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드림팀. 이들은 과연 ‘정신근육’을 키워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근육은 꿈을 먹고 산다. ‘난 할 수 있어’라고 맘먹으면 팽팽해진다. ‘그까짓것 왜 못해’라고 생각하면 우뚝우뚝 일어선다. 근육은 기억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근육에 기억을 새기는 데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 뒤따른다. 근육은 수천, 수만 번 되풀이해서 가르쳐줘야 비로소 기억한다. 운동기술을 처음 익힐 때는 왼쪽 뇌가 작용한다. 왼쪽 뇌는 동작을 이해하고 분석한 뒤 근육에 알게 모르게 그 기억을 저장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피나는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이때 기본기를 잘못 배우면 큰일 난다. 나중에 고치려면 몇 배나 더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 고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디 가더라도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근육은 한번 기억하면 평생 잊지 않는다.
정신근육의 승리
근육은 정신이 만든다. 정신이 한 계단 올라가면 근육도 한 단계 강해진다. 벽에 부딪힌 공은 그만큼 반사되어 튕겨난다. 최근 수년 동안 한국 마라톤에서 2시간10분 이내에 들어오는 선수는 이봉주말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세계최고기록이 2시간4분26초(에티오피아 게브르셀라시에)인데 2시간10분 내에도 들어오지 못하다니!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15km 구간에서도 선두권을 따라가지 못한다.
현대 마라톤은 트랙게임이다. 41km 정도까지는 신경전을 하면서 나란히 달린다. 승부는 남은 1km에서 갈린다. 기본적으로 41km를 따라올 힘이 없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선수들의 ‘정신근육’이 형편없다는 뜻이다. 몸이 아무리 좋아도 정신근육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몸 큰 어린애’일 뿐이다. 2006 오사카 세계육상대회에서 한국 남자 마라톤이 단체 2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정신근육 승리의 좋은 예다. 기온 30℃, 습도 80% 가까운 날씨에 그 누군들 포기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한국의 젊은 세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피스토리우스(20·남아공)라는 육상 단거리 선수가 있다. 그는 두 다리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양다리에 종아리뼈가 없다. 할 수 없이 양 무릎 아래쪽을 다 잘라내고 탄소섬유(카본) 의족을 신는다. 달리기용 의족은 진짜 다리 모양의 걷기용 의족과 다르다. 달릴 때마다 걷기용 의족을 벗고 갈아 신어야 한다. 생김새가 갈고리와 비슷하다. 갈고리 끝 날에 몸무게가 실리면, 그 압력으로 튕겨나가면서 달리게 된다. 당연히 무릎의 힘을 100% 사용할 수 없다. 달리기 리듬을 찾으려면 최소한 30m는 달려가야 한다. 게다가 비가 내려 트랙이 물기에 젖으면 미끄러져 레인을 벗어나면서 실격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