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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시장주의자로 개종 시켰다고 믿은 게 가장 큰 실수”

노 대통령 경제교사 지낸 최용식의 회한

  •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cnms21@hanmail.net

“노무현을 시장주의자로 개종 시켰다고 믿은 게 가장 큰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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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기계장비산업도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 등 수송기계류를 제외한 일반기계류의 수출증가율이 다른 수출품보다 높다가 최근엔 수출 5대 품목으로 부상했다. 얼마 전까지는 주로 중국으로 수출했으나, 최근엔 일본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처를 넓히고 있다. 선진국형 산업으로 알려진 기계장비산업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계산업의 꽃인 정밀기계부문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얘기도 된다.

여섯째,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성장동력산업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2004년 말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500개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우리 기업 109개가 순위에 들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7배 큰 일본은 70여 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도 80여 개가 선정되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의 성장동력산업이 왕성하게 커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일곱째, 세계 최대시장,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비관적이고 수동적인 시각으로만 중국을 볼 일이 아니다. 중국 경제는 10년째 성장이 지속됐고, 앞으로도 10년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중국의 산업예비군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 베트남이 성장하고 있고, 인구 12억의 인도도 깨어나고 있다. 러시아도 외환보유고가 2000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경제가 회복됐고,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도 우리에게 도전하라며 손짓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겐 ‘특수(特需)’이고 성장의 기회다.

사실 1960년대의 베트남 특수, 1970년대의 중동특수와 해외건설특수, 1980년대 말의 3저(低) 호황 특수 등은 몇 년 가지 못했다. 지금처럼 해외특수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 적도 없다. 우리 경제가 일찍이 이런 호기를 맞았던 적이 있는가. 지금이 도약할 절호의 기회다.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기회를 놓친다면 도리어 재앙으로 보복할지 모른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를 보노라면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줄기차게 매입한 것은 우리의 경제체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익을 많이 남길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외국인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앞으로도 계속 양호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처럼 좋은 조건 속에서 우리 경제는 왜 이 지경이 됐는가. 과거에는 수출증가율이 10%만 넘어도 성장률은 7%를 넘는 등 경기가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 수출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여도 국내 경기는 장기간 부진을 거듭했다.

준비된 실패, 증명된 실패

“노무현을 시장주의자로 개종  시켰다고 믿은 게 가장 큰 실수”

서울 강남 부동산중개업소 임시 휴업 속출. ‘참여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전쟁을 선포했다.

‘참여정부’는 경제성장의 측면에서만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이 정부가 내세운 다른 국정목표들도 대부분 실패했다. 우선 노무현 정부는 정권의 정체성으로 내세운 ‘동반 성장’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양극화나 빈부격차는 오히려 심화됐다.

부동산 투기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잡겠다고 천명했지만, 실적은 역대 정권 중 최악이다.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오히려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실패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으나, 일일이 거론하는 것은 지면 낭비다.

위에 열거한 것만으로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패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이제부터는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자.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실패를 반복해서야 되겠는가.

노무현 정부는 출범부터 실패를 준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할 고위당국자의 인선(人選)부터 문제였다. 학계에서 기용된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것으로 증명된 정책방향을 선택했다. 이들은 소위 ‘영미식 시장중심형 경제’에 대비시켜 ‘유럽식 사회통합형 경제’를 내세웠다. 이게 우리 실정에는 더 잘 맞는다고 주장했고, 제법 설득력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경제란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항상 옳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 풍년이 들면 농민에게 좋을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과잉이 일어나 가격이 폭락해 오히려 큰 손실을 입기도 한다. ‘사회통합형 경제’도 마찬가지다.

원래 ‘사회통합형 경제’는 세계대전 직후 영국과 미국이 추진한 정책이다. 유럽 대륙의 산업시설은 세계대전 때 철저하게 파괴됐지만, 영국과 미국은 피해가 비교적 가벼웠거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전쟁에 참여한 영국의 하층민과 미국의 유색인은 사회적 지위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요약되는 복지정책과 기간산업 국영화 등을 추진했고, 미국은 흑인 등 소수인종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복지지출을 확대했다.

반면 산업시설이 거의 초토화된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일본은 성장을 앞세우는 ‘시장중심형 경제’를 추진했다. 그 결과 1970년대부터 독일과 일본이 영국과 미국을 경제적으로 앞서게 됐다. 반면 영국은 ‘영국병(病)’에 걸려 1976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미국은 록펠러 빌딩과 컬럼비아 영화사 등이 일본기업에 팔리는 등 ‘제2의 진주만 폭격’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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