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인간 등정의 발자취 외

  • 담당: 김현미 기자

    입력2004-06-02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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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등정의 발자취 외
    인간 등정의 발자취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지음/김은국·김현숙 옮김2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어린아이의 두개골을 통해 인류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문화적 화석이나 다름없는 스칸디나비아 최북단 랩족의 이동생활에서 빙하시대를 이겨낸 인간의 지혜를 추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함께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20세기 지적 지도력이 과학자에게 달려 있으나 도덕적 상상력이 없다면인간과 믿음과 과학은 함께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갖춰 20세기 르네상스인으로 불렸던 저자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73년,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위해 쓴 책이다. 지금도 ‘과학사’의 고전으로 꼽힌다. 바다출판사/ 520쪽/ 3만8000원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 서중석 지음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그 누구도 극우반공체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지 않는 사회.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극우는 극단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종속적 파시즘에서 볼 수 있는 외세의존적 사대주의라고 명명하고, 한국전쟁 이후 하나의 조류나 세력으로서 민족주의가 존재하기 어려웠음을 개탄한다. 친일파가 위세를 떨치고, 국가보안법은 오히려 민족주의적 사고(思考)를 단죄했으며, 1970년대까지 이 땅에는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충만했다. 저자는 이 책의 또 다른 제목을 ‘발가벗은 반공주의’로 정하고 반세기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해온 극우반공주의의 정체를 드러내고자 했다. 성균관대출판부/ 336쪽/ 1만8000원

    20세기 첩보전의 역사(인물편)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석기용 옮김첩보활동의 특성상 스파이의 존재는 베일에 가려져 있게 마련. 그러나 최근 몇몇 스파이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첩보활동 일부가 공개되었다. 한국에 최초로 영국 해외정보국 기지를 개설한 조지 블레이크는 2년 전 러시아 국영텔레비전에 출연해 자신의 첩보활동을 공개하고 21세기 스파이 활동은 냉전시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전설적인 스파이들을 다루고 있다. 표적 국가에 잠입해 요직에 오른 뒤 정보를 빼내오는 이른바 ‘두더지’와 망명 후 유명세를 날린 전향자, 위장결혼 등으로 끊임없이 신분을 세탁한 변신의 귀재 등 배신과 음모의 스파이 세계가 베일을 벗는다. 이마고/ 516쪽/ 1만8000원

    장루이민의 하이얼 안젠쥔 지음/이수진 옮김중국 민영기업 중 매출액 1위, 백색가전 분야 세계 최대, 컴퓨터를 포함 전체 가전 세계 5위. 이 기록만으로도 ‘하이얼’ 을 분석할 가치는 충분하다. 장루이민 하이얼 그룹 총재는 2003년 ‘포춘’이 선정한 세계 저명 기업가 25명 중 19위를 차지했고 2004년 ‘비즈니스 위크’ 선정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8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년 전 칭다오 냉장고총공장으로 출발한 하이얼은 한때 147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는가 하면 직원들이 공장비품과 자재를 마음대로 가져가는 최악의 경영환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다 장루이민이 취임한 후 ‘신속히 반응하고 행동한다’는 하이얼 기풍을 만들어내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수희재/ 663쪽/ 2만8900원

    미국 패권주의의 거품 조지 소로스 지음/최종옥 옮김“부시 축출은 내 인생 최대의 목표이며 2004년 대선은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독설을 퍼부은 조지 소로스가 미국 패권주의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새로운 국제질서, 대외원조 증대, 국제무역법규 개선과 열린사회를 역설했다.소로스는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패권주의가 “일시적 이상폭등현상을 유발하는 주식시장의 거품과도 같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부시를 낙선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1부는 부시독트린에 대한 비판이고 2부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소로스의 ‘열린사회 프로젝트’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책이다. 세종연구원/ 256쪽/ 1만3000원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혜초 지음/정수일 역주1908년 돈황석굴에서 두루마리 하나가 발견됐다. 제목도 저자도 떨어져나간 이 두루마리가 1200년 동안 잊혀졌던 ‘왕오천축국전’ 필사본. 현존하는 최고의 우리 책이며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관한 유일한 기록인 ‘왕오천축국전’은 소중한 자료이나 연구는 미비했다. 지금까지 6권의 번역서 외에 제대로 된 역주서가 없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정수일 박사가 기존 연구서들을 비교·분석하고 ‘대당서역기’ ‘불국기’ 등과 대조해 원문 번역 및 해설, 자세한 주석을 붙여 정리했다. 혜초의 노정을 표시한 지도와 혜초 복원도, 돈황석굴 등 ‘왕오천축국전’과 관련한 귀중한 도판과 227행의 원문을 그대로 수록한 점도 자료로서의 가치를 높여준다. 학고재/ 524쪽/ 4만8000원

