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촬영을 위해 방문한 디자인연구실은 온갖 태권도 관련 디자인 시안과 상품으로 가득했다. 티셔츠와 모자, 문구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 출입증이나 서식까지 모두 도안을 만들어 시제품으로 제작한 듯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덟 개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태권도 패밀리’. 세계 각 인종을 상징하는 이들 캐릭터가 등장하는 갖가지 시제품이 20평은 족히 될 듯한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두 대회운영에 활용하거나 태권도를 널리 알리는 데 쓰이는 것들이다.
마치 외국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의 브랜드처럼 만들어진 로고도 있다. “골프용품만 해도 훌륭한 선수의 이름을 딴 유명 브랜드가 넘치는데, 왜 태권도에는 그런 게 없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게 충청대 오경호(吳慶虎·53) 이사장 겸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의 대답이다. 태권도 상품화를 위해 이 학교가 쏟는 열정을 짐작할 만했다.
-원래 태권도에 조예가 깊었던 것도 아니고 태권도 관련 일을 하신 적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태권도 축제를 열기로 마음먹은 계기나 이유가 궁금합니다.
“학교 창립자인 선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이사장에 취임한 것이 1997년입니다. 그때까지는 무역사업을 하며 세계를 누비느라 학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사장 취임 후 교육부에 갔더니 ‘2세 체제가 안착한 학교가 많지 않다’며 염려하더군요. 어떻게 해야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우리 학교는 지방에 있는 2년제 대학뿐입니다. 이런 학교가 국제적으로 성장하려면 외국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에요. 외국의 대학이나 단체들이 한국과 교류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뭘까요? 아마 IT나 김치, 태권도 분야일 겁니다. 그 가운데서도 태권도가 가장 개발이 덜 돼 있는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했던 거지요.
그렇게 1998년 첫 대회를 우리 학교에서 열었습니다. 20개국이 참가했는데, 참가국이 모두 아시아 국가였죠. 이제는 한 해는 국내에서, 다른 한 해는 해외에서 대회를 여는 걸로 바뀌었고 세계 각국에서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합니다.
그에 맞게 학교에도 ‘스포츠외교과’를 만들었지요.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는 인력을 양성하려는 뜻입니다. 기존의 체육학과나 태권도학과와는 다른 차별화 전략이었죠.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 있는 전략이었고, 또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흔히 전세계적으로 태권도 인구가 6000만이라고 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서울대는 몰라도 충청대는 알게 됐으니까요(웃음).”
-축제 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종주국의 태권도를 직접 보고 무슨 얘기를 하던가요.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한계가 많습니다. 외국 손님들에게 부끄러울 정도예요. 태권도에 관심이 있는 외국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면 어디로 데려가겠습니까. 고작 국기원 정도지요. 가서 보시면 알겠지만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끝입니다. 종주국이라면 적어도 수주일, 수개월씩 묵으면서 수련도 하고 문화도 익히는 그런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야 하지만 사실상 전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