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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여행 ⑪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영웅(英雄)’

혼을 빼는 현란한 영상, 그 뒤에 감춰진 위험한 속내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영웅(英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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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영웅(英雄)’

영화 ‘영웅’(왼쪽)과 ‘신화’ 포스터.

한국인이라면 여기에 한 곳을 추가해야 시안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다. 시안 동남쪽 교외에 있는 싱자오쓰(興敎寺)로 가는 길이 그것이다. 커다란 와불이 인상적인 이곳은 대웅전 앞에 있는, ‘서유기’에 나오는 현장법사의 사리탑으로 유명한 절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장탑 왼쪽에 있는 3층짜리 원측탑(圓測塔)이다. 원측은 신라 왕손으로 15세에 장안에 와서 고승들에게 수학하고 인도에 유학을 다녀온 뒤 현장법사의 수제자가 됐다. 원측은 신라로 돌아오지 않았고, 신라 불교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다. 오히려 중국 불교사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현장의 수제자로서 법상종을 창립하고, 산스크리트어가 능해 불교 경전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이 절과 한국의 인연은 이뿐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에서 탈출한 학병 출신들은 국내에 침투하기 위해 미국 정보기관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다. 장준하, 김준엽이 그랬다. 이들이 이범석 장군 지휘 아래 국내 침투 훈련을 받은 곳이 싱자오쓰다. 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이곳 싱자오쓰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단체관광한다면 더 그렇다. 시안 관광의 동선은 병마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싱자오쓰는 그 반대 방향에 있다.

‘진시황릉이 맞을까?’

시안에 갔다가 진시황 무덤을 보고 허탈했다는 사람이 더러 있다. 자신이 발디딘 야산이 익히 들은 신비한 진시황릉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상 속의 진시황릉과 너무 차이가 나서 그렇다.

탕지리(唐季禮) 감독이 연출하고, 청룽(成龍)과 김희선이 주연한 영화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의 제목처럼 진시황 무덤은 신화 그 자체다. 2200여 년 동안 침묵하면서 숱한 추측과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앞에 가보면 중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야산이다. ‘정말 진시황의 무덤이 맞을까, 내 발 밑에 진시황이 잠들어 있고, 인어 기름으로 만든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초가 타고 있고, 수은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으며, 외부 침입자가 침투하면 화살이 비 오듯 발사될까….’ 많은 사람은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이 야산이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무색할 정도의 환상과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는 신화 속 진시황 무덤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무덤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모두 생매장한 데다 지금까지 발굴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까닭에 진시황릉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시황릉에 대한 유일한 정보이자, 진시황릉에 대한 숱한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사마천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들어 있는 ‘진시황 본기’의 내용이 그것이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후에 전국의 죄인 70만명을 동원해 땅을 깊이 파고 구리물을 부어 외관을 만들었다. 자동으로 발사되는 화살을 만들어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쏘게 했고, 수은으로 강과 내, 바다를 만들어 기계 장치를 통해 흘러가게 했다. 또한 위는 해와 달, 온갖 별을 수놓은 천문 모양으로 장식하고 아래는 산과 강을 형상화한 모형을 설치했다. 무덤 내부에는 인어 기름(도롱뇽 혹은 사람을 닮은 물고기라는 등의 해석이 있음)으로 촛불을 밝혀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했다.

물론 ‘사기’의 내용이 맞는지는 진시황릉이 발굴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최근에 진시황릉 토양의 수은 함량이 인근 지역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기’에 적힌 내용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영화 ‘신화’는 주인공 잭(청룽)이 진시황릉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고고학자 잭은 전생에 진시황을 지키는 근위대 장수 몽의였다. 영화는 진나라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자연히 청룽은 잭과 몽의, 두 인물을 연기한다. 기본 콘셉트는 ‘인디아나 존스’에서 빌려왔다. 해리슨 포드가 ‘인디아나 존스’에서 고고학자이면서 싸움도 잘하듯 ‘신화’의 청룽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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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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