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쪽에서 바라본 지중해 옥색 바다는 마치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스페인 남부의 해안 도시 말라가, 시내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쓴다. 창 밖으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뿌옇게 흐려진 차창 너머 지중해의 도시 풍경이 조금은 을씨년스럽게, 조금은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안달루시아를 통틀어 두 번째로 크다는 대도시여서일까. 버스는 꽤 세련된 분위기의 사람들로 붐빈다. 뒤에 앉은 남자에게 알카사바로 가는 길을 묻자 자기가 내리는 정류장의 다음이라며 이따가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의 작은 친절에 대한 고마움으로 내 마음속에서 도시 전체의 인상이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그리 이성적인 동물이 못 된다는 생각을 새삼 확인한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 현지인들과의 이런 작은 만남인 것을 생각하면, 사람과의 만남이 그 장소에 대해 좋은 기억을 심어주는 것임은 틀림없지 않은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내다보는 말라가는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멀리 보이는 하늘에는 벌써 구름 사이로 햇살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친절한 남자가 다음 정류장을 알려주고 옆에 서 있던 다른 아가씨가 또 알려주어 알카사바 앞 정류장에 쉽게 내렸다. 비는 이제 완전히 그쳤다. 회색 구름들은 서서히 다른 길을 재촉한다. 지중해 안달루시아의 정열적인 태양이 ‘Costa del Sol’, 태양의 해변에 당도한 방문객을 환영한다. 당신에게도 안달루시아의 태양 한 줄기를 보낸다.

히브랄파로 성에서는 말라가의 전경과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온다.(좌) 한겨울에도 야자수가 울창한 말라가의 지중해성 기후는 계절을 잊게 한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