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2월13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7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남측 인사와 몸싸움을 벌이는 북한 장교(왼쪽). 한국은 북한을 넘어 중국과 군사적으로 경쟁할 수 있어야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송 장관은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은 유엔 회원국 중 (경제력) 80~200등 국가의 GDP를 합친 것과 같다. 따라서 (한국은) 엄청난 외교력을 발휘해 많은 국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분단 상황이라 남북한 문제만 나오면 작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석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주장을 펼치느라 벼랑 직전까지 갔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고 싶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반대 때문에 기권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07년 11월21일 “노 대통령의 지시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다”고 밝혔다.
1년 전 한국은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기권으로 돌아선 것은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상호 내정 불간섭에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 장관의 대척점에 서서 기권을 주장한 사람으로는 백종천 대통령안보실장이 지목되고 있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던 노 대통령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송 장관과 백 실장의 의견을 듣고 백 실장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을 지시한 것은 그가 북한을 어려운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한국은 북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부지불식간에 한국은 눈높이를 북한에 맞추는 데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분단은 우리와 북한을 등치(等値) 관계로 놓은 대표적인 사건이다. 58년 전의 전쟁(6·25전쟁)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다시 분단으로 돌아간 것이 우리와 북한을 동급으로 보게 하는 기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다. 세계 1, 2위를 다투던 어제의 강국 소련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약소국이던 한국은 ‘세계 톱 10’을 바라보게 됐다. 통일을 꿈꾼다면 변화하는 세월에 맞춰 한반도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눈높이를 북한에 맞출 것이 아니라 내려다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냉정한 잣대로 북한을 들여다보자. 통일부에 따르면 2006년 북한 정부의 세출 규모는 북한 화폐로 4193억원이다. 이를 북한이 발표한 2006년 말 공식 환율(북한 돈 141원이 1달러)로 바꿔보면 29억7300여 만달러가 된다.