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6년생 <br>-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미 하버드대 박사<br> - 現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br>- 저서 : ‘시장과 이데올로기’ ‘열린 시장 닫힌 정치’‘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송호근(宋虎根·50) 교수는 담배를 피우던 중이었다. 연구실은 비좁았다. 사방에 책이 넘쳤다. 서가에 자리를 잡지 못한 책들이 응접세트를 위태롭게 포위하고 있었다. 그가 손수 커피를 내왔다. 혼잣말처럼 “할 얘기도 별로 없는데…” 하며 싱긋 웃었다.
“수업은 없느냐”는 질문에 홀가분한 표정으로 “어제로 다 끝났다”고 했다. 다음주에 기말고사가 있다는데, 송 교수는 “학생들이 너무 지식만 가지려 한다”며 “나름대로 고민이 있겠지만 학점 경쟁에 지나치게 매달린다”고 우려했다.
그의 백발은 나이에 비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성성했고, 야윈 얼굴에 빠른 하관은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다. 움푹 들어간 두 눈에서 범상치 않은 안광이 느껴졌다.
인터뷰 주제는 ‘5·31 지방선거 결과로 본 참여정부의 도전과 실패’로 잡았다. 대표적인 참여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송 교수는 그간 왕성한 언론 기고와 강연을 통해 ‘참여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지난해 6월엔 전경련 강연회에서 집권층을 향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그만 부르라고 질타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경기도 일산에 살다가 얼마 전 서울 강남으로 이사 왔다.
-투표는 하셨겠죠.
“물론이죠. 그런데 뭘 했는지 몰라요. 너무 복잡해서.”
-혹시 일괄 투표하지는 않으셨습니까. 광역 단체장 찍고 나서, 나머지 후보들은 (광역 단체장과) 같은 정당 사람들로.
“인물을 보긴 봤는데….”
정당보다 인물을 선택했다는 그는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가정에 배포한 유인물을 보고 누가 출마했는지를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인물 투표는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었다.
“여러 명을 한꺼번에 뽑으니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더라고요. 제대로 찍었는지 몰라요. 딸내미가 말하길, ‘투표장에도 전단지를 놓아 유권자의 기억을 되살리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일리 있는 얘기라고 봐요. 유권자들에게 모든 걸 기억해서(투표소로) 오라는 것이니 어렵죠.”
-캠퍼스 내의 정치 관심도는 어떤가요.
“관심 없어요. 무작정 민노당을 찍는 학생이 많죠. 언론매체도 잘 안 봐요. 아침신문의 톱기사가 뭔지 모를 정도니. 주로 인터넷 포털을 보는데, 그런 학생도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송 교수 관찰에 따르면 서울대생의 투표 기준은 인물이 아니라 정당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열린우리당만 찍고, 민주당 지지자도 마찬가지라는 것. 다만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얘기는,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