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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5·31 ‘大심판’ 이후

여권 정계개편 방향과 盧의 선택

‘거대여당 프리미엄’, 이 좋은 걸 왜 포기해?

  • 김동철 동아일보 정치 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여권 정계개편 방향과 盧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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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정계개편 방향과 盧의 선택

열린우리당 김근태 신임 의장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한 뒤에야 범 여권 통합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선거 참패에다 ‘광주·전남의 민심(民心)’을 민주당에 넘겨준 뒤 당을 추스르기 위한 비상대책위를 가동하면서 김 의장 체제로 가닥을 잡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 역학관계상 다른 도리가 없었다. 물론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 등 일부 중도파 의원들은 김 의장의 ‘좌 편향’을 거론하며 중도 성향 인사를 당의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당 2년5개월 만에 네 번째 비상대책위를 가동하고 아홉 번째 당의장을 등장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 예비후보 중 한 사람으로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정 전 의장에 이어 2위를 했던 김 의장을 대체할 인물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당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독배(毒杯)를 마시겠다”는 김 의장의 발언에는 이런 당 위기의 심각성이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따라서 김 의장 체제는 당의 기력 회복을 위해 당분간 정치적 논쟁보다는 민생 쪽에 운영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장이 취임 후 당의 향후 과제로 ‘국민 신뢰 회복’ ‘당의 단합’ ‘서민경제 살리기’라는 세 가지 화두(話頭)를 제시한 데서도 이는 확인된다. 특히 지표경제와 서민경제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며 “첫째도 서민경제, 둘째도 서민경제, 셋째도 서민경제만 생각하겠다”고 서민경제 살리기 ‘올인’을 외친 것은 민심이 여당에 등돌린 원인을 여기에서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김 의장 체제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당 쇄신방향과 정책노선 수정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개혁파와 중도보수파가 치열한 논쟁을 벌여온 기간당원제와 상향식 공천제를 둘러싸고 당내 계파간 갈등이 첨예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대위원 15명의 구성이 당의 화합과 효율성이라는 원칙을 비교적 지키며 계파별 안배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평가받음에 따라 갈등 요인은 내부 토론과정에서 적절히 소화될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완벽하고도 처절한 참패가 당의 분란을 오히려 잠재우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참정연과 함께 친노그룹을 형성해 조직노선투쟁을 이끌어온 국민참여연대(국참)와 의정연구센터(의정연), 노사모 등의 활동이 내리막길에 들어선 것도 당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과 당·정·청 관계의 재정립 문제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6월9일 열린 열린정책연구원 토론회에서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진정한 새출발은 대통령 탈당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참패로 사실상 레임덕 상황에 들어간 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말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과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다. 탈당은 대통령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여당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부동산 정책과 양극화 해소 대책 등 남은 국정 과제를 적절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이런 점과 함께 자신의 탈당이 몰고 올 여권의 빅뱅 가능성을 감안해 열린우리당 당적을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버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참패가 오히려 그동안 불편했던 당·정·청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심 돌아올까?” 우리당 한계론

문제는 김 의장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 지방선거 참패 후유증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드러난 민심을 되찾아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까지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또 여권의 예비후보로 거론돼온 김 의장이나 정 전 의장이 여론 지지율을 적정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느냐도 문제다. 여권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고 지금은 비록 잠복했지만 “정계개편만이 유일한 살길이 아니냐”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선 정계개편이 표면화할 시점은 빠르면 연말경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물밑 흐름은 바로 시작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에는 싫건 좋건 고 전 총리가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치 현실이다.

고 전 총리의 최대 강점은 2004년 대통령 탄핵정국이 마무리되고 총리 직을 떠난 뒤 별다른 정치적 행보 없이도 차기 대통령후보 여론조사에서 2년 동안 선두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권의 예비후보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은 장관 취임을 통한 행정업무 실습 등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차기 대통령후보군(群)으로 거론되는 이해찬 전 총리나 천정배 법무, 유시민 보건복지 장관 등도 지지율이 낮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에 맞서 빅3를 형성해온 고 전 총리는 정계개편론자들에게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 전 총리가 ‘별다른 역할 없이’ 지지도가 높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역으로 대선후보 확정 과정에서는 그의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즉, 고 전 총리의 인기는 ‘선거 불패 신화’를 창출한 박 대표나 ‘청계천 후광’을 안고 있는 이 시장과는 달리 노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 스스로 쟁취한 게 아닌 ‘거품 인기’라는 것이다. 이런 고 전 총리에 대해 이인제 의원은 “권력욕은 있으나 권력의지는 없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의 이 같은 약점은 5·31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세간에서는 고 전 총리가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지만 그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서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그가 내세운 논리가 지방선거는 자치선거인데 중앙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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