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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시장주의자로 개종 시켰다고 믿은 게 가장 큰 실수”

노 대통령 경제교사 지낸 최용식의 회한

  •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cnms21@hanmail.net

“노무현을 시장주의자로 개종 시켰다고 믿은 게 가장 큰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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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경제분야 ‘개인교사’를 지낸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이 ‘옛 제자’에게 회한 어린 충고를 했다. “성장의 역사를 다시 배우고, 정책의 경중(輕重)을 제대로 따지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시장에서 실패한 것으로 증명된 정책을 추진했고, 그런 정책을 내놓은 관료들을 다시 기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노 정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진단한다. 실패를 성공의 계기로, 부정을 긍정의 시작으로 전환시키려는 회생의 처방전.
“노무현을 시장주의자로 개종  시켰다고 믿은 게 가장 큰 실수”
집권여당은 5월31일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행태가 패배를 부르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의 눈에는 경제정책의 실패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적 성과로 어느 것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아니, 가혹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경제 성장률이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도 낮았다는 사실만 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집권 첫해 3.1%, 둘째 해 4.6%, 셋째 해 4.0%를 기록해 연평균 성장률은 고작 3.9%였다. 이는 환란을 겪은 김대중 정부 때보다 낮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의 성장률 -6.9%를 포함하더라도, 김대중 정부의 연평균 성장률은 4.3%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최악이다. 2000년부터 경기부진에 시달리던 싱가포르, 대만, 홍콩은 2004년부터 성장률이 부쩍 높아져 지금은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도 지속적인 호경기를 누리고 있으며, 독일이나 일본 등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던 나라도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몇 가지 낙관적 근거

혹시 우리 경제의 체력(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과 경제여건이 나빴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의 낮은 성적을 양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은 과거 어느 정권보다 높은 성장잠재력과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물려받았다. 지금도 우리 경제의 장래는 매우 낙관적이다. 근거를 꼽자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수출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3년 이상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 호조를 보인 것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던 1980년대 말 이후 처음이다. 2004년 수출증가율은 30%를 웃돌았는데, 이는 1960∼70년대에나 가능하던 수준이다. 환율이 떨어졌는데도 수출이 증가한 것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높음을 의미한다.

둘째, 국제경쟁력이 높으면 잠재성장률은 당연히 높다. 1999년 9.5%, 2000년 8.5%, 2002년 7.0% 등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도 물가불안이나 국제수지 악화 같은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높은 성장률은 앞으로 얼마든지 지속 될 수 있다(지속가능한 성장률=잠재성장률).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최소한 7%는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한국의 과학기술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적이 없다. 우리 과학자들의 논문이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적인 전문지에 한 달이 멀다하고 실린다. 10년 전만 해도 1년에 한 건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 결과 우리나라 과학논문 발표건수는 2003년 말 현재 세계 14위로 부상했고, 증가율은 세계 2위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특허 등록건수는 세계 4위이며, 증가율은 세계 1위다. 2005년 국제특허협력조약(PCT) 총회에서는 한국 특허문헌을 사전에 조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른 나라에서 특허를 인가하려면 사전에 한국의 특허를 조사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의 특허가 세계적으로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넷째, 소재부품산업이 지금처럼 왕성하게 일어난 적이 없다. 예컨대 삼성이 지난 3년 동안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한 소재부품은 300개에 달한다. 현재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반도체가 64%, 휴대전화기 70%, 자동차 90∼95%, 선박은 80%다. 과거와 비교해 월등하게 높아졌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업체가 부품소재를 개발하면 일본의 경쟁업체가 제조원가보다 더 싼 가격으로 공급해 그 싹을 잘랐다. 이제는 이런 행위가 불가능하다. 개발품목이 워낙 많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부품소재 업체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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