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10일 오전 경기도 지방공무원 교육원에서 손학규 지사를 만났다. 손 지사는 이곳 행사에 참석한 뒤 인근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기로 돼 있었다. 그는 그 사이 1시간30여 분의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했다. 이 때문에 인터뷰 장소는 사무실, 엘리베이터, 자동차 안으로 수시로 바뀌었다. 산만해질 수 있는 여지를 줄이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과거에 비해 지지율이 많이 낮아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손 지사는 “하락한 것 같지는 않다. 처음부터 낮았으니까”라고 답하며 웃었다.
“1%, 2%, 또는 2.5% 정도. 여기서 왔다 갔다 합니다. 그것을 두고 지지율의 변화라고 할 것도 없을 겁니다. 그 자체가 오차범위 안이니까요.”
철저하고 냉혹한 검증을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있습니까.
“대선 얘기는 공식적으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를 땀으로 적신 그 경험과 그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땀으로 적시겠다는 분명한 의지는 말씀드립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지지율의 ‘수직계열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누구를 내세워야 최종적으로 이길 수 있는지를 따져볼 것입니다. 하나 하나 채점해 종합 채점표가 매겨지는 때가 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두 번의 대선 실패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요구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검증의 기준을 아주 철저하고 냉혹하게 세울 겁니다.”
현재의 지지율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손 지사. 그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한나라당 내에 ‘손 지사의 지지율이 더 내려가면 한나라당 경선 흥행은 참패할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엔 불행이다. 그래서 손 지사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손 지사는 “우리 한나라당이 하고 있는 고민을 반영한 논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는 한나라당에 부족한 2%를 채워주는, 그래서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힐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손 지사는 경기 시흥 출신으로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과는 달리 연고지가 수도권이다.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정치학)를 받았으며, 서강대 교수를 역임했다. 한일회담 반대운동 등 학생운동, 노동운동, 빈민운동을 한 인연으로 현재도 민주화 세력과 두터운 교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3년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을 거쳐 경기도 지사로 재임 중이다.
경기 지사 재임 4년여(2002~2006년) 동안 손 지사는 LG필립스 LCD단지 등 첨단기업으로부터 136억달러(13조여원) 의 투자를 경기도에 유치했다. 또한 킨텍스 조성, 한류우드 조성 사업 착수, 광교테크노벨리·판교IT벨리 등 R&D 기반 구축 사업 착수, 평택 평화신도시 및 평택-당진 자유무역구역 조성 사업 착수, 중소기업을 위한 임대공업단지(15만평) 조성 착수, 백남준 미술관 조성 착수, 영어마을 등 교육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한 언론사로부터 ‘한국을 빛낸 글로벌 CEO’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임기는 2006년 6월 종료된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이 같은 이력과 실적을 근거로 “손 지사는 한나라당의 취약층인 중도개혁 성향 유권자,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것이 손 지사가 “한나라당에 부족한 2%를 채우고 외연을 넓힐 소양이 있다”고 밝힌 배경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