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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교수의 新열하일기 10

겨자씨 하나 주고받아도 필시 정당한 까닭이 있어야…

  • 허세욱 전 고려대 교수·중문학

겨자씨 하나 주고받아도 필시 정당한 까닭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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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하나 주고받아도 필시 정당한 까닭이 있어야…

쌍탑산 꼭대기에 수직 바위 두 개가 우뚝 솟아 있다.

‘嗚呼! 皇明, 吾上國也.…何爲上國, 曰中華也. 吾先王列朝 之所受命也.’

(어허! 명나라는 우리 윗나라다. 왜 윗나라인가? 중국이었다. 우리 선왕과 역대 조정이 승인을 받은 나라다.)

그런 다음 연암은 400년 동안 천자로 받든 형제 관계를 회고했다. 그중에서도 임진왜란 때 원군을 보내준 은혜를 기렸다. 그리고 지금의 청나라 현실과 그들이 베푼 특혜를 나열했다. 청나라는 조선에 조공을 줄여주고 대신의 반열에 세우는 등 특전을 베풀지만 정작 조선은 그것을 은혜나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직 오랑캐의 회유로 생각했다. 그건 우리가 청나라를 끝내 중국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청 또한 조선을 이웃으로 보지 않았다. 여기서 연암은 청나라 야성을 간파했다.

‘噫! 戎狄之性如溪壑不可厭也.’

(슬프다! 오랑캐의 본성은 골짜기와 같아서 만족하지 못한다.)



결국 걱정거리임을 밝히면서 상주와 칙유를 모으는 잡록의 머리말로 삼았다. 아무쪼록 이 글이 ‘천하의 걱정을 먼저 하고 사사로운 걱정을 뒤로하는(先天下之憂而憂) 선비’에게 거울이 되길 넌지시 바랐다.

이 글의 말미에선 조청(朝淸) 외교의 미래를 위한, 단호하면서도 아픈 지적을 해뒀다. 그동안 조-청 두 나라 사절의 진퇴에 관한 모든 업무를 예부가 관장했고, 그 성사 여부는 역관의 통역에 달려 있었다. 조선의 사절은 140여 년 동안 3000리 어간(於間)을 오가면서도 청을 오랑캐로 매도할 뿐 지방 관소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면서 모든 것을 역관에 의존했다. 이에 연암은 ‘역관의 농간이 늘고 사절은 역관의 입만 바라볼 뿐’이라며, 마침내 ‘사신 된 자로서 반드시 한번 연구할 문제(爲使者不可以不講)’라고 고언했다. 지금 들어도 뜨끔하다. 외교사절이 통역을 지팡이 삼은 벙어리마냥 여러 나라를 누비는 일은 요새도 가끔 들리는 이야기다.

북순의 어도, 목란위장 길목

8월15일, 마침내 귀환 길에 올랐다. 미련 때문에 터덕거리다가 열하를 나설 때는 이미 한낮이었다. 연암은 인연에 관한 불가의 고사를 빌려 이렇게 말했다. ‘상하삼숙(桑下三宿), 뽕나무 아래서 사흘을 잔 것도 큰 인연이랬는데 하물며 공자를 기리는 태학관에서 엿새를 묵었음에랴!’ 더구나 연암이 흠모했던 신라의 최치원이나 고려의 이제현조차 얼씬할 수 없었던 새북지방이니 말이다. 연암은 연신 ‘세상사 알 수 없노라(人生世間無定期)’고 탄식했다.

연암의 귀로는 갈 때와 좀 달랐다. 갈 때는 고북구(古北口)에서 삼간방(三間房), 삼도랑(三道梁)을 지나 합라하(哈河)와 난하를 건너 쌍탑산(雙塔山) 아래로 열하에 입성했다. 지금의 국도 101번을 대체로 따른 것이다. 그런데 귀로는 열하에서 서쪽으로 광인점(廣仁店), 삼분구(三盆口)를 거쳐 역시 쌍탑산을 지나고 다시 난하를 건너 하둔(河屯), 왕가영(王家營), 황포령(黃鋪嶺), 마권자(馬圈子)를 거쳐 고북구로 들어선다.

약간 서쪽으로 들어갔다가 남쪽으로 선회하는 궁벽 지대였다. 그 길은 강희가 강희 16년(1677)에 제1차 북순(北巡)을 시작해서 가경(嘉慶) 25년(1820)까지 근 150년 동안 어도(御道)를 구축하고 거기에 더덩실 행궁을 지었는가 하면, 강희 20년(1681)에 내몽골 이손하(伊遜河) 및 난하 상류지역 1만5000㎢에 650여㎞ 둘레의 황가 사냥터 목란위장(木蘭圍場)을 건설, 가경 25년까지 105차례 황가 사냥-목란추선(木蘭秋?)을 벌이던 곳이다. 그러니까 북순의 어도요, 목란위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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