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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

미국의 람보식 석유패권 전략

중동 질서 재편하고 중앙아시아 자원 확보 노린다

  • 글: 이준범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처 jld24@knoc.co.kr

미국의 람보식 석유패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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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를 기초로 세계 경제질서를 창출한 미국은, 단순히 자국경제의 필요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세계질서를 주도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에서 석유자원 확보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해외 석유자원 개발을 위해 최초로 진출한 곳은 이라크.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패전국 터키의 식민지였던 이라크 유전개발에 프랑스 및 영국과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 식민지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유전개발 참여, 1953년 왕정타도 쿠데타 진압 대가로 얻어낸 이란 석유산업 참여 등 전세계 주요 산유국에서 석유자원을 확보해갔다.

그러나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의 대외 석유전략에 일대 변화가 일게 된다. 냉전 종식으로 미국이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가 되면서 과거 소련 영향권 아래에 있던 석유자원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 러시아 연방, 소련으로부터 이탈한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 연안, 그리고 친소(親蘇) 지역이었던 서부아프리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가운데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 연안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구소련 시절 주요 석유생산지였지만 냉전이 시작되면서 버려진 곳이었다. 미국 세력권인 터키 및 이란과 지리적으로 지나치게 가깝다는 이유로 소련이 석유생산 중심지를 내륙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지역의 최종 매장량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의회는 세계 매장량의 30%에 해당하는 약 300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북해유전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 지역 유망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이 본격적으로 석유생산을 시작하면, 현재 석유공급을 좌우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항할 수 있는 지역이 될 가능성도 있어서 국제유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또한 석유는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의 감소를 바라는 미국의 의도를 실현해줄 수단이기도 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구소련 시절 철저히 러시아에 종속되도록 구조화되었다. 미국은 석유개발을 통해 이 지역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함으로써 러시아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종국에는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은 중앙아시아의 석유수출을 위한 송유관 건설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이 지역은 내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를 해상 수출할 수 있는 항구가 없다. 때문에 아제르바이잔 및 카자흐스탄의 석유개발에 참여한 서방 석유기업들은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인접한 러시아는 이 지역을 계속 자국의 영향력하에 두기 위해 송유관이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에 대응하는 조치로 미국은 1996년 클린턴 대통령이 이 지역 석유개발 참여회사 CEO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미국의 우방인 터키 영토를 관통하는 형태로 송유관을 건설할 것을 직접 설득했다. 그 방안이 자국의 석유공급 안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작업이었다.

미국은 또한 이 지역에서 석유자원을 개발하고 수송하는 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조치했다.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우즈베키스탄 등 산유국 혹은 송유관 통과 국가들을 나토의 ‘유럽-대서양 협력위원회(Euro-Atlantic Cooperation Council)’ 협력국가로 편입시킴으로써, 러시아의 군사안보적 영향력을 배제시키고 석유공급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 것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11월 그루지야의 무혈혁명을 배후 지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송유관이 통과하는 그루지야의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지나치게 러시아와 가까워지자, 그루지야 내의 대통령 퇴진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실패

그런가 하면 미국은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사태 이후 러시아는 다시 미국의 중요한 석유공급 가능 국가로 등장했다. 20세기 말 냉전 종식 후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전통적으로 석유를 수출해온 유럽에 대한 석유공급에 치중했을 뿐 미국에는 석유를 거의 공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는 석유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비이슬람권 국가로부터의 석유공급 증가가 절실한 미국의 이해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는 1998년 외환위기의 여파를 국제적인 고유가를 통해 완전히 극복했다. 이에 고무된 러시아는 현재 일일 약 850만배럴인 산유량을 5년 후 하루 1000만배럴로 늘려 세계 제1위의 산유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냉전 이후 국내 자본이 빈약했던 러시아는 석유수출과 관련된 기반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는 송유관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증산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획기적인 투자 없이는 증산계획도 불가능한 것이다.

2002년 미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정상회담을 통해 석유와 세계 테러문제에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이 협의에 근거해 미국은 러시아 서시베리아산 원유를 도입하기 위해 서시베리아로부터 북극해 부동항(不凍港) 무르만스크까지 송유관을 건설하려는 러시아의 사업계획에 투자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석유를 자급할 수 없는 국가이며 해외 석유에 대한 의존을 계속 확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등에서 석유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중동은 여전히 미국이 전체 석유수입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공급원이다. 게다가 미국이 정치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공급원인 캐나다, 멕시코, 북해 지역의 석유 장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은 이들 지역으로부터 전체 수입의 41%인 463만배럴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지역 매장량은 고작 향후 8~10년 버틸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기대를 걸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경우 석유 매장량이 확인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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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범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처 jld24@kn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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