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스휴머니즘은 인류 최대의 위협”
세계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www.transhumanism.org) 이사로 활동하는 호세 코르데이로(44) 베네수엘라 대학 교수는 “인간이 기술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트랜스휴먼”이라고 말한다. 그는 “휴먼은 이제 트랜스휴먼(진화된 인간)으로, 그 뒤엔 포스트휴먼(신적 존재)으로 진화한다”며 “이에 따라 인간의 행복, 결혼, 양육, 삶의 목적 등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유엔미래포럼 박영숙 한국대표와 함께 ‘트란스휴먼’이란 책을 펴낸 계기로 방한했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신동아’ 독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태초부터 인간은 신이 되려고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고, 나중엔 바벨탑도 세웠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오랜 욕망이야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젠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공감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 정보통신공학, 나노과학 등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간은 좀더 진화한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 회원은 3000여 명. 60억 인구 중 고작 3000명이 가입한 단체가 뭐 그리 대단하냐 싶겠지만, 최근 이들을 주목한 세계적 지성들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04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8명의 석학에게 세계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존스홉킨스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성을 갖는다는 것이 자유주의 사상의 원천인데 트랜스휴머니즘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며 “우리 중 일부가 후천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이들과 우리가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후쿠야마 교수가 트랜스휴머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았다. 트랜스휴머니스트이자 인공지능, 가상현실, 인지과학 등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생산하고 있는 레이 쿠츠웨일이 2005년 ‘비범한 존재가 다가온다’라는 책을 쓰자, 빌 게이츠는 기술의 미래를 알려주는 세계 최고의 예측가라고 그를 격찬한 바 있다. 비범한 존재란 인간의 두뇌를 앞지르는 인공지능을 말하며,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와 접목돼 인간의 지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듯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한국은 아직 ‘논외’다. 코르데이로 교수는 “3000명의 회원 중 한국인은 5명에 불과하며, 동양의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인간이 진화한다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신비스럽다”는 그는 세계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의 파트너이자 ‘상상하는 것은 모두 이뤄진다’고 믿는 엑스트로피협회(www.extropy.org) 창립 이사이며, 국제적 미래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이사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