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1월 울산에서는 한국형 3세대 원전인 APR-1400으로 건설되는 신고리 3·4호기 기공식이 있었다. 원 안은 한수원의 김종신 사장.
한국보다 한발 앞서 3세대 경수로 건설에 도전한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가 개발한 3세대 경수로는 EPR-1600. 프랑스는 이 경수로를 2005년 8월 핀란드의 올킬루오토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올킬루오토(Olkiluoto)’와 ‘로비이사(Loviisa)’에 2기씩 모두 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섯 번째인 올킬루오토 3호기를 짓기로 하면서 그 기종으로 프랑스 아레바(AREVA) 사가 개발한 EPR-1600을 선택했다.
그러나 올킬루오토 3호기 공사는 지연되고 있다. 2007년 중 아레바 사와 핀란드 당국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는 2년 정도 늦어진 2012년 초 완공될 것 같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한국이 APR-1400 공사를 시작한 때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난 2007년 12월3일 프랑스 아레바 사는 자국의 플라망빌 3호기를 EPR-1600으로 짓는 공사에 들어갔다.
아레바 사는 핀란드와 프랑스에 각 한 기씩 짓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신고리 지역에 두 기를 동시에 건설한다. 한국은 신고리 3호기를 2013년 9월, 4호기를 2014년 9월에 준공한다.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는 2012년 초, 프랑스의 플라망빌 3호기는 2013년 중에 준공될 전망이다.
프랑스가 개발한 3세대 경수로는 한국 것보다 용량은 크나 kW당 건설비용은 더 비싸다. 올킬루오토 3호기와 플라망빌 3호기의 용량은 160만kW이나 한국의 신고리 3·4호기는 140만kW이다. 아레바측은 올킬루오토 3호기와 플라망빌 3호기의 건설비용을 각 30억유로, 한국은 신고리 3·4호기의 전체 건설비용을 5조7330억원으로 발표했다. kW당 건설비를 따지면 EPR-1600은 259만원(1875유로)이고, 한국의 APR-1400은 그보다 50만원 정도 싼 205만원이다.
프랑스와 한국에 이어 3세대 경수로 개발을 완료하고 건설을 기다리는 나라가 일본과 미국이다. 일본의 미쓰비시(三菱) 사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원을 받아 170만kW급인 ‘APWR 플러스(+)’를 개발했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사는 100만kW급인 AP-1000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쓰비시와 웨스팅하우스는 자국 사정 때문에 아직 착공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3세대 원전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을 강화한 것이다. 가장 큰 원전 사고는 ‘노심(爐心)’이라고 하는 원자로가 과열돼 녹아내리는 것이다. 3세대 원전은 2세대 원전보다 노심 용융 확률이 100분의 1 정도 낮다. 설계수명도 2세대 원전이 보통 40년이나 3세대는 60년으로 연장됐다. 발전용량은 2세대 원전은 100만kW가 최대이나 3세대는 100만kW가 넘는다. 2세대 원전은 진도 6.4의 지진까지 견디게 설계됐으나 3세대는 7.3의 강진에도 끄떡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