    인간 등정의 발자취 외
    한국 현대사 산책 1940년대편(전2권) 강준만 지음1970년대, 1980년대에 이어 8·15 해방에서 6·25 전야까지 1940년대 역사를 2권으로 엮었다. 이 시기는 이승만과 김구(두 사람은 각각 1875년생, 1876년생으로 형님 동생 사이였다)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두 사람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저자는 이승만이 벌인 피의 권력투쟁과 선동정치를 낱낱이 밝히는 동시에 오늘날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꼽히는 백범 김구에 대해서도 의문을 단다. 과연 백범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온당한가? 이 책은 안두희의 총에 쓰러지기 전 1년여의 백범은 존경받아 마땅하나 때늦은 결단이었음을 강조한다. 인물과사상사/ 각 316쪽/ 각 8800원

    어느 인문학자의 문화로 읽는 중국 박영환 지음중국의 ‘긴축정책’ 발표 후 전세계가 쇼크상태에 빠졌다. 20년 사이 중국은 매년 국내총생산이 7~9% 상승하는 고속 성장을 해왔고, 일본에 이어 외환보유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이런 중국의 발전 뒤에는 대국의 자만심을 버리고 언제라도 부족한 부분을 배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실용적인 자세가 있다. 이 책은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직후 베이징대에 유학해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9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며 몸으로 느낀 ‘중국’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철저한 사회주의 국가인 듯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공산당도 부처님도 믿지 않는다. 오로지 믿는 것은 돈뿐”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실용적인 중국인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동아시아/ 230쪽/ 9000원

    한 386의 사상혁명 김대호 지음‘친북좌익 척결’ ‘사대매국세력 타도’와 같은 철지난 구호가 한국사회에서 유효한 까닭은 무엇인가. 저자는 대통령 탄핵소동과 끊임없이 반복되는 색깔론 시비는, 반미·반시장·반자본주의·반세계화 세력이 급부상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과 이에 따른 보수세력의 위기의식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곧 1970~80년대 운동권인 386/486세대가 치열한 반성과 모색을 거쳐 중도주의나 신진보주의, 신보수주의로 진화하지 못한 까닭이다. 저자는 1980년대 대학에서 치열하게 투쟁을 하고 1990년대 대우자동차의 ‘빵잽이 386’ 영입방침에 따라 회사생활을 시작했으나 IMF환란과 함께 대우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386/486’의 업보에 대해 고민하고 이 책을 썼다. 시대정신/ 343쪽/ 1만2000원

    우리 땅 진경산수 진준현 지음‘참된 경치를 그린 산수화’, 즉 진경산수는 이전 산수화에 비해 경치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의미로 조선후기 18세기에 유행한 기법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한국화의 기초원리와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화집이다. 김홍도가 그린 ‘한정의 국화 감상’을 보자. 작은 정자 주변에 몇 사람이 서 있는데 그림 설명에는 그들이 국화꽃을 감상하고 있으며 정자의 이름이 ‘미로한정(未老閑亭)’임을 밝혀 제목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준다. ‘보림한국미술관’ 시리즈 첫 책으로 ‘화조화’ ‘풍속화’ ‘민화’ 등 전 20권으로 기획됐다. 보림/ 88쪽/ 1만8000원

    초의선사 곽의진 지음‘동다송’ ‘다신전’과 같은 차(茶)에 관한 글을 남겨 조선 차의 중흥조, 조선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는 1786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5세에 출가해 대둔사 13대 종사(宗師)가 됐다. 이 책은 남도 일대에 남겨진 초의의 행적을 발로 확인해 쓴 평전이다. 소설 ‘초의’가 나왔고 곧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단순히 차에 관한 업적이 아니라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소치 허유와 교유했던 큰 인물로서 초의의 문자향(文字香)과 차향(茶香)을 함께 그려낸 다큐멘터리는 이 책이 처음이다. 차 만들기와 차 마시기를 비롯, 차에 관한 초의의 세세한 가르침과 선불교 사상 등이 촘촘하게 서술돼 있다. 동아일보사/ 276쪽/ 9800원

    록펠러家의 사람들 피터 콜리어·데이빗 호로위츠 지음/함규진 옮김아버지는 더러운 돈을 벌었고, 아들은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돈으로 왕조를 이룩했으며, 록펠러 2세의 다섯 아들, 일명 ‘형제들’로 불린 3대는 돈으로 미국을 지배했다. 이제 4대에 이른 이들의 자녀 21명(‘사촌들’)은 록펠러란 이름이 부담스러워 편집증에 걸릴 지경이 됐고 결국 그들 중 상당수가 돈도 명예도 싫다며 가문을 떠나버렸다.이 책은 4대에 걸쳐 100년 동안 미국을 좌지우지한 재벌 록펠러가의 흥망성쇠를 그렸다. 4부로 나누어 4대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이 방대한 다큐멘터리가 노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부자인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부잣집에 태어난 것부터가 죄였는지도 모른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904쪽/ 3만3000원

