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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문화축제 주관하는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태권도는 ‘오리지널 한류’, 왜 브랜드화하지 않나”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주관하는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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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을 만한 ‘순례지’ 개념의 관광코스도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경주 석굴암에 있는 금강역사상(像) 정도지요. 금강역사상의 가로막기 동작을 모티브로 태권도 품세를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게 전붑니다. 토함산 한바퀴 둘러보면 끝인 거죠. 함께 가보면 외국 손님들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해요. 금강역사상도 둘러볼 수 있는 조각상이 아니라 벽에 붙어있는 2차원 부조 아닙니까.

우리 학교에서 금강역사 3차원 입체상을 만든 것도 그 때문입니다. 종주국 태권도를 상징할 만한 물건, 태권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상징이 필요해요. ‘태권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태권도가 국기(國技)니까 이런 작업도 국가와 정부가 맡아야 할 텐데 묘하게도 이제껏 아무것도 된 게 없어요. 우리가 그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면 그건 역으로 지금까지 돼있는 게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태권도 문화’라는 말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한마디로 ‘브랜드’입니다. ‘그것’ 하면 떠오르는 개념이지요. 할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보면 쓰레기까지 모아놓습니다. ‘영화를 만들면 이런 쓰레기가 나온다’는 거지요. 관광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요. ‘할리우드’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태권도의 개념이나 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뭘까요. 흔히 화랑정신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화랑과 태권도를 연결할 실질적인 근거는 밝혀진 게 별로 없습니다. 문헌자료도 ‘화랑세기’와 ‘삼국사기’ 정도지요. 언뜻 보면 빈약한 것 같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채워넣을 여지가 많은 겁니다. 삼국을 통일국가로 만든 영웅 김유신 장군을 태권도의 상징으로 만들 수도 있고요. 이런 작업은 스포츠를 전공한 태권도 전문가들이 할 일이 아닙니다. 역사학자들이 참여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 실제로 그런 상징화 작업을 진행하면 곧바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딴죽을 겁니다. ‘김유신 장군이 태권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전세계 무술 어느 것에나 금강역사상의 가로막기와 비슷한 동작이 있습니다. 사실 태권도라는 무예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50년에 채 못 미칩니다. 우리가 그걸 역사와 연결시키려 하는 건 학문적인 실증작업이 아니라 브랜드화를 위한 사전포석이지요.

그렇지만 산업적인 마인드가 부족한 분들은 그런 논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고요.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는 태권도 검은띠를 따려면 두꺼운 논문을 써내야 합니다. 그런 나라가 많아요. 오히려 종주국인 한국에서 그런 작업이 매우 더디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그래서 ‘태권도가 좋다, 많이 하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자료는 많아도, 태권도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인프라는 전혀 구축되지 못한 거지요.”

창문 깨진 여관에서 묵으며

-스포츠외교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태권도 시범단을 구성해 해외활동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해외에 나가보면 반응이 어떻던가요.

“시범단도 1998년에 창단했는데요, 태권도가 보급되지 않은 나라를 중심으로 열악한 지역을 찾아 시범과 문화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헤아려 보니 지금껏 30여 개 나라 50개 도시를 다녀왔더군요.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태권도야말로 진짜 한류(韓流)라는 거지요. 중동의 한 국가에 갔더니 시내에 수백개의 태권도 홍보광고를 걸어놓았을 정도로 관심이 높습디다. 한국 드라마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크게 봐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남미 일부에서 한정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태권도는 오대양 육대주에 없는 곳이 없습니다. 특히 중동이나 아프리카처럼 우리와는 거리가 먼 지역에서 관심이 많고요. 이들 지역에 태권도 시범단이 가면 대통령이 갔을 때보다 현지신문에 더 크게 납니다(웃음).

물론 재정지원이나 행정적 도움 없이 자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고생이 많죠. 제3세계 국가의 경우에는 숙박이나 음식 같은 것이 질에 따라 워낙 가격 격차가 커서 웬만한 수준의 숙소에 묵어도 돈이 엄청나게 들죠. 아직 태권도가 보급되지 않은 동유럽 라트비아에 갔을 때에는 창문이 깨진 3류 여관에 묵었습니다. 시범단 관계자들이 도저히 못 자겠다고 할 정도였지요. 미안한 마음이 앞섰지만 ‘우리는 국위를 선양하는 특공대’라 생각하자고 겨우 설득했습니다. 그래도 다음날 시범장에 나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피로가 이내 풀리는 모양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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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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