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15일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춘천고교 앞에서 강원고 학생들이 선배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상의를 벗은 채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기상 캐스터나 기상담당 기자들도 이때쯤에는 한숨을 돌린다. 비교적 예보가 잘 들어맞기 때문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크게 줄고, 그래서 모처럼 가슴을 쫙 펴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 여름 내내 자주 틀리는 예보 때문에 늘 시청자나 독자의 눈치를 보던 주눅 든 표정에서 해방되는 시기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한 11월에도 예보관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것이 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일의 날씨 전망이 그것이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지켜보는 부모나 친지들은 친지들대로 워낙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다 보니 날씨예보는 물론 기온예보 1, 2℃ 차이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렇게 말하면 ‘입시 때는 늘 추운데 무슨 걱정이냐’고 살짝 눈을 흘기는 사람도 있겠다. 입시 때만 되면 언제나 추워진다는 이른바 ‘수능 한파’가 온 국민의 믿음이 된 지 오래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입시 때라고 해서 꼭 추운 날씨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인식, 그리고 사실
오래된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보자.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그 자격고사 성격의 연합고사를 치른 것이 1975년 12월의 어느 날이었다고 기억한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숭문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는데,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른 기억보다는 포근했던 햇살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이야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은 누구나 진학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인문계 고등학교를 원하는 학생이 정원보다 많아 고등학교 재수생도 있던 시절이었기에 제법 부담이 컸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예비고사를 치른 때는 1978년 12월 초였다. 이때 역시 매서운 입시 한파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공기가 차가웠던 것으로 기억하기는 하지만 추위에 꽁꽁 얼어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다만 대학입시 본고사를 본 1979년 1월은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상당히 추웠던 것 같다.
그러나 똑같은 날 시험을 치른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날 날씨가 무척 추웠다고 회상하는 사람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날의 몸 상태나 주변여건 등이 각각 달라 기억의 조각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기초로 입시 추위의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간직하는 습성이 있어 객관적인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연한 오류’를 막고 이른바 ‘입시 한파’가 과학적 사실인지를 보다 확실하게 따지려면 통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물론 입시에도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입시 추위의 실체를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영하의 추위나 영상의 포근한 날씨가 모두 공존하는 11월에 치러지는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보자. 일반인이 포근하다는 느낌과 춥다는 느낌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기온의 변화가 큰 시기여서 ‘입시 한파’의 정도를 쉽게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춥다’는 기준 역시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경우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