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장집 교수는 먼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됐으니 한미FTA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설 때’라거나 ‘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하자’는 얘기를 참여정부나 진보 진영에서 곧잘 하는데, 모두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또 정당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력한 개혁의 조타수로서 대통령을 기대하는 한국 사회의 대통령관(觀)은 폐기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민주적으로 견제되고, 시민에 대해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찬표 목포대 교수는 정치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의 길을 버리고 법에 의해 계도되는 ‘법치 민주주의’의 흐름을 기원에서부터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주창한 정치개혁론, 이른바 ‘정치의 탈정당화’ ‘전문가정치’가 결국은 사회 상층부 이익에 편향된 이익대표체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화 이후 정당 체제가 지역당 체제로 굳어졌다는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가 정당의 역할을 어떻게 약화시켰으며, ‘정당 없는 민주주의’가 낳은 부정적 결과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후마니타스/336쪽/1만8000원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서다 _안병직·이영훈 대담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대담집. 스승과 제자에서 뉴라이트운동의 동지가 된 두 사람은 각자가 극적 ‘우회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안 교수의 회고 중엔 당대를 뜨겁게 달군 통일혁명당 사건도 포함돼 있으며 김수행, 신영복, 박성준 교수도 등장한다. 이영훈 교수는 페인트공장에 위장취업하며 노동운동에 발을 담갔으나 결국 규장각의 방대한 역사적 기록에 압도돼 학자의 길로 돌아섰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은 경제사학자답게 한국경제의 발전 양상, 자본주의 맹아론과 식민지근대화론, 일제가 남긴 유산과 광복 이후 우리 경제의 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한때 논란이 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기파랑/344쪽/1만3000원
백두산 성자를 찾아서 _ 김봉규 김금화 지음
먼저 저자들의 독특한 이력부터 살펴보자. 김봉규씨는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명상과 의학이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섰다. 17년간 전국 각지는 물론 인도와 미국,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불가 수행법과 선도, 탄트라 요가 등을 익혔다. 1997년엔 중국 하얼빈대 중의학 과정을 수료했다. 김금화씨는 부산대에서 이학박사로 강의를 했으나 김봉규씨를 만난 뒤로 백두산에 11번 다녀오는 등 명상법을 익히고, 천연물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들이 백두산에서 명상 수행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음양오행의 참된 이치와 인체의 신비를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람의 모든 행위에는 항상 그에 보응하는 힘이 존재한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과율의 법칙’에 공감이 간다. 동아일보사/356쪽/1만3000원
션배 _ 김종명 외 지음
‘우리 선조들의 핵심가치 리더십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책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이론을 번역 소개하는 차원을 벗어나 현재 한국 사회에 맞춤한 한국형 리더십을 연구하는 ‘이솝러닝 선배리더십연구소’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물이다. 7명의 공동 저자는 한국형 리더의 전형을 ‘선배’로 규정한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성격의 리더들을 일정한 범주로 구분하고, 그들의 특징을 도출해 ‘선배 DNA’라고 정의한다. 리더라고 해서 모두 선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배’로 분류되려면 민족과 국가에 일정한 공적을 남기고, 거기에 대한 올바른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선배들의 공적과 메시지, 성격을 토대로 ‘제왕’ ‘전사’ ‘학인’ ‘장인’ ‘도인’으로 선배 유형을 구분한다. HRD북스/307쪽/1만2000원
글로벌리스트 _ 김순덕 지음
세계화의 흐름 속에 살고 있는 건 분명한데,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어 답답하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는 2001년에 일어난 두 사건 9·11테러와 12·11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지금 이 세상을 이해하는 두 개의 중요한 열쇠로 지목한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글로벌 안보와 국제 질서는 물론 경제, 사회, 교육 정책까지 격변했으며, 따라서 우리도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우리가 목도하는 경제적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살아남아야 진정한 글로벌리스트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1983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 편집국 부국장이다. 민음사/316쪽/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