되면서 당정간의 모든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이제 천 대표는 과거 참모로 굳어져온 ‘천정배’가 아닌 것이다.

“수평적 리더십의 전범 보이겠다”



-얼굴이 까맣습니다. 그을린 것도 같고. 보기에는 좋군요.

“내가 원래 시골 출신인데…그래도 오늘은 조금 나아졌어요.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오늘 6시간을 잤습니다. 그동안은 2시간밖에 못 잤는데, 잠잘 시간도 부족했지만 불면증하고는 다르더군요. 뭔가 고민이 있어서 불면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심신의 에너지를 집중했더니 매우 피곤한 데도 잠이 곧 깨는 겁니다. 전쟁 나서 완전무장한 채로 잠자다가 전투가 벌어지면 깨는 것, 그런 거죠.”

-이젠 ‘의원 천정배’가 아니라 ‘지도자 천정배’로 불러도 됩니까?

“지도자라고 하면 우습고요, 심부름꾼이죠. 수평적 리더십의 전범을 보이겠습니다. (지도자나 대권) 그 문제엔 관심이 없고요. 현재 맡겨진 원내대표직이 어깨가 무거운 자리입니다. 이건 새로운 길입니다. 과거의 원내총무와도 다르지요.

예전에는 원내총무가 당 지도부의 지휘를 받는 행동대장 같은 것이었어요. 정책위도 따로 있었고요. 여당은 청와대와의 관계상 지휘를 받는 입장이었지요. 이것이 변했어요. 이제는 혼자는 아니지만 무거운 책임하에 모든 것을 헤쳐가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 직책을 자리매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일을 차질 없이 완수하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역시 모범적인 답변이다. 천 대표는 말실수가 없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발언 내용이 머릿속에서 정돈돼 있기 때문이다. 더 공격적으로 몰아세우지 않으면 인터뷰가 ‘공자왈, 맹자왈’이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정동영 신기남과는 완전한 협력관계”

-그래도 원내대표직을 잘 수행해서 국민이 ‘지도자’로 인정하면 그때는 어쩌시겠습니까.

“지금 뭐 그런 걸…국민의 마음이겠지요.”

-그러지 마시고 이 자리를 빌려 ‘신동아’ 독자들에게 본인의 꿈과 포부를 밝혀주시죠.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정치개혁에 혼신의 힘을 바쳐 집중했어요. ‘올인’한 겁니다. 그만큼 리스크 테이킹도 했어요. 그러나 낡은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니까 이제부터는 생산적인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보겠다는 겁니다. 원내대표는 정말 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원내 과반수를 획득했고 국회 운영을 주도하게 됐습니다. 과거의 비생산적 정치, 정쟁의 정치, 낡은 정치 행태와는 완전히 다른 생산적인 것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정치를 그런 식으로 만들어보는 것, 그것이 유일한 포부입니다. 또 실력 있는 정치인이라는 말도 듣고 싶습니다.”

계속 얘기가 엇나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그의 권력지향점이라는 ‘하드웨어’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답은 ‘정치 개혁’이라는 소프트웨어였다.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 이른바 ‘천신정’이라고 불리는데 도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참 좋은 사람들이지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同志)입니다. 어찌 보면 제 입장에서는 그 두 분을 만나서 협력관계를 이뤘기 때문에 다소나마 보람을 느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완전한 협력관계에 있을 겁니다.

-이제는 경쟁관계로 발전하는 것 아닌가요.

“경쟁이라는 말의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과거에는 내가 이기기 위해 저쪽을 견제하고 거꾸러뜨리는 것이었으나 절대 그런 일은 없으리라고 자신합니다. 선의의 경쟁은 있을 수 있으나 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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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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