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 식물들이 늘어선 말라가 거리를 여유롭게 거니는 시민들.(좌) 무엇으로도 깨기 어려울 듯한 알카사바의 성벽.(우)

피카소의 고향답게 거리 곳곳에는 그의 그림이 걸려 있다.(좌) 햇빛이 풍부한 안달루시아에는 이국적인 과일과 채소가 많다.(우)
적색의 견고한 성채, 알카사바가 저 멀리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장식적인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어 오로지 외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만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위용을 과시하며 언덕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을 보니 ‘난공불락’이라는 말의 이미지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아 든든하게 여겨질 정도다.

알카사바의 층층이 쌓인 벽돌은 견고함의 상징마냥 듬직하다.
말라가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말라카라는 이름으로 건설했고 그 후 카르타고인의 지배를 받았다. 카르타고와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벌인 피나는 전쟁이 카르타고의 멸망으로 끝나자 말라가는 로마의 수중에 들어갔다. 711년 스페인을 정복한 무어인들에 의해 이 지역의 중요한 항구도시로 개발됐고, 다시 1487년 무어인들을 완전히 몰아낸 기독교인들이 이 도시의 지배자가 됐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1931년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장군에 항거하는 공화주의자들이 1937년까지 투쟁을 벌이는 등 저항의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는 역사일 뿐인가. 항구를 드나드는 배들은 그저 유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