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성장률이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도 낮았다는 사실만 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집권 첫해 3.1%, 둘째 해 4.6%, 셋째 해 4.0%를 기록해 연평균 성장률은 고작 3.9%였다. 이는 환란을 겪은 김대중 정부 때보다 낮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의 성장률 -6.9%를 포함하더라도, 김대중 정부의 연평균 성장률은 4.3%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최악이다. 2000년부터 경기부진에 시달리던 싱가포르, 대만, 홍콩은 2004년부터 성장률이 부쩍 높아져 지금은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도 지속적인 호경기를 누리고 있으며, 독일이나 일본 등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던 나라도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몇 가지 낙관적 근거
혹시 우리 경제의 체력(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과 경제여건이 나빴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의 낮은 성적을 양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은 과거 어느 정권보다 높은 성장잠재력과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물려받았다. 지금도 우리 경제의 장래는 매우 낙관적이다. 근거를 꼽자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수출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3년 이상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 호조를 보인 것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던 1980년대 말 이후 처음이다. 2004년 수출증가율은 30%를 웃돌았는데, 이는 1960∼70년대에나 가능하던 수준이다. 환율이 떨어졌는데도 수출이 증가한 것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높음을 의미한다.
둘째, 국제경쟁력이 높으면 잠재성장률은 당연히 높다. 1999년 9.5%, 2000년 8.5%, 2002년 7.0% 등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도 물가불안이나 국제수지 악화 같은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높은 성장률은 앞으로 얼마든지 지속 될 수 있다(지속가능한 성장률=잠재성장률).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최소한 7%는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한국의 과학기술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적이 없다. 우리 과학자들의 논문이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적인 전문지에 한 달이 멀다하고 실린다. 10년 전만 해도 1년에 한 건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 결과 우리나라 과학논문 발표건수는 2003년 말 현재 세계 14위로 부상했고, 증가율은 세계 2위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특허 등록건수는 세계 4위이며, 증가율은 세계 1위다. 2005년 국제특허협력조약(PCT) 총회에서는 한국 특허문헌을 사전에 조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른 나라에서 특허를 인가하려면 사전에 한국의 특허를 조사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의 특허가 세계적으로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넷째, 소재부품산업이 지금처럼 왕성하게 일어난 적이 없다. 예컨대 삼성이 지난 3년 동안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한 소재부품은 300개에 달한다. 현재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반도체가 64%, 휴대전화기 70%, 자동차 90∼95%, 선박은 80%다. 과거와 비교해 월등하게 높아졌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업체가 부품소재를 개발하면 일본의 경쟁업체가 제조원가보다 더 싼 가격으로 공급해 그 싹을 잘랐다. 이제는 이런 행위가 불가능하다. 개발품목이 워낙 많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부품소재 업체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