    인간 등정의 발자취 외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2003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을 기록한 아름다운 산문이다. 작가는 젊은 날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문장과 서른다섯의 삶을 하나하나 짝짓는다. 정약용의 ‘선중씨 정약전 묘비명’을 읽다 문득 유배나 다름없던 방위병 시절을 떠올리고 영상은 어느새 자신을 자전거에 태우고 불콰해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페달을 밟던 아버지로 바뀌어 있다. 두보의 시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는 요절한 김소진에게 바친다. 사랑했던 이들이 국화꽃 떨어지듯 하나둘 사라지는 모습.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가 날아들 듯 아스라한 파문이 이는 산문이다. 마음산책/ 244쪽/ 9000원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케이티 앨버드 지음/박웅희 옮김“사람과 자동차 사이의 오래고 지속적인 관계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려 이제는 연애보다 결혼생활에 더 가까울 것이다.” 헨리 포드 2세의 말이 맞았다. 한국만 해도 자동차 보유 대수가 1460만대를 넘었다. 이 많은 자동차를 위해 도로는 점점 늘어나야 하고 더 빠르고 더 튼튼한 차, 더 성능 좋은 공기정화와 방음장치, 덧붙여 더 효과적인 아토피 치료제가 필요하다. 이 책은 맹목적인 자동차 추종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서 자동차의 폐해를 들춰낸다. 그리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카프리(car-free), 자동차를 소유하되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카라이트(car-lite)의 삶을 권한다. 돌베개/ 368쪽/ 1만3000원

    틱낫한에서 촘스키까지 존 스페이드·제이 월재스퍼 지음/원재길 옮김책에는 두 개의 부제가 붙어 있다. 하나는 ‘더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전망 61장’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정신을 지닌 사람들의 매우 흥미로운 전망’이다. 대안적 잡지 ‘유튼 리더’의 편집자들이 61명(부부는 한 사람으로 간주해 실제는 65명)의 독창적인 전망가(사상가가 아닌)와 인터뷰해 그들의 사상과 업적을 짧은 전기 형태로 정리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류의 행복을 침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노동과 빈곤, 질병, 전쟁, 부조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진보’라는 이름으로 장려해왔지만 산업화와 첨단과학기술은 생태계 파괴, 공동체 와해, 인간의 피폐 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마음산책/ 612쪽/ 2만4500원

    한국사의 1막1장 건국신화 이종욱 지음저자는 건국신화야말로 고조선, 부여, 고구려사를 둘러싼 21세기 한중 역사전쟁을 막을 수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제시대 제국주의 역사가들에 의해 황당무계한 이야기로만 취급되어온 우리 건국신화를 역사로 되돌려놓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고고학 발굴-풍납동 백제왕성 발굴과 박혁거세 탄생 신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경주 탑동 나정 유적지 발굴-도 ‘삼국사기’에 나오는 건국신화가 후세가 만들어낸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건국신화 속에서 어떻게 역사를 읽어낼 것인가를 모색하고 고조선 이전 추장(촌락)사회의 형성신화, 고조선 단군신화, 부여 동명신화, 고구려 주몽신화 등을 차례로 되짚는다. 휴머니스트/ 352쪽/ 1만2000원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개빈 멘지스 지음/조행복 옮김2년 전 개빈 멘지스라는 영국 퇴역 해군장교는 “아메리카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콜럼버스가 아니며 마젤란의 세계일주도 역사상 최초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멘지스에 따르면 명나라 정화함대는 콜럼버스보다 71년 앞선 1421년 아메리카를 발견했고, 마젤란보다 100년 먼저 세계일주 항해를 했다. 명나라 영락제의 지시로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세계원정을 실시했던 정화함대는 250척의 정크선과 이를 보좌하는 3500척의 선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승무원만 3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원정대였다. 그러나 정화함대는 정치적 이유로 폐쇄됐고 기록은 소실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는 우리 기억에서 멀어졌다. 사계절/ 636쪽/ 2만5000원

    배틀 크라이(전2권) 이영실 지음영화감독인 저자는 1967년 7월 해병중위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베트남전을 꺼내든 이유는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처절했던 전쟁의 비극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이 체험적 소설은 정복형 영웅이 아닌 전쟁터 한 모서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희생적 영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67년 6월 서부전선 심리전부대에 근무하고 있던 해병중위 이영철은 파월명령을 받는다. 사지(死地)로 떠난다는 두려움에 탐욕과 방탕으로 보낸 1개월, 그러나 막상 전쟁터로 떠날 때는 담담하게 자신을 추스르며 무적해병을 꿈꾼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전투를 거치며 그는 점점 독종소대장으로 바뀌어간다. 우리/ 각 290쪽/ 각